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풍경과 조우하는 집: 서생집

스튜디오 위브

안제형
사진
노경
자료제공
스튜디오 위브
진행
김지아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8월호 (통권 669호)


서생집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자리한다. 바위가 켜켜이 쌓여 언덕을 이룬 부지의 경사를 따라 매스를 계단식으로 배치했다. 각 1m의 높이 차를 두고 형성된 세 개의 테라스는 기존 지형을 연상시킨다. 산 바위로 둘러싸인 후면을 제외한 집의 모든 시점에서 동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데, 동해안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으로 알려진 간절곶과 잔잔한 파도가 이는 진하해수욕장 등 서생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 개의 직사각 매스는 위요된 중정을 품은 ㄷ자형으로 배치했다. 지상층에서 바라보면 단일한 ㅡ자형으로 보이지만, 분홍색 콘크리트 타일 파사드 뒤로 다양한 켜의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외장재로 사용한 콘크리트 타일은 주변 흙의 색감과 굽이치는 파도에 조응하도록 했다. 파사드는 일출 시 불그스름한 빛을 내비치며, 일조량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진입부의 콘크리트 계단은 강바위로 쌓아 올린 옹벽을 지나 주택의 입구로 연결된다. 처음 구상했던 옹벽은 좀 더 거친 바위를 적층하는 형태였으나, 원하는 자재를 수급하기 어려웠던 까닭에 현재는 다소 인위적으로 조성된 인상을 준다. 마당의 짙은 화산석 포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식물들에 의해 다시 잠식되고 풍경의 일부로 자리 잡도록 의도적으로 거친 모습 그대로 남겨두었다. 정원에 쌓아둔 큰 바위들은 조경이 비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하는 실용적 장치이자 극적인 건축적 제스처다. 또한 이 바위들은 270도로 펼쳐진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한다. 바위의 가장자리에서는 주변 숲과 조경된 환경 사이를 중재하는 야생식물들도 발견할 수 있다.

 

 

 

중정에는 추운 계절에는 낙엽이 지고, 따뜻한 계절에는 무성한 그늘을 제공하는 수목을 심어 환경 제어 기능을 하도록 했다. 조경 설계에 있어 적절한 수종을 선택하기 위해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 뜰과숲과 협업했다. 부지 내 네 개 구역을 구획해, 각 지형 내의 다양한 특징과 미세 기후 환경을 극대화하는 식물을 배치했다. 저지대 식물은 바위 사이의 흙을 보호하고, 상록수는 노출된 동쪽 경사지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며, 풀들은 건물 앞 풍경이 주인공이 되도록 배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식재 계획을 내부 및 외부 마감과 동일선상에 둠으로써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설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기 전 깊은 처마를 조성해 한국 전통 주택의 요소를 경험하도록 했다. 그 연장선에서 기단과 댓돌을 마련해 바깥에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향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감나무가 심긴 집 뒤편에는 감을 걸어둘 수 있는 철제 걸이를 설치해 음식을 매달아 보관하는 한국의 옛 전통을 살리고자 했다. 이렇듯 현대적 디자인에 전통 요소를 접목한 것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해외에서 보내 이 집을 일종의 귀향처럼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내부 공간의 배치는 집 앞 풍경을 지배하는 바다를 중심으로 계획했다. 마당과 이어지는 거실에서 바다를 바라볼 때에는 아무런 시선의 제약이 없지만, 중정을 지나 집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다의 원경이 마치 그림처럼 담긴다. 전면의 큰 창을 제외하고도 군데군데 개구부를 내어 안에서도 충분히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바다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사색에 적합하고 사적인 분위기의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창문이 거의 없는 북쪽 입면은 외부에서 들여다보기 어려워, 가장 사적인 방들을 북쪽 가장자리에 배치했다. 한편 개방적인 남쪽 입면에서는 외부와 내부 사이 적극적인 시선 교환이 일어난다. 지형을 따라 자연스레 조성된 각 층은 생활의 분리를 만들어내며 공적, 사적 간격을 더한다. 건축주는 가족이 함께 공간을 누리면서도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앞마당과 이어진 거실이 가족과 친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계단을 올라 도달하는 각 실과 서재 등은 조용한 사색의 공간이다. 이렇듯 지형에 따른 배치가 일반적인 단층주택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의 구획과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내부 마감재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따뜻하며 푸근하고 촉각을 자극하는 재료를 택했다. 라왕 합판과 맞춤 제작한 테라조가 그것으로, 목재가 따뜻한 촉감을 준다면 테라조는 더운 계절에 시원한 표면을 제공한다. 아열대기후를 지닌 지역에서 테라조의 방열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라왕 합판은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이면서 자연스러운 시각적 변주를 더할 수 있는 재료라는 이점이 있다. 또한 습한 날씨에는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날씨에는 수분을 내보내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처럼 마감재를 단순히 심미적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부여해 건물의 경제성을 높이는 일 또한 주요 과제였다. 특히 건축주는 많은 수납공간을 원했는데, 합판을 마감재이자 가구로 활용했다. 재료가 지닌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밀한 디테일을 구현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서생집은 한국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룬 집이다. 방향, 재료, 그리고 색상 등 디자인의 주요 요소를 선택함에 있어 주변 경관과 풍경을 존중하고자 했다. 조용한 안식처가 되어주면서도 온 가족이 모여 연중 행사를 함께할 수 있는 이 집은 여러 대륙에 흩어져 사는 건축주 가족에게 중요한 장소다. (진행 김지아 기자) 

 

 

월간 「SPACE(공간)」 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스튜디오 위브(안제형)

설계담당

건축사사무소 디오엠에이(김성준)

위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15㎡

건축면적

161.51㎡

연면적

199.75㎡

규모

지상 1층, 지하 1층

주차

1

높이

7.9m

건폐율

19.82%

용적률

16.6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콘크리트 패널

내부마감

콘크리트, 목재, 테라조

구조설계

(주)은구조 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금강디엔에스(주)

시공

(주)한국쏠텍

설계기간

2018. 8 ~ 2019. 12

시공기간

2020. 4 ~ 2022. 9

조경설계

뜰과숲


안제형
안제형은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2008년 스튜디오 위브를 설립했으며, 영국과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교, 공원 등 공공시설에서 대규모 주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축 작업 외에도 예술과 건축 분야의 연구 및 출판 프로젝트를 전개해왔으며,
AJ 건축상, 시빅 트러스트상,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