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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적인 자연 환기 시스템: 카사 아티코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

사진
페데리코 카이롤리
자료제공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
진행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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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4년 7월호 (통권 680호) 

 

 

​인터뷰 메테오 아르노네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 대표 × 김보경 기자​ ​

 

김보경(김): 간소하게 우아한 집 또는 다락집이라는 뜻인 카사 아티코는 브라질 북동쪽의 해안가인 상 미게우 두 고스토주에 위치한 별장이다. 본인의 소유로 현재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프로젝트와 에어비앤비 운영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메테오 아르노네(아르노네): 2011년에 브라질로 이주해 처음 건축사무소를 열었을 때 여기서 첫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10년 동안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는 여러 규모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방대한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도 레지덴셜 도스 아레시페스(암초들의 거주지)라는 개인 주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의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이 지역에서 일하며 머물 곳이 필요해졌다. 카사 모디코(소박한 집, 2019)를 먼저 지어 사용하다가 이후 카사 아티코를 짓기로 결정했다. 에어비앤비 사업은 내가 이 지역에 머물지 않을 때도 집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시작했고, 나의 건축사무소인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의 운영과는 관련이 없다.

 

김: 프로젝트의 건축주이자 설계자로서 느끼는 상 미게우 두 고스토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르노네: 설계자로서 내가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그 장소를 이해하며 건축적 실험을 하는 일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곳은 매력적인 어촌 마을로 브라질 북동부 원주민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동시에 노동력이 제한적이며 건설 기술이 매우 기초적이므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지리적으로는 브라질 대륙이 휘는 가장 동쪽의 꼭지점 부분에 위치해 있어 항상 바람이 많이 분다. 일정한 바람에 더해 1년 내내 온난한 해수 온도로 카이트 서핑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브라질의 거대한 열대우림인 대서양림이 끝나고 반건조열대 식생이 시작되는 지역이라 토양의 대부분은 작은 건생식물의 유형 중 하나인 카칭가로 덮여 있다. 브라질 해안 지역의 원주민 투피족의 언어로 하얀 식물, 혹은 하얀 숲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생물 군집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여러모로 매우 독특한 지역이다.

 

 

 

 

김: 카사 모디코에서부터 카사 아티코까지 이 지역에서 작업을 할 때, 자연 환기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카사 아티코만의 자연 환기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아르노네: 상 미구엘 두 고스토주에서 바람은 중요한 삶의 요소다. 이를 건축적으로 반영하고자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지역에서 바람은 항상 일정하게 동쪽에서 불어온다. 이에 중정, 주방, 거실을 동쪽으로 열어 직접적인 자연 환기가 가능하게 했다. 1층에서 바람이 중정의 동쪽 입구에서 불어 들어오면 집은 풍력 기계처럼 작동한다. 바람이 중정 벽의 기하학적 곡면을 따라 순환하며 직사각형의 각 꼭지점에 대칭적으로 자리한 침실 네 곳을 환기시키는 동안 바람의 세기가 약해진다. 그런 다음 바람은 굴뚝을 타고 올라오는 것처럼 1층의 부엌과 2층 거실 사이의 중앙 원형 보이드를 통해 불어온 후 거실의 동서 방향으로 난 창으로 나간다. 타워 파사드의 네 면은 자연 환기를 위해 두 겹의 벽돌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람은 벽돌 층 사이를 지나며 3층의 침실을 포함한 내부 공간을 시원하게 유지한다. 모든 공간에서 수직, 수평 모든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바람이 순환되도록 했다.

 

김: 중앙부가 높은 형태와 자연 환기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이란, 인도, 페르시아 등지의 토속 건축인 윈드캐쳐가 연상되기도 한다. 카사 아티코에도 이 지역만의 토착적인 건축 방식을 적용했나? 

아르노네: 카사 아티코는 앞서 언급한 카사 모디코에 비해 해변으로부터 좀 더 먼 곳에 있는데, 집에서도 해변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타워 형태가 도출됐다. 카사 아티코의 자연 환기 시스템은 토착 건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페르시아의 윈드캐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기능하는 윈드캐쳐와는 달리, 카사 아티코의 환기 시스템은 항상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이 지역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것으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김: 별장은 주택과 다르게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경험을 위한 공간이다. 카사 아티코에서는 어떤 독특한 경험을 주고자 했나?

아르노네: 이 지역은 태양이 매우 뜨겁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늘진 곳이 아니라면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 공간을 외부로 확장하고자 했다. 카사 아티코의 지층에서 부엌과 침실 네 곳은 중정을 통해 확장된다. 2층 거실로 올라오면 네 침실의 지붕과 같은 레벨의 외부 공간과 연결된다. 더 멀리 바라보면, 주변을 둘러싸는 초목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며 더 넓은 외부와 연결된 느낌을 준다. 낮에는 1층의 중정과 2층 테라스의 그늘에서 외기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가 되면 가장 위층의 옥탑 공간에 올라가 확 트인 외부 공간에서 하늘의 아름다운 색과 주변의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김: 상 미게우 두 고스토주의 광활한 자연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1층의 하얀 담장은 시선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외부의 초목과 달리 내부의 중정에는 몇 그루의 야자나무만 심겨진 점도 흥미롭다. 외부 환경과 건축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자 했나?

아르노네: 카사 아티코와 가장 가까운 해변가가 약 370m 거리에 있긴 하지만, 번화한 해변가와 마을로부터는 1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건물 안에서도 하나의 완결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의도가 중정에서 내향적인 시선을 유도한다고 읽힌 듯하다. 오히려 나는 외부의 환경이 집의 전망을 위한 배경이 되고, 내부의 중정은 이와 대조적인 깔끔한 분위기로 조성하고 싶었다. 하얀 담은 이러한 대조를 강조한다. 부지는 모래 언덕 사이, 평평하고 수분이 많아 비교적 초목이 우거진 지대로 약간의 수풀과 야자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기존 식생 중 야자나무를 제외한 덤불을 모두 제거했다. 이러한 대조는 중정형 주택이라는 개념을 더 부각한다.​ 

 

 

 

월간 「SPACE(공간)」 680호(2024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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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 아르노네
메테오 아르노네는 이탈리아 파르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다. 2005년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해 리카르도 블루머의 스튜디오에서 실습했고, 베를린의 즈비 헤커 아키텍트와 도쿄의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졸업 후 1년 뒤인 2012년, 상파울루에서 아틀리에 브랑코를 공동 설립했다. 2022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를 설립해 국제적인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