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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새로운 유형의 건축, 그 도전과 한계: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숙소동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사진
장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네이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 프론트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PROJECT] 자연과 인공, 실재와 지식의 공생

 

21세기 경쟁적으로 지구 전역에 지어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물 중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로서 영감을 주며 상징적 위상을 가질 사례는 드물다. IT산업 인프라로서의 전제가, 거대한 규모에 비해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극도로 제한적인 시설이라는 역설적인 도전을 내포하기에 그렇다. 전 지구화로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위협받는 조건에서, 한국의 디지털 주권 확보를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운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하 각 세종)은 기술이 적용된 특정 문화와 언어에 기반한 잠재성을 가진다. 각 세종은 기계적 질서를 넘어선 공생의 건축으로서 주변과 어떠한 방식으로 공존하며 공간으로서 어떤 새로운 영감을 창출할 수 있을까? 특정 기술이 의미를 가지기 위한 ‘기술의 문화화’ 과정은, 건축 과정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장소 특정적 지형은 물론이고, 기술과 관련한 비물리적 문맥들 역시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위해 파생된 건축 사례에서 건축의 역할은 대부분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시설인 만큼) ‘어떻게 생겼나’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특정 요구에 부합하며 공간으로서 기술, 사회를 포괄한 공동의 문화 속에서 복합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보기 좋은 포장을 넘어선 수행 과정이 공동의 경험이 되며, 연대기 이상의 문화화, 나아가 역사화 과정이 되리라 낙관하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천장과 바닥 평면 초기 스케치 

 

낙방 후 다시 초대 

2019년, 매스스터디스는 전체 마스터플랜에 관한 개념설계 제안공모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부지가 정해지지 않은 개념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인 기술적 해법을 요구한 공모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라 초대에 응했지만, 시설의 거대한 규모 탓에 지형이 지닌 성격이 계획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대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는 여러모로 난감하게 다가왔다. 결국 우리는 주최 측이 기대했을 시각적 자료 없이 글만 써서 공모에 제안했고, 이것이 불충분했는지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로부터 13개월 후, 부지가 세종시 외곽 산지로 정해지고 기본 설계의 틀이 잡힌 2020년 11월. 우리를 포함해 복수의 회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설명회가 진행됐다. 당시 숙소동을 포함한 부속동군 설계를 비롯해 조경설계사와 함께 외부 공간 계획을 담당할 팀을 찾고 있었고, 이때 매스스터디스가 선정되면서 디자인 자문 역할도 겸하게 됐다. 먼저 단지 전체 마스터플랜의 건축물 배치와 도로체계 조정에 관여했고, 함께 합류한 조경설계 서안과 협업하며 외부 공간의 기능과 경관을 정의하고 구체화시켰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건축물(서버동, 운영동)도 계획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 자문을 진행했다.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먼저 기술 측면에서는 약 9만 평의 미개발 경사 녹지에 연면적 4만 3천여 평의 대규모 첨단 산업시설을 조성해 안정적으로 구동시킨다는 사업의 본질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했다. 또한 시설 전반을 관통하는 건축적 태도와 건축 언어의 조화로운 적용을 함께 고민해야 했다. 두 번째는 우려되었던 산과의 공존이었다. 복잡한 지형 논리가 거대한 기계 논리와 충돌하며 부산물로 드러나는 불가피한 요소들을 완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도전적인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접수한 뒤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인프라 설치를 위한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급하게 도로설계를 조정해 절성토량을 최소로 줄이고 토목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교통체계를 논의했다. 이는 진출입구와 건축물 배치, 그리고 향후 증설계획을 아우르는 모든 계획에 영향을 미쳤는데, 발주처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개선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의 후반에 접어들어, 우리가 설계를 맡은 숙소동 위치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지형 변형을 최소화하며 운영동에 가까운 인접 부지를 선택했다. 발주처에서는 출장온 직원들이 사용할 20개 개인실과 부대 시설들을 갖춘 공간을 요청했다.

 

 

 

 

매트릭스 스터디스, 체커보드 매트릭스와 모임 지붕

매트릭스 스터디스(Matrix Studies)는 2003년 매스스터디스의 시작부터 실현되거나 계획안에 그친 모든 안들이 모여 형성하는 하나의 큰 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위 공간이 반복되는 주거 업무 공간의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위한 탐구로서, 경사지 군락과 같은 ‘마운틴 매트릭스’(남해 사우스케이프 직원 기숙사, 2013)에 나타난 콜렉티브폼, ‘실종된 매트릭스’(부띠크 모나코, 2008)나 ‘테라스 중정 매트릭스’(대전대학교 기숙사, 2018)에 나타난 메가폼, 그리고 둘 사이 어느 지점의 결과물로 귀결된다. 이러한 공간 조직 프로토타입 연구는 공간체계의 확장적인 변주이기도 하다. ‘다발 매트릭스’(에스트레뉴 타워, 2011)의 고층, 세장한 다발 방식은 ‘다부진 다발 매트릭스’(EG 도시형 생활주택, 2013) 유형으로 다른 부지 조건에서 같은 프로토타입이 적용되어 변형, 진화하기도 했다. 

