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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빛

에이엔디

임지택(한양대학교 교수)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에이엔디
background

북쪽빛은 강남 신사동의 내부 골목 상업 가로에 위치한다. 서울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근린생활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작품으로, 방문 전부터 프로젝트에 임했던 건축가의 고충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근린생활 건축물의 리모델링 작품을 논할 때는 그 한계와 가능성의 경계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예산, 건설 환경, 기능과 프로그램 등 대부분의 한계가 이미 정해진 가운데 숨겨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아내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건축 작업이기에 매우 까다롭고 성공하기 쉽지 않았다. 근린생활 상업 건축물의 한계를 고려해 북쪽빛의 해법을 단순하게 평가한다면 매우 성공적이다. 단정한 외피의 깔끔한 외관과 셋백된 일층 상가와 정리된 옥외광고물은 혼란스러운 상업 가로에 모범적인 도시적 질서와 세련됨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빛의 매끈한 유리 파사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전통적 논점을 던진다.

 

단정한 외피의 깔끔한 외관과 셋백된 일층 상가와 정리된 옥외광고물은 혼란스러운 상업 가로에 모범적인 도시적 질서와 세련됨을 부여한다.

 

유리 건축

매끈한 유리 파사드의 반사와 투과, 이미지의 겹침에 의한 투명성은 근대건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19세기 독일의 건축가였던 고트프리드 젬퍼에 의해 시작된 텍토닉 논의는 근대건축에서 기술에 의한 ‘외피와 구조, 공간 분리’의 이론적 배경으로 사용되었으며, 건축적 장식과 본질의 드러냄 사이의 구분점들을 형성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그의 대표적 걸작인 시그램 타워에서 I 형강 멀리언과 유리의 결합을 통해 시그램 타워의 숨겨져 있는 강건한 철골 구조를 암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스의 유리 건축은 전 세계에 유리 마천루의 상징으로 널리 퍼졌으며 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진 현대건축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창출했다. 독일 유리사슬연맹에서 꿈꾸던 이성의 상징으로서 수정같이 빛나는 유리 건축은 미스에 의해 시카고학파의 마천루와는 전혀 다른 계보의 현대적 유리 건축을 탄생시켰으며 이들은 지금도 우리의 도시를 채우고 있다. 유리는 빛에 반응하는 재료 본연의 속성으로 인해 투명, 반투명, 불투명, 산란, 반사 등 풍부한 건축적 표현력을 제공하기에 현대건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재료다. 건축가들은 유리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표현력을 이용해 건축물의 의미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유리 건축의 투명한 볼륨은 미래와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상징으로, 또한 민주주의와 절차적 정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건축적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욕망

유리 건축은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건축가들이 꿈꾸던 이성의 상징으로서 빛나는 프리즘보다는 대도시의 환락적인 빛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이 투영된 상징으로 자주 인용된다. 대도시의 자본은 빛나는 유리타워로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욕망을 실현한다.

북쪽빛은 이런 의미로 보면 상당히 소박한 욕망의 투영이다. 건축주는 상업 가로에서​ 본인의 존재감이 투영된 단정한 사옥과 상업적 임대 공간을 원했을 것이며, 건축가는 유리 파사드를 통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기하학적인 형태의 말끔한 유리 파사드는 이웃한 근린생활 건물과는 차별화된 세련됨을 보여주지만 주변과 통일된 건축선과 단순함으로 자신의 욕망을 숨긴다. 북쪽빛은 사옥에서 흔히 보이는 무절제한 자의식 과잉으로 발전되지 않았으며, 규모와 현실적 상황은 오히려 효과적으로 건축을 제어하는 듯하다. 북쪽빛은 이렇게 유리와 빛으로 자신의 욕망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내부의 켜와 외부의 켜에 교차로 설치된 금속반사판과 투명한 유리판은 유리 파사드의 투명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파사드 더블스킨의 상부가 옥상에서는 주변 시선과 바람, 직사광선을 차폐하는 파빌리온처럼 확장되어 쓰인다.

