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도 안온한 하루: 제주 소우주 주택+스테이

육지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와 가족들과 함께 터를 잡은 건축주가 한층 더 단단히 뿌리내리게 된 서광리는 제주 남서쪽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대지로부터 반경 2km 내에 인접한 국제 학교를 중심으로 소위 영어마을이라고 불리는 주거 단지가 형성되어 타지인 유입이 많은 지역이지만, 대지 주변은 비교적 고즈넉한 제주 특유의 마을 느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

지역색을 담아낸 마당

건축주 가족에게 필요한 연면적에 비해 대지가 큰 편이라서 마당과 건물의 관계를 고민했다. 다채로운 역할을 하는 내외부 공간이 재미와 리듬감을 갖게 하려고 마당을 크게 네 개로 분할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건물을 十자 모양으로 배치하여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개의 테마 마당(그늘마당, 주차마당, 잔디마당, 이끼마당) 공간을 계획했다. 제주의 지역색이 도드라지는 자연 요소와 제주의 주거 형태인 안거리-밖거리 구조를 반영했다.

투숙객을 배려한 별채

'소우주'는 계획 초기부터 실제 거주할 안채와 프라이빗 렌탈하우스(농어촌 민박)로 활용할 별채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안채와 별채가 서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었다. 이를 위해 안채를 진입도로에 인접한 위치에, 별채는 대지 안쪽 깊이 아늑하게 배치하였다. 별채에 머무는 투숙객이 더욱 조용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길 바라는 공간적 배려였다. 별채로 가기까지 안채를 무조건 지나야 하는 문제는 안채와 별채의 출입구를 분리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투숙객은 대지 북측에 별도로 마련된 전용 주차장에 주차 후, 매력적인 올레길을 따라 별채로 진입한다. 기다란 진입 동선을 따라 심어진 나무들은 투숙객에게 환영받으면서 차분히 산책하는 느낌을 선사하며, 동시에 안채를 은은하게 가려주는 차폐조경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안채의 북측으로는 투숙객이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건축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주 가족과 투숙객 모두가 서로의 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가족이 모이는 거실은 건물의 제일 남측에, 가장 사적인 공간(침실)은 2층에 배치했다.

별채에서는 기존 보편적인 주거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공간과 재료, 마당을 만끽하길 원했던 건축주의 바람은 실내외 마감 및 가구, 공간 구성에서 드러난다. 목재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어, 각 공간의 용도와 목재의 성질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수종을 결정했다. 내외부에 네 가지 종류의 목재(멀바우, 옐로우시다, 아프젤리아, 하이그레이드 등)를 마감재로 사용해 '소우주'는 안팎으로 안온하면서 친환경적인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목재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이징(ageing)되면서 나이테처럼 히스토리가 쌓이는 유산이 될 것이다.

제주의 오름을 닮은 집

'소우주'는 보통 주택에 한두 개 정도 솟아있는 박공지붕이 여섯 개나 있다. 스테이에 잠시 머무는 투숙객의 색다른 경험을 위해 단순한 외관 디자인보다는 조금 더 유니크한 건축미가 돋보이도록 했다. 이 여섯 개의 박공지붕의 나열은 입체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마치 제주의 오름들을 연상케 한다. 실내에서는 높은 천장고를 확보할 수 있어 훨씬 더 큰 개방감이 느껴지고, 다락 공간의 활용으로 풍부한 수직적 경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처마를 외벽선보다 길게 빼내어 자연낙수가 가능하고 별도의 선홈통이 필요 없어서 깔끔한 입면 계획이 가능했다.​ (글 김창균 / 진행 유진 기자)​

평면도

정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