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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쌓아온 집과 땅의 잠재력: 고라미 집

드로잉웍스

김영배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드로잉웍스
진행
유진 기자
background

 

 

 

한 집안이 대대로 삶을 꾸려 왔던 땅 위에서 50여 년의 세월을 지낸 ‘고라미 집’이 새롭게 고쳐졌다. 집이 위치한 곳은 ‘고라미(고래미)’ 마을이라 불리던 충북 제천의 고암동. 건축주 부부는 함께 도심에서 생활하다가 5년 전부터 남편이 노모를 모시며 제천으로 옮겨왔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내는 주말마다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라미 집에 처음 방문했던 초겨울, 마당에서 건축주 가족이 내준 오미자 차와 고구마를 먹으며 집에 얽힌 추억을 듣고 옛집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을 담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던 중에 해가 저물었다. 마당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지붕 너머 깊숙이 햇살이 들었다. 가족들과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풍경을 감상했다.

 

현대 건축에서는 디테일이 치밀하고 정교할수록 멋지다고 평가받지만, 통찰을 주는 토속적 요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고라미 집은 조선시대의 양식을 따르는 한옥집이 아니다. 삐뚤빼뚤한 소나무를 얼기설기 쌓아 지은 집에 치밀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래된 농가의 구조는 어수선했다. 지붕 구조틀 아래 평천장은 시멘트와 흙벽 두 겹으로 시공돼 기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고, 외부의 흙벽 역시 기울어 있었다. 구조용 파이프로 고정하여 철거했는데도 일부가 무너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허물기에는 아까운 집이었다. 자연의 선형을 닮은 토속적 요소들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깊은 처마는 빛과 바람이 지나가는 마당의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건축주 남편 역시 손주들과 함께 찾을 정도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건축주 부부의 생활과 자녀들의 방문을 고려하면 신축하는 쪽이 나았지만, 옛집의 풍경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옛집에서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건축주와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짓기보다는 생활의 편리함은 보장하되 옛집만의 감성은 살리고자 하는 건축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을 비우고 드러낼지, 무엇을 남기고 덧씌울지 고민했다. 각각 형태와 역할이 다른 ‘ㄱ자’ 본채와 ‘ᅳ자’ 행랑채가 ‘ㄷ자’ 형태로 마당을 에워싸는 배치를 그대로 살리되 실 구성에는 변화를 주었다. 본채에 자리잡은 세 개의 방 중 한 개를 거실로 변경했고, 채광창을 내면서 형태가 바뀌었다. 본채 거실과 주방은 ‘ㄱ자’ 공간의 연결부에 구성했고 양 끝단에 방 두 개를 배치했다. 천장 서까래를 남기고 그 위에 합판을 얹어 단열재를 설치한 덕분에 거실과 주방은 높은 천장고를 갖게 되었다. 창고로 사용하던 행랑채는 방과 욕실 각각 한 개씩만 구성하면서 매력적인 질감과 흔적을 유지했다. 게스트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행랑채는 길에서 마주하는 주택의 첫인상으로, 도로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주택을 적당히 보호하는 담장의 역할도 겸한다.

 

 

시야가 동쪽으로 시원하게 개방되어 바람이 드나드는 마당에는 50년이 넘은 서까래와 행랑채 창고 문으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남겼고, 본채에 있던 구들장을 조경석으로 활용했다. 삐뚤빼뚤하게 쌓여있던 나무와 조화를 이루도록 서까래는 남겨둔 채 그 위를 합판으로 겹겹이 덮어서 시공했다. 지붕은 어긋나게 자리한 두 채의 건물을 하나로 이어준다. 넘실대는 형상의 지붕에 쓰인 금속틀은 기존 목구조를 피해서 설치했다. 지붕 외부는 천연 슬레이트를 활용해 정교한 설계 의도를 넘어서는 패턴을 만들어냈다. 묵직하게 집 위에 눌러앉은 지붕은 뒷산의 능선을 닮아 여러 경사를 가진다.

 

길에서 보이는 집의 모습과 입구에서 마당, 마당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장면, 마당이 외부로 열리는 풍경에 주목해보면, 구법과 양식, 재료 측면에서 옛 방식과 현대적 방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드러내고 덧씌우며 오랜 시간 쌓아온 고라미 집과 땅의 잠재력은 과거로부터 현재, 나아가 미래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글 김영배 / 진행 유진 기자)

 

 

 

고라미집 모형

고라미집 단면도 1, 2

고라미집 배치도(좌), 평면도(우)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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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김영배

설계담당

배수은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 1층

주차

1대

구조

기존 목구조+경량철골구조

외부마감

스타코, 천연슬레이트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인터이앤씨

시공

(주)인디자인플러스

설계기간

2021. 12. - 2022. 02.

시공기간

2022. 03. - 2022. 08.

공사비

3.1억 원

인테리어설계

드로잉웍스


김영배
대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메타건축에서 실무를 했다. 2018년 드로잉웍스를 설립한 이후 미술,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장소에 잠재되어 있는 흔적을 재해석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설계와 제작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위해 2021년 시공관리 전문회사(PM)인 공정도가를 공동 설립해서 디자인-빌드 오피스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