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25년 간 오가며 읽고 깨달은 것들을 생각한다. 집은 높이기보다 낮게함으로써 풍경과 바람에 거스르지 않도록 하고,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존중한 안거리 밖거리는 현대적 유효성을 갖추었고, 햇빛보다 그늘이 더 필요하고, 서서히 밝아오는 어두움이 주는 편안함이 좋고, 종횡무진으로 부는 바람과 비는 수직으로만 내리지 않으며, 뼈에 스미는 음흉한 습기가 세다.

ⓒ우연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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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동 현이네는 정실(井實)이라 불리던 곳의 과수원에 지은 집이다. 제주에 오가며 깨달은 생각과 함께 제주를 닮고 땅에 의지해서 어둠의 찬란함을 맛보는 집을 이곳에 구상한다. 그런 마음으로 땅을 읽었다.
땅은 선대의 어른들이 귤 농사를 짓던 과수원이다. 과수원의 밀감나무는 몇 해 전 물량이 넘친 귤의 출하량을 조정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잘려서 사라졌고, 빈 땅에는 보리와 쑥이 자라다가 이제 집이 자리하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싼 삼나무는 이 땅을 지킨 또 다른 주인공으로, 거친 바람을 막아주며 아늑함을 유지한다. 오라동 현이네는 땅과 집에 조상들의 기억을 이었다. 고고조(高高祖)가 살던 배두리 옛집의 허물어진 현무암을 가져다가 집 짓는 재료로 썼다.


역구배(逆勾配) 형태의 지형을 그대로 따르고, 도로보다 낮게 집을 앉혔다. 앞마당엔 한라산을 향한 시선의 트임을, 뒷마당엔 삼나무로 둘러싸인 오소록함을, 옆 마당엔 적당한 볕 아래 농사를 짓는 편안함을 갖는 ‘시옷’자 형태의 집이다.
‘시옷’자 평면은 제사를 감당해야 하는 집주인의 필요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집이 완성되고 몇 년이 지나면 자녀들이 집을 떠나 부부가 중심인 곳이 되지만, 일 년에 몇 차례씩 서른 명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일은 지속된다. 일반적인 거실-부엌-식당의 형식 대신 거실-제사방-부엌이 연계된 구조를 택했다. 같은 자리에서 삼대(三代)의 제사를 내리 지내기 위해 음식을 차리고 치우고, 다시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하기 위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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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엔 발 닿는 걸음마다 파랗게 구운 타일이 놓였고, 팔 닿는 손끝마다 가공된 원목 나무가 앉혀졌다. 문과 현관에, 계단과 거실에, 방마다, 턱마다, 그리고 부엌까지. 사용할 이들의 땀이 뱄다. “설계를 어찌 육지다 맽겼습니까. 잘도 복잡하게.” 집 짓는 이들이 이런 말을 하며 집을 더디게 짓는 동안 주인들은 묵묵히 타일에 유약을 칠해 가마에 굽고, 쌓아둔 나무판을 자르고 깎아 다듬어 칠했다. 오래전부터 집 지을 준비를 위해 내공을 연마한 듯 그렇게 재료를 준비했고, 직접 참여해서 쓸 곳을 같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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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와 동백나무에 반사된 빛이 그윽하게 머무는 뒷마당, 긴 처마에 반사된 앞마당의 빛과 뒷마당의 초록이 거실 창의 앞뒤를 채우며 집을 편안하게 만든다. 남쪽의 현휘와 북쪽의 어둠이 깊은 처마로 인해 부드럽게 거실에서 만난다. 처마가 앞뒤를 잇는 핵심이다. 근대와 현대가 잃어버린 처마 아래 공간을 다시 찾아서 맛보면 좋겠기에 집의 중심으로 삼았다. 덕분에 찬란한 어둠을 얻었다. 주인들은 1년 내내 이곳에서 바깥 삶을 누린다. 아침 먹고, 손님을 맞고, 반려견과 놀고, 저녁을 맞이하고 비와 눈을 느낀다.
‘새벽’의 시간에 기운을, ‘이내’의 시간에 하늘을, ‘폭우’의 시간에 소리를, ‘폭설’의 시간에 서늘함을, ‘폭염’의 시간에 그늘을. 모든 시간, 처마 밑은 부지런히 쓰이며 빛을 부드럽게 만든다.


스케치
배치도
1층(좌) 및 2층(우) 평면도
입면도(좌) 및 단면도(우)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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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성
송병철, 김종도, 이연경
제주시 오라이동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1,787㎡
356㎡
409㎡
지하1층, 지상2층
7대
7.8m
19.90%
22.89%
철근콘크리트조
제주석, 목재(이페), 적벽돌, 징크
도장, 마루, 타일
서울구조
우진설비
세종기술단
㈜GAU 아키팩토리
2020 ~ 2021
2021. 2. ~ 2021. 11.
약 9억 원
현동효, 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