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신사 폴리오미노(2024)
DIALOGUE
김동진 홍익대학교 교수 × 이성용 실 건축사사무소 대표 × 조항만 서울대학교 교수
스케일 : 재료
도시적 존재
조항만(조): 대로변의 건물은 이면도로와 다른 형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적용되는 법규부터 다르다. 이면도로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답답하다. 그렇게 꽉 껴 있으면 이리저리 흔들고 싶은 본능이 생긴다. 청담 카라파스와 논현 페리스코프가 그렇지 않나? 반대로 대로변은 허허벌판이다. 이런 땅에서는 꼿꼿하게 서 있는 편이 낫다.
이성용(이): 대로변의 건축은 은연중에 다른 크고 잘난 건물 사이에서 묵직함을 드러내길 원했다는 생각도 든다. 신사 폴리오미노와 역삼 다이크로익(2023)은 구성하는 셀의 스케일 단위에서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큰 덩어리로 중후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김동진(김): 대로변의 큰 건물은 도시적 스케일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세밀한 이야기를 담기보다 하나의 강한 서사를 형식화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역삼 다이크로익은 대로변 위의 건물이 단순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도록 스케일의 감각을 조율했다. 전벽돌은 픽셀처럼 모여 면을 이루고, 거리에서 접하는 위치에 사용한 거친 텍스처의 파벽돌은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읽힌다. 이에 더해 투과율을 가진 유리블록이 내외부 환경을 조율하는 다이크로익 필터처럼 작동하길 바랐다. 반면 신사 폴리오미노는 큰 도로변 뒤로 작은 골목과도 접하고 있는 건물이므로 폴리오미노 조각들이 다양하게 결합된 큐브 형태로 주변의 스케일과 어울리는 볼륨을 만들어 전체를 형성하도록 했다.

역삼 다이크로익(2023)
덩어리와 개체
조: 신사동과 역삼동의 두 건물에서 김동진이 주로 사용하는 재료의 변천을 느낄 수 있다. 초창기 김동진 건축은 더욱 분절이 많고 조형적이었다. 바티 리을은 덩어리가 아닌 면으로 읽힌다.
김: 지금도 아이소핑크로 매스를 만든 다음 그 형태에 맞춰 평면을 짜는 방식의 설계는 지양한다. 처음부터 공간을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바티 리을은 노출콘크리트가 가진 물성을 살려 거친 면이 공간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단열과 유지관리 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젠가부터 근생에서는 노출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됐지만, 재료가 바뀌었을 뿐 면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청담 카라파스와 논현 페리스코프에도 남아 있다.
조: 반면 신사 폴리오미노는 표면이 매끈한 덩어리다. 분절의 깊이가 줄어들었고 표면에서 변주가 이루어진다. 점점 매끈한 재료를 쓰며 더 공업화됐다. 쉽게 말해 발수가 잘될 것 같은 재료를 쓴다. 그런 건축물은 돌출된 구석이 없는데 나는 종종 열교, 방수 등의 하자 문제에 공포가 큰 건축주를 상대할 때 그런 식의 매끈한 건축을 하곤 한다. 그런데 건축가들은 사실 물성이 있는 재료를 좋아하지 않나? 초기 작품에는 철도 있고 콘크리트도 있고 유리도 있다. 외피도 적극적으로 내밀었다 파냈다가 한다. 작품을 할수록 여러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재료와 구법이 변화한 건가?
김: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재료에 관한 생각에 전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재료를 ‘있는 것’과 ‘없는 것’, 둘로만 나눴다. 막힌 것과 열린 것, 불투명한 것과 투명한 것, 즉 유리와 유리 아닌 두 재료만을 조합했다. 이때 유리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후퇴를 시키다 보니 같은 면으로 만들지 않게 된 거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전에는 부분부분의 공간이 모여 일체감 있는 전체를 만드는 데 집중해 연속된 면으로 공간을 하나로 감싸듯 통합시켰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개체 하나하나가 고유한 색을 가지고 부닥치며 관계를 일으킬 때 비로소 하나의 건축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재료의 다양한 속성에 맛을 들였다. 투명과 불투명 외에도 반투명한 것, 반사되는 것, 너무 많더라.
이: 후암동에는 색유리도 썼다. (웃음) 투명과 불투명의 중간 단계를 계속 만드는 거다.
김: 단순한 덩어리 속에서 서로 다른 재료들이 만나며 개체 간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그만큼 다양한 속성의 재료가 필요했다. 재료를 섬세하게 만지면서 건물 자체는 오히려 단순한 형상을 가지게 됐다.
이: 역삼 다이크로익이 그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다. 전체가 하나의 검은색 덩어리로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분절된 유리블록과 깨진 벽돌, 전벽돌들이 변주를 만들고 있다.
조: 역삼 다이크로익은 특히 매스의 분절이 세밀하다. 이 건물을 논현동처럼 3×1.2m 박판 세라믹 타일 나누기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30×30cm의 반짝반짝하는 유리블록으로 구성된 지금 모습과는 아주 딴판일 것이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건물마다 디자인의 총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리로 치면 김동진만의 섬세한 ‘간’이라고 할까? 거기에서 나오는 질적 차이가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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