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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을 다르게 채우다: 귀농 농업인 주택

이대우건축사사무소

이대우
사진
조엘 모리츠(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이대우건축사사무소
진행
유진 기자
background

 

한 채가 아닌 여섯 채. 도심이 아닌 농촌에 자리 잡을 집. 여섯 명의 건축주. 기초적인 정보만을 가진 채로 대지를 답사했다. 대지에 방문해 살펴본 주변 농가 주택들은 온전히 기능에만 충실한 내부 지향적인 모습이었다. 마당이라는 훌륭한 공간은 있지만 사계절 변하는 자연경관을 집안에서 느끼기에 부족해 보였다. 평면 또한 어릴 적 경험했던 시골집의 앞마당, 뒷마당과 바로 연계되는 홑집형태가 아닌 흔한 아파트 평면과 다를 바 없는 겹집형태였다. 주변 농가주택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은 설계의 시작점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건축주 여섯 가구는 각자 서로 다른 삶을 살다 전북 진안에서 귀농이라는 고리로 엮인 사람들이다. 떨어져 살다가 가까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설계를 의뢰했다. 여섯 가구는 30평 세 채, 25평 한 채, 22평 한 채, 8평 한 채로 이뤄진 단지형 단독주택을 원했다. 각기 다른 규모의 집이 한 마을처럼 보이고, 이웃 간에 소통하는 공간을 가지는 동시에 프라이버시도 보호해야 했다.

 

남쪽으로는 진안고원산맥, 섬진강, 농지가 펼쳐져 있고, 북동서 쪽은 나지막한 산세로 둘러싸여 있었다. 계획 대지는 기존 농촌 마을에서 400m 정도의 농로 연결되고, 9m 고저차가 있는 경사진 나대지였다. 마을의 진입 시퀀스부터 진안고원산맥의 중첩된 이미지를 선형의 시간 속에 투사하고 싶었다. 마을 진입, 도로, 마당, 집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흐름이 주변 풍경과 결합된 주택의 특징이 되었으면 했다. 땅을 만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진입도로에서 경사져 내려간 대지는 9m의 고저차가 있어 먼저 단지 내 경사도로의 선형을 잡고, 그 도로와 연결되는 여섯 개의 대지로 나누었다. 여섯 개의 대지는 약 1.4m의 레벨 차이가 나는 기단을 형성하였고 이 기단은 집을 형태를 잡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내향적인 ㄷ, ㄱ자 형태의 집, 지형에 순응하는 낮은 박공지붕 형태의 집, 단차가 나는 대지를 이용해 자연경관을 품는 집이 되고자 했다.​

 

ⓒ김동규

 

ⓒ김동규

 

ⓒ김동규

 

지붕 계획 대지는 진입도로보다 레벨이 낮다. 집을 내려다보면서 진입한다는 얘기다. 단순한 형태의 박공지붕이 주변 풍경과 오버랩되기를 바랐다. 평면과 규모가 다른 여섯 채의 집들의 경관을 묶어주는 역할도 한다. 어린 시절 외갓집 처마 끝에 떨어지던 하늘, 햇살, 빗물 등을 기억하며 지붕의 적절한 스케일을 정했다. 지붕 넘어 나무와 하늘을 담아내는 배경으로서의 지붕은 가볍게 얹혀 있기를 바랐다. 단순한 형태의 지붕은 목구조, 단열재, 골강판의 결합방식을 보여줘 각 재료의 물성이 드러나게 했다.

 

현관/전실 집안에서의 첫인상, 환대하는 공간. 현관은 집안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단순히 신발을 벗고 거실, 방으로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햇빛이 들어 밝고 따뜻한 공간, 주변 풍경과 오버랩되는 전실이길 바랐다. 마당을 통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넉넉한 스케일의 공간에 자연 채광과 주변 풍경이 들어오는 창과 마주하게 된다. 신발장 및 수납장을 넉넉히 두어 기능성도 더했다. 모두 같은 형태, 스케일의 현관/전실을 계획했지만, 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집마다 다르다. 어떤 집은 작은 티테이블과 의자를, 어떤 집은 장식장, 어떤 집은 화분, 어떤 집은 그냥 비워놓기.

 

공용공간 가족 구성원의 공동생활공간, 서로 마주 보는 공간은 거실, 식당, 주방으로 단절하기보다는 하나의 큰 공간에서 구성원 간의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마당으로 난 큰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확장되고, 마당과 남쪽 진안고원산맥 풍경이 오버랩된다. 박공지붕으로 층고를 확보해 공간감을 더했고, 천장 목구조를 노출해 벽과 대비되는 구조미를 드러낸다. 집의 규모에 따른 적정한 스케일을 고민했다. 주방은 상부장 없이 넉넉한 사이즈의 아일랜드 테이블과 키큰장으로 구성했다. 설계 당시에는 건축주들이 주방의 위치가 노출되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수납공간이 부족할까 봐 우려했지만, 거실, 식당, 마당과 연결된 주방은 소통이 일어나면서 사용하기 편한 공간이 되었다.

 

마당 “골짜기 지형이라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데, 마당에만 들어오면 바람이 들지 않아 너무 편안해요. 대문과 담장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보호받는 느낌도 들고, 앞집 지붕이 낮아 전망이 틔어서 답답하지도 않아요.” 입주 후 건축주의 반응이다. 여섯 개 집 모두 마당을 집 안 거실과 연계했지만, 집마다 다르게 사용한다. 데크를 깐 모임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연못이 있는 정원이나 잔디 마당도 되고, 근사한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여유를 선사하는 장소도 된다. 살아가는 사람들이 집을 채워나간다. 같은 크기로 비워진 곳을 다르게 채우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여섯 가구가 각각 요구하는 규모에 따라 기본 단위 유닛(12 x 12 x 12 feet)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기본 단위 유닛은 목구조 부재 규격, 주거생활의 합리적인 폭, 대지의 높이차를 고려해 계획했다. 콘크리트 매트 기초 위 경골목구조 결합방식으로 콘크리트기초는 지면으로부터 목구조를 보호하고, 경골목구조는 부재(목재) 규격 사이즈의 이용과 절단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해서 시공성, 경제성을 고려했다. (글 이대우 / 진행 유진 기자)

 

단위 유닛 다이어그램

 

배치도

 

 

단면도 1, 2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이대우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이대우

위치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봉황길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223㎡

건축면적

476.69㎡

연면적

476.69㎡

규모

지상 1층

주차

3대

높이

3.83m

건폐율

21.44%

용적률

21.44%

구조

경량목구조

외부마감

테라코트, 골강판

내부마감

실크벽지, 이건마루, 내수합판

구조설계

이대우건축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이대우건축사사무소

시공

직영공사(M건축)

설계기간

2019.01. ~ 2019. 06.

시공기간

2019. 08. ~ 2021. 01.

건축주

허서구, 허종문, 한명재, 박재홍, 이보안, 김종학, 박건남, 유수진

인테리어설계

이대우


이대우
전주대학교, 경희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성용도시건축과 원오원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쌓았고, 2019년 이대우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대지와 주변컨텍스트와 관계 속에서 집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탐구하며, 공공건축에서 개인단독주택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규모, 다양한 용도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