 

마스크

북쪽빛에는 더블파사드 시스템이 외관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유리 외피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유리 파사드의 투명성 실현을 위해 발전한 더블파사드 시스템을 전형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쪽빛은 여기에 몇 가지 트릭을 사용해 보통의 더블파사드 시스템 건축과 차별을 꾀한다. 투명과 불투명 패널을 교차 사용해 유리만 사용했을 때의 투명성을 거부하고 내부의 이중 반사판을 이용해 예기치 못한 빛의 반사를 만든다. 내부의 켜와 외부의 켜에 교차로 설치된 금속반사판과 투명한 유리판은 전통적인 유리 파사드의 투명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저녁이 되어 더블파사드 내부의 조명이 켜지면 이런 불규칙한 빛의 반사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고, 건축의 내부는 인지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내부의 기능과 실은 빛의 반사와 확산을 통해 파사드 뒤로 숨고, 건축물은 독특한 유리와 빛의 마스크를 쓰고 화려함을 요구하는 강남의 상업 가로에서 세련됨을 연기한다.

 

첫 번째 켜와 두 번째 켜의 수직적 어긋남, 층을 이해하기 어려운 수평선과 구조가 숨겨진 수직선 분할은 건축가가 하나의 전략에 집중하여 다른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숨겼음을 보여준다.

 

패턴 랭귀지?

북쪽빛은 주 파사드와 주 사용실들이 북측 상업 가로에 면한 건물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건축가는 불리한 향의 조건을 건축의 주 이슈로 끌어올리는 영리한 전략을 세웠다. 유리로 만든 이중 마스크를 사용해 북측의 단열층과 건축물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북쪽빛의 내부 구조는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다. 첫 번째 켜와 두 번째 켜의 수직적 어긋남, 층을 이해하기 어려운 수평선과 구조가 숨겨진 수직선 분할은 건축가가 하나의 전략에 집중하여 다른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숨겼음을 보여준다. 내부 공간의 이야기가 빈약할 수밖에 없는 리모델링 프로젝트이기에 수긍이 가는 전략이다. ‘숨김의 전략’은 솔직하고 효과적인 해법이다. 가짜 외피를 부착하여 가공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여타 상업 건물과 달리 빛을 이용한 파사드의 효과는 건축을 비물질화하며 추상적 이미지만을 남긴다. 투명함과 반사가 만들어낸 빛과 면의 구성이 건축 자체가 되었다. 추상적으로 구성된 파사드 면 뒤로 숨은 건축은 현대적 양상을 잘 보여주며, 현대사회의 특징인 예기치 않은 다면성과 동시성들이 내부와 외부 사이에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건축물은 결국 크기와 형태가 있는 물리적 실체고, 파사드의 추상적 패턴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면의 구성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면을 구성할 것인지, 단위 요소를 구조주의적으로 반복하고 변형하여 면을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직관적으로 이미지를 선택할 것인지 등은 우리 자신에게 항상 필요한 질문이다. 렘 콜하스는 파사드의 면 구성이 의미 없음을 교의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내부의 공간과 프로그램이 외부와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얇은 피막이 파사드가 되며, 단면적인 구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쪽빛에서는 숨김의 전략을 채택하였기에 파사드의 면 분할과 구성의 문제가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건축가의 본질적 의도와는 달리 파사드의 패턴이 전면에 등장했고, 패턴의 논리적 설명과 미학이 중요해진다.

 

내부의 기능과 실은 빛의 반사와 확산을 통해 파사드 뒤로 숨고, 건축물은 독특한 유리와 빛의 마스크를 쓰고 화려함을 요구하는 강남의 상업 가로에서 세련됨을 연기한다.

 

많은 논점에도 불구하고 북쪽빛은 한국 건축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상황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이며, 현대의 일상적인 한국 건축이 어떠한 진지함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진행 이지윤 기자>

 

설계

에이엔디(정의엽)

설계담당

송승희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67길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00.8m2

건축면적

195.91m2

연면적

1,466.17m2

규모

지상 6층, 지하 1층

주차

10대

높이

21.2m

건폐율

48.88%

용적률

287.1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알루미늄패널, 투명복층유리

내부마감

타일, 페인트

구조설계

터구조

시공

연우건설

설계기간

2016. 9. ~ 2017. 1.

시공기간

2017. 3. ~ 8.

건축주

(주)동남코리아


정의엽
에이엔디(AND) 대표로,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통해 이질성의 공존과 생성적 차이의 구축을 탐구하고 있다.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건축 BEST 7’과 2017년 아메리칸건축상 (AAP)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 한일현대건축교류전 〈같은집 다른집〉,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의 전시에 초대작가로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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