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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재료를 따른다: 75.9

오메르 아르벨 오피스

오메르 아르벨
사진
오메르 아르벨 오피스
자료제공
오메르 아르벨 오피스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아르벨 오메르 오메르 아르벨 오피스 대표 x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캐나다 북서부의 광활한 건초 농장에 자리한 740m2 주택으로 성토, 유기적 형태의 내외부 콘크리트 등으로 대지와의 조화를 꾀한 듯하다. 대지의 첫인상은 어땠으며 이를 건축물과 어떻게 연결 지었나?

오메르 아르벨(아르벨): 우리는 대지의 지평선과 노을에 주목했다. 광활한 지평선에서 가끔 시선이 멈추고 위아래로 향할 수 있는 부분을 구축하고자 했는데, 대지는 전반적으로 평평한 데다 지하수면이 높아 굴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땅은 집을 덮는 거대한 양탄자로, 콘크리트 기둥 형태는 성목을 품은 대형 화분으로 구상해 기존의 자연 지형에 수직적 요소를 주었다. 또한 조형적 기둥의 높이를 변주하면서 실내 공간의 단면을 탐구했다. 기둥의 위아래를 넘나들며 전경, 중경, 원경과 연관된 몸의 움직임과 시선의 안무를 유도한 것이다. 

 

박: 내부에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열 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자리한다. 기둥은 구조적, 기능적, 미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아르벨: 콘크리트 형태는 직물 거푸집에 대한 실험의 결과로, 지진대임에도 매우 가는 기둥으로 완성된 주요 구조체이자 성목을 위한 옥상 화분으로, 또 내부의 흐름을 율동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박: 이 기둥은 자체 제작한 직물 거푸집으로 완성됐다. 직물 거푸집은 일반 거푸집과 어떤 차이를 가지나? 

아르벨: 기둥은 중앙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합판 리브를 프레임으로 하고, 그 위에 토목섬유 직물을 씌운 거푸집(직물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매우 천천히 부어 완성한다. 타설 속도에 맞춰 부분적 양생이 진행돼 직물에 지나친 부담이 가지 않는 콘크리트 배합으로 구성했다. 직물 거푸집은 일반 거푸집에 비해 프레임을 위한 합판이 적게 사용되기에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고, 거푸집을 만드는 노동력을 줄여준다. 중요한 점은 직물 거푸집으로 완성된 콘크리트는 재료 자체의 고유한 유동적인 특성과 그 제조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박: 직물 거푸집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실험이 이루어졌나?

아르벨: 직물 거푸집을 고안하기 위해 우리는 매니토바 대학교의 마크 웨스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구조 엔지니어 패스트 + 앱, 빌드 라이트 시공사와 함께 협업했다. 처음에는 1/2 스케일로 이후에는 실물 스케일로 프로토타입을 실험했다. 주요한 실험 내용은 콘크리트 배합 레시피 개발, 거푸집 디자인, 그리고 매우 느린 콘크리트 타설 속도다. 우리가 사용한 콘크리트 기둥 중 가장 큰 약 10m 높이의 형태는 한 번의 타설로 만들 수 없고 일반 콘크리트 타설 방법처럼 타설과 양생을 반복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양생된 콘크리트 위에 타설할 경우 액체 형태의 콘크리트가 양생된 콘크리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폴링(줄눈부에서 콘크리트가 파손되는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연속적인 타설로 거대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양생되는 속도와 비슷한 시간당 약 1.2m의 속도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게 됐다.

 

 


직물/건초 거푸집을 사용한 86.3의 단면 계획안


박: 독특한 형태를 구현하는 습식 공법이기에 현장 또한 중요했을 것이다. 계획과 현장 간의 오차는 어떻게 조율했나?

아르벨: 처음부터 형태를 위한 계획은 느슨했다. 콘크리트가 쏟아지는 동안 재료 스스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작업하는 사람들, 현장, 그리고 날씨 등 모든 환경적이고 우발적 요인을 품은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결과물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랬다.

 

박: 사옥 작업인 86.3(2019~)에서 사용한 직물/건초 거푸집은 어떤 필요에 의해 제작됐나?

아르벨: 직물 거푸집은 직물을 합판 리브 위에 늘여 씌운 것이기에 형태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다. 합판 리브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직물/건초 거푸집은 합판 리브 없이 천으로 덮인 건초 더미로 이루어져 있어 형태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그렇기에 거푸집을 제거했을 때 더 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직물/건초 거푸집으로 만든 콘크리트는 여전히 발전 과정 중에 있고, 아직 우리가 원하는 최종적인 형태는 아니다.

 

 

 

박: 그동안 콘크리트를 통한 표현 방식은 주로 문양 거푸집을 사용한 표면 질감 처리에 집중돼왔다. 형태적인 실험체로서 콘크리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르벨: 나는 이를 휴머니즘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라 생각한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파라메트릭 기술, 모델링 소프트웨어, 그리고 AI 기술로 대체되어가는 이 시대에는 재료만 있으면 상상 가능한 어떤 형태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재료에 적합한 형태는 무엇일지 묻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재료의 고유 속성과 제조 과정 자체가 품고 있는 형태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는 재료, 방법, 그리고 작업자들과 협업하는 사람이지 독재자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를 향수에 젖어 있다거나 낭만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박: 제품, 조각, 건축의 영역에서 구리, 유리,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활용해 독특한 형태를 구현해왔다.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다루는 일이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아르벨: 각각의 재료로 나름의 형태를 만드는 방법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 방법 자체가 작업이다.​ 

 

월간 「SPACE(공간)」 674호(2024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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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르 아르벨
오메르 아르벨는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그는 유리 불기, 콘크리트 성형, 금속 세공과 같은 전통적인 기술로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공정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샌프란시스코의 공예 디자인 박물관, 아테네의 카완 갤러리,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