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8월호 (통권 669호)


정의엽, ‘녹아내리는 경계’ 연작, 캔버스에 유채, 90.9×72cm, 2022
녹아내리는 경계의 집
제주도 서측 해변에 위치한 작은 별장이다. 이 지역은 갯바위와 돌담을 따라 펼쳐지는 바다와 오래된 마을, 그리고 해 질 녘 석양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비정기적으로 사용되는 건물임을 고려해 일상적 기능이 아니라 거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녹아내리는 경계의 집’을 계획했다. 먼저 집을 주변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갯바위와 비슷한 모습으로 배치했다. 갯바위처럼 사람이 올라갈 수 있고,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 언뜻 막힌 듯 보이는 벽과 지붕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어 빛과 비바람을 투과하고, 바다 풍경을 내부 깊숙이 받아들인다. 큰 구멍(보이드)은 1층의 중정이나 필로티로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며, 2층의 거실과 테라스가 되기도 한다. 모든 레벨의 내외부 공간은 연결되고 서로 보고 보여져 거주자는 자연의 일부로 통합되는 경험을 한다. 창은 일반적으로 밖을 투명하게 보여주나 이곳에서는 창밖에 설치한 UHPC(초고성능 콘크리트) 패널의 미세한 구멍에 의해 시시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된다. 타공 패널이 구조벽과 일체되어 보는 거리나 각도, 빛에 따라 막힌 벽처럼 보이기도 하고 투과성이 있는 창처럼 보이기도 한다. 석양이 질 무렵이면 노을빛이 새어들며 콘크리트 벽이 녹아내리듯 붉게 물든다. 이 집에 거주할 때만 볼 수 있는 빛일 것이다. 막혀 있지만 뚫려 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교란된다. 자연의 찰나의 변화와 동기화되어 그 일부가 되고, 그 순간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장소가 된다. 이러한 경험이 거주자의 지각적 관성을 흔들고, 거주 방식 자체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글 정의엽 / 진행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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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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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엔디(정의엽)
양준희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단독주택
234㎡
127.23㎡
90.47㎡
지상 2층
1대
6.48m
54.37%
38.66%
철근콘크리트조
노출콘크리트, UHPC 패널
타일, 페인트
유성기술단
2019. 11. ~ 2020. 10.
2021. 4. ~ 2022. 5.
김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