숙소동 설계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주변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1층에서 3층까지 건물의 높이를 키울수록 대지를 점유하는 면적이 줄어드는(반비례하는) 안을 다양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토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직접 방문한 이후에는 추가적인 훼손 없이 주어진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안을 검토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스케일, 부지 조건과 기능적 요구 조건이 놀랍게도 들어맞는 계획안(KIST 글로벌 게스트하우스, 2011)이 떠올랐다. 당시 제안했으나 낙방해 실현되지 않았던 유형, 즉 2층 구성의 체커보드 단위 공간 군집 방식(체커보드 매트릭스)을 숙소동에 적용하게 됐다. 사적 공간 유닛이 동일한 평면 모듈을 평·단면에서 2층으로 쌓아 체커보드 형식으로 엇갈려 배치하고, 이를 집적하면서 생겨나는 평·단면상의 빈 공간을 이동 동선과 부대시설 역할을 하는 범용적 공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10.5×10.5m 크기의 12개 단위 유닛은 그 자체로 쓰이거나 다양하게 쪼개져 20개 객실을 구성한다. 1~2층에 여섯 개씩 어긋나게 쌓인 단위 유닛 중앙의 중정을 중심으로 단위 공간들이 만든 1~2층 높이의 내부 마당은 단순한 동선 기능을 넘어, 사회적 접촉이 용이한 공동의 공간을 이룬다. 이 공용 공간은 거대한 시설이 있는 외부로부터 숙소동을 적절히 보호하는 동시에, 부지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인 숲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체계적으로 연속된 단일 공간이지만 조망과 채광 조건, 외부와의 공간적 관계, 단층·복층의 높낮이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공간감 등이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이용자들이 시간, 계절, 행위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활용하도록 했다. 

 

 

 

 

 

 ​

 

자연과 인공의 체계 사이, 실재하는 건축과 지식으로서의 건축 사이 

실현되지 못했던 이전 계획안에서 객실 지붕은 평지붕이었고, 이들을 단면적으로 연결하는 공용 공간의 지붕은 계단식 측창 단면을 가진 구성이었다. 그러나 각 세종에서는 단위 모듈의 지붕을 네 방향의 모임 경사지붕으로 설정하고 공용 공간의 지붕은 이들을 연결하는 경사면으로 설정하는 새로운 구조의 구성을 시도했다. 이전 계획안이 추상적인 사각상자의 군락(콜렉티브폼) 형태를 띠었다면, 새로운 모임 경사지붕 구성은 지붕 형태를 통해 내부에서는 ‘집 같은’ 친밀한 공간감을 경험하게 하며, 외부에서는 지면에서 바라볼 때 경사지붕 매스들이 모여 이루는 콜렉티브폼, 즉 마을 같은 모습이 보다 강조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버동이나 운영동의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볼 때에는 경사면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추상적인 덩어리, 일종의 메가폼으로 지각되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 조형적인 볼륨은 불가피하게 평탄화된 대지의 원래 지형을 연상하게 할 뿐 아니라, 동시에 다수의 모임 경사지붕 유닛들이 체계적으로 집적되어 있어 단위 유닛이 순차적으로 확장되며 성장하는 서버실 시스템의 논리와도 연관된다. 이처럼 숙소동은 전체 부지에서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건물이지만 주변 자연과 인공의 논리를 포괄적으로 매개한다.​

 

(왼쪽) 2층 평면 다이어그램, (오른쪽) 1층 평면 다이어그램  

 

최종 모형​ / Images courtesy of MASS STUDIES

월간 「SPACE(공간)」 673호(2023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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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매스스터디스(조민석, 박기수)

설계담당

강준구, 천범현, 김지수, 민세원, 오세철, 최유미, 김지훈, 권용남, 이승준, 김장운,

위치

세종시 집현동 4-2생활권 산업4-12 블럭

용도

방송통신시설(직원 숙소)

대지면적

293,697m²

건축면적

2,059.5m²

연면적

3,881.8m²(지하층 포함), 2,919.05m²(지하층 제외)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8.69m

건폐율

0.7%

용적률

0.9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UHPC 패널, 알루미늄 창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아라우코 합판, 원목마루

구조설계

(주)하모니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주)한일엠이씨

전기설계

(주)정우디씨

시공

현대건설(주)

설계기간

2020. 12. ~ 2021. 8.

시공기간

2022. 1 ~ 2023. 8

건축주

네이버

조명설계

스튜디오 폼기버

파사드 컨설팅

프론트

건설 관리

한미글로벌(주)

조경

조경설계 서안(주), (주)조경설계 비욘드


조민석
조민석은 2003년 서울에서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했다. 사회 문화 및 도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건축적 담론을 제시하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픽셀 하우스, 부띠크 모나코, 에스트레뉴 타워, 상하이 엑스포 2010: 한국관, 다음 스페이스 닷 원, 티스톤/이니스프리,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돔-이노, 대전대학교 기숙사, 스페이스K 미술관, 페이스 갤러리 서울, 원불교 원남교당, 주한 프랑스대사관 신축 및 리노베이션 등이 있다. 현재는 설계공모 당선작인 서울영화센터, 당인리 문화발전소, 양동구역 보행로 조성사업과 연희 공공주택 복합시설을 진행 중이다. 그는 2011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전시를 공동 기획했고, 201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14년 삼성 플라토 미술관에서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 개인전 등, 다수의 전시와 강의를 하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