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천분교의 기억, 숲의 미래
제주유아교육진흥원 회천분원(이하 회천분원)은 옛 회천분교의 터를 활용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놀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곳이다. 이곳은 1963년 문을 열어 1995년 폐교될 때까지 회천분교 터로 사용되었으며, 이후에는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었다. 2019년에 유아 놀이 시설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숲이 잘 보존된 옛 회천분교의 터가 자연 놀이 공간으로 적합하다고 평가를 받아 이곳을 유아 시설로 조성하게 되었다. 1960년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건립했던 배움터가 현재는 유아들을 위한 자연 놀이 공간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회천분원은 폐교 부지를 유아 시설로 탈바꿈시킨 사례로, 앞으로 늘어날 유휴 공간의 활용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과거의 학교시설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현재의 자연 놀이 공간으로 거듭난 모습은 교육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감각의 확장: 연속된 풍경
대지 북동쪽에는 회천분교가 생길 때부터 있었던 60여년이 넘는 수목들이 자리하고 있다. 본 설계는 이 오래된 숲을 보존하는 데서 시작했다. 우리는 이곳이 장소의 기억을 지운채 완전히 새롭게 시작되기보다는, 회천분교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서사를 담아내고자 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기존 숲’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건물을 배치할 때 기존 숲을 최우선시했다.
건축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자연을 존중하고 배경이 되기를 자처하며, 아이들이 누릴 감각적 경험에 집중했다. 그래서 외부 공간은 제주의 자연을 담아내기 위해 건물을 부각하기보다 건축적 매스를 단순화하여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단순화된 매스는 제주 오름에서 영감을 얻은 언덕과 빗물정원의 부드러운 선과 대비를 이루며 주변 경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조경은 옛 회천분교의 먼나무, 배롱나무 등 기존 식생을 이식하여 장소의 역사를 잇고, 낙엽수와 다년생 초화류를 새롭게 식재하여 다채로운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내부 공간까지 스며든 자연의 흐름은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하나의 연속된 풍경을 만든다.



흔히 유아 시설에서 볼 수 있는 장식적인 연출을 최대한 배제하고, 제주의 동굴과 곶자왈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인위적인 요소를 덜어내어 정제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홀과 책팡을 연결해주는 거대한 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입체적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쉼팡에서 외부로 연결된 유리 슬라이딩 문은 평소에는 실내외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경계를 허물며 내부를 외부로 확장시킨다. 이를 통해 실내 공간은 외부의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대지가 지닌 자연의 흐름이 안으로 이어져 하나의 연속된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내외부를 잇는 회랑
어린아이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이동하며, 비와 강한 햇빛을 피해 외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회랑을 계획했다. 내외부공간 사이에 조성된 이 회랑은 두 공간을 자연스럽게 잇는 중간 영역이 된다. 이는 내부공간을 외부로 확장시키기도 하고,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외부공간에 한층 더 깊이감을 더해 주는 건축적 장치가 된다.



자연을 존중한 놀이공간
팽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은 옛 회천분교 터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따라서 설계는 이 숲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그 속에 잠재된 자연 놀이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했다. 대지 북동쪽은 숲을 활용하여 흙놀이와 둥지놀이가 중심이 되는 ‘숲놀이터’로, 남쪽은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자연놀이터’로 계획했다. 모래놀이, 물놀이, 흙놀이, 그물놀이, 소리놀이 등 다양한 놀이 요소들은 공간적 특성에 맞게 배치되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특히, 자연놀이터는 지형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아이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입체적인 놀이 공간이 되도록 했다. 평소에는 야외 놀이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실내 공간에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책팡·놀팡·쉼팡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에서는 책놀이, 블록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에서 느끼는 행복한 감각의 기억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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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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