타워 오브 브릭스

장소의 역사를 기억하기

오스카 코 (인터벌 아키텍츠 공동대표) × 이성제 기자​

이성제(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하다.

오스카 코(코): 중국 허베이 성 헝수이 시 남쪽에 지역 공장에서 하수를 방류하던 습지가 있었다. 지방정부는 헝수이 시의 환경과 대기 질을 개선할 목적으로 이곳을 식물원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타워 오브 브릭스는 이 식물원의 전시시설로 식물원 중심부에 있는 섬에 들어섰다. 주로 도자기, 꽃을 활용한 예술 작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며, 이 건물에는 레스토랑도 포함돼 있다.

이: 건축물은 벽돌을 굽던 가마, 굴뚝 등 산업시설이 있던 대지에 세워졌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무렵에는 산업시설이 철거돼 사실상 빈 땅이었다. 과거의 형태를 차용하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방법도 가능했을 것이다.

코: 중국의 도시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도시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도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금방 잊어버린다. 대상지와 주변 지역의 산업적 과거는 이 같은 도시화의 진행을 말해준다. 사람들이 해당 장소의 역사를 도시의 발전 과정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의 영속성은 장소가 지닌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타워 오브 브릭스의 대지에는 여러 시대에 걸친 기록이 풍부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기억할 만한 과거는 벽돌을 굽던 가마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벽돌이 이곳 산업의 과거를 기술하는 데 가장 강력한, 시각적이고 정신적인 효과를 창출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존재하던 벽돌 가마의 공간 구조를 추상화해서 드러내는 방법도 고안됐다. 이는 대지의 역사를 말해주는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시도였다.

이: 과거에 있었던 산업시설의 규모, 공간 구조 등이 궁금하다.

코: 공장 건물은 중국 북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호프만식 가마였다. 면적은 1,925m2, 굴뚝 높이는 57m에 달했다. 가마는 굴뚝과 연결돼 있었고, 고리 모양을 한 볼트 구조의 공간에 둘러싸여 있었다. 볼트로 된 공간에는 벽돌이 보관됐다.

이: 건물 중앙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타워가 있고, 타워에는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삽입돼 있다.

코: 전망용 테라스는 위치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높은 곳에 있는 전망 테라스에서는 시내 중심이 보이고, 낮은 위치의 테라스는 호수 등 식물원 내부 풍경을 향한다.

이: 평평하고 낮은 대지에 세워진 타워가 위압적인 느낌을 준다. 고요한 주변 풍경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코: 대지 풍경은 확실히 아름답고 고요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깨뜨릴 의도는 없었다. 역사적으로 이 습지대에는 굴뚝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서 새로운 타워가 과거의 굴뚝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새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타워를 계획하는 데 있어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삼았다.

이: 가운데 중정을 두고 볼트로 형성된 선형의 공간에 갤러리, 식당 등 프로그램이 배치됐다.

코: 갤러리는 이 선형 공간 가운데에 놓여 있다. 식당은 양 끝에 배치됐다. 식당은 부엌에 연결돼야 해서 보다 큰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선과 관련해 건물의 주 출입구는 중앙에 계획됐다. 방문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갤러리 공간을 로비 근처에 놓았다. 반면 식당은 뜰에 의해 갤러리 공간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데, 방문객이 갤러리에서 나와 식당에 이르려면 중간에 완충지대를 거쳐야 한다.

이: 아트센터에는 세 개의 뜰이 있다. 세 뜰은 볼트로 된 선형의 공간을 분절하고 있는데, 이 공간을 삽입한 의도는 무엇인가?

코: 세 뜰은 갤러리와 식당으로 진입하는 입구이자 안뜰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통적으로 가마는 내외부 경계가 명확한 내향적 구조를 갖고 있다. 내외부 경계를 흐리기 위해 볼트로 된 공간에 뜰을 삽입했다. 삽입된 뜰들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

이: 벽돌은 쌓는 방식에 따라 인접한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떤 종류의 쌓기 방법이 적용됐고, 각각은 어떤 효과를 의도하면서 건물의 어느 부분에 적용됐는지 궁금하다.

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종류의 벽돌 쌓기 방식을 개발했다.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다공성을 만들어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다공성을 만들려는 아이디어는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벽을 반투명하게 만들고, 벽 뒤에 놓인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와 관련된다. 공공 공간을 향하는 건물의 입면에 적용됐는데, 빛을 투과시키면서 사람들이 벽 뒤의 안뜰을 알아차리도록 했다. 타워의 입면에도, 이러한 쌓기 방식을 적용해 벽돌이 자아내는 견고함과 무거움을 줄이면서 자연광을 타워 내부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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