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Hannu Rytky

윤예림(윤): 탐페레 시 도심에 기능을 잃고 오랜 기간 방치되던 축구 경기장이 10년의 설계와 시공을 거쳐 다시 개장했다. 어떤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사물리 미에티넨, 알리 부르, 하리 코스키(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탐멜라 스타디움은 핀란드 최초의 축구 전용 경기장 중 하나다. 1930년대에 그 역사가 시작돼 1990년대에 현대화 작업을 거쳤으나,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현대 축구 리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체 시설이 필요하게 됐다. 재정 부족과 경제적 난관으로 인해 부지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 탐페레 시는 이 부지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밀도 있는 도시 구조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았다. 2014년 시는 건설사 렘민캐이넨, 핀란드축구협회와 협력해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위한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2024년 완공된 새 탐멜라 스타디움은 약 5만㎡에 달하는 복합 단지의 일부로, 축구 경기장, 주거동 5개, 상업 센터, 주차시설을 포함한 구역 8개가 상호 연결돼 도시 조직을 보완한다. 이는 탐페레 시의 도시재생 전략과 맞닿아 있는 접근 방식이다.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고, 토지 효율을 극대화하며,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지역 냉방 및 난방망과 연결되며 도시 조직 속 통합을 강화한다. 기존 경기장의 철 구조물, 관람석, 캐노피는 도시의 다른 축구장에 재활용됐다.

©Hannu Rytky

©Hannu Rytky
윤: 공모 지침은 어떤 방향성을 제시했나? 경기장과 주거를 하나의 건물로 결합하는 아이디어가 지침에서부터 제시된 조건인지 궁금하다.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공모의 주요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기준을 충족하는 현대적이고 다기능적인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핵심은 토지의 효율적 활용, 그리고 도시 조직과의 통합이었다. 특히 중요한 과제는 밀집된 도시 지역에 대규모 경기장과 주거·상업 개발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일이었다. 경기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혁신적인 설계 전략이 필요했다. 당선안인 ‘해트트릭(Hattutemppu)’은 하이브리드 구조를 통해 이러한 요구 사항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공모 지침이 하이브리드 구조를 직접적으로 권장하지는 않았지만, 부지의 협소함과 여러 물리적 여건으로 설계 방향이 과감해졌다. 공모 출품작 중 일부는 우리와 유사한 통합 모델을 제안했으나 보다 많은 안들이 기능별로 분리된 구성을 제안했다.
©Hannu Rytky
윤: 도시 조직과의 통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탐페레의 도시 맥락 안에 탐멜라 스타디움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탐페레 지역은 조밀한 주거지와 격자형 도시 조직이 특징이다. 탐멜라 스타디움은 이러한 맥락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블록의 남북 방향은 공원을 향해 유리 파사드를 배치해 경기장을 관통하는 시야를 확보하고 개방감을 높였으며, 동서 방향은 기존 도로와 접하면서 거리 공간을 형성해 도시 조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주거동은 밝은 벽돌로 마감하고 발코니에 노란색, 빨간색 포인트를 적용해 이웃한 건축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면서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반대로 경기장 내부는 노출콘크리트와 회색빛으로 도장한 철골을 노출시켜 거친 질감과 견고한 구조미를 강조한다. 이처럼 대비되는 구조와 재료, 방향마다 달리 설정된 설계 전략이 단지를 도시에 조화롭게 녹여내며 전체 프로젝트의 통합성과 장소성을 완성한다. 한편 경기장의 아치형 지붕은 프로젝트의 얼굴이자, 구조적으로 타당한 공공 이미지를 형성하는 상징적 요소다. 이는 건물의 규모, 일조 각도, 빗물 배수, 관중석 시야라는 다양한 요구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면서 지속가능성까지 높인다. 인접한 주거동 위로 연장되는 경기장 지붕은 두 기능을 시각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단지 전체의 일체감을 한층 강화한다. 지붕 위로 솟은 주거동과 옥상 마당은 전체 매스를 안정적으로 구성하며,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윤: 경기장과 주거, 상업 공간은 어떻게 결합되어 있고, 서로 다른 사용자들의 흐름은 어떻게 분리했나?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주거, 상업, 경기장을 한 공간에 통합하면서도 연결성과 분리를 균형 있게 조율했다. 경기장 출입구는 각 모서리에 배치해 관람 동선을 분산시켰으며, 주거 및 상업 출입구는 별도로 두어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선수 라커룸은 필드로 곧장 이어져 동선의 효율을 높였다. 지하에는 주차장, 서비스 공간, 유지·관리 시설이 배치되고 지상 거리에는 활기차고 열린 경관이 펼쳐진다. 거리 레벨에서는 관람객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머무를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조성돼 방문자에게 열려 있는 생동감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상층부에는 관중석을 비롯해 레스토랑, VIP 스탠드와 라운지, 축구 클럽 사무실, 프레스석이 자리한다. 주거 공간은 서쪽에 2층부터 9층까지, 동쪽에 2층부터 11층까지 배치됐다.

Axonometric diagram
윤: 경기장과 함께하는 주거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곳 거주민에게는 경기장의 인파와 소음이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 아닌가? 이를 고려한 설계적 해결책이 있었나?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주거동은 두꺼운 방음재를 사용하고 실 배치를 조정해 경기장의 소음이 전달되는 것을 최대한 줄였다. 더불어 지붕 구조는 소리를 안쪽으로 모아 외부 소음 피해를 최소화한다. 경기장과 주거동 사이에는 50mm의 틈을 두어 진동과 소리를 차단하고, 각각 독립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면보다 높게 조성된 중정은 외부로부터 단절된, 입주민 전용의 사적 야외 공간이다. 각 세대의 거실은 경기장 반대 방향을 향하도록 설계돼 소음 차단은 물론 사생활도 보장된다. 전체 256가구 중 오직 14가구만이 캐노피 너머로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그 외에는 경기장 쪽으로 창을 내지 않았는데 경기장 캐노피 아래에서는 햇빛이나 전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을 명확히 분리했다. 진입 동선을 철저히 제한해 군중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실내에서는 고요한 생활 환경이 유지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장의 활기찬 리듬 속에서도 평온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윤: 곡선의 거대한 지붕을 구현하기가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비롯해 구조나 시공 과정에서 도전적이었던 지점에 대해 듣고 싶다.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탐멜라 스타디움은 형태와 접합부의 정교한 표현을 통해 텍토닉한 구조적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축이다. 구조설계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관람석의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강재 기둥과 서로 다른 방식의 지붕 지지 시스템을 조합해, 구조적 안정성과 미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메인 지붕은 케이블로 매달려 100m 이상을 가로지르는 현수 구조로 이루어졌고, 측면 지붕은 파일런(pylon)에 의존해 지지된다. 곡선 형태로 매달린 지붕은 설계와 시공 모두에 있어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이었다. 곡면 부재가 아닌 직선형 규격 부재를 활용해 곡선을 구현해야 했다. 케이블과 파일런을 병용한 구조 시스템은 무기둥의 개방감 있는 내부 공간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섯 개의 케이블이 강재 보를 지지해 지붕이 유연하게 굽이칠 수 있도록 하며, 스타디움 특유의 역동적 성격을 형성한다. 캐노피 끝단에 설치된 유리벽은 외부 환경과의 시각적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경기장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풍하중과 적설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변위를 수용하는 접합부는 다양한 하중 조건에서도 구조적 일체성을 유지한다. 유리벽을 지지하는 강재 핀은 하중에 따라 형태가 최적화되었으며, 포크 보(fork beam)는 현수 캐노피의 하중을 안정적으로 기초로 전달하고, 단부 스탠드에 배치된 종방향 콘크리트 구조는 전체 하중을 지탱하는 골조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다양한 지지 시스템의 조합은 혁신적 공학 해법에 대한 프로젝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기능성과 건축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구조설계를 실현하기까지 구조 엔지니어, 건축가, 시공사의 긴밀한 협업이 있었다.

윤: 마지막으로 탐멜라 스타디움의 설계 개념인 ‘미니어처 도시’의 관점에서 프로젝트의 도시·건축적 의의를 말해 달라.
미에티넨, 부르, 코스키: 탐멜라 스타디움은 하나의 개발 안에 주거, 상업, 여가 기능을 통합해 역동적인 도시환경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 도시 구조를 기능적으로 응축하고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 혁신적인 복합화는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독창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탐페레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주변 일대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방문객에게는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되며, 경기 관람권에는 시내 교통 무료 이용권이 포함된다. 블록의 다양한 방향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매끄러운 동선이 마련돼 접근성도 탁월하다. 경기장에서는 해마다 축구 경기 100회, 행사 300건 이상이 열리며 스포츠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도심에 끊이지 않는 활력을 공급한다. 경기 외의 시간에는 다양한 도시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경기와 행사가 열릴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 주변을 활기차게 만드는 숨겨진 축구의 성소다. 사람들의 살고,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일상이 이 복합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새로운 도시 중심지를 형성하고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