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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둥글집

일상건축사사무소

송성욱
사진
최진보
자료제공
일상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일상이란 무엇일까?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문득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떠올랐다. 차(茶)를 마시고 밥(飯)을 먹는다. 삶 속에 늘 있는 일이고 별일이 아닌 흔한 일이다. 다반사는 800년대 전후부터 불교에서 자주 쓰였던 말로 매일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상생활이 곧 깨달음의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하자는 의미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둥글집’은 “당신의 이상이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소박하지만 담대한 사무실 소개를 가진 젊은 건축가 일상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이다. 프로젝트는 남원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부모님의 남은 노후를 위해 아들이 의뢰하여 지어졌고 현재 양친과 그들이 모시는 노모가 생활한다. 프로젝트가 위치한 왕정동은 도농 복합 형태의 정주 환경으로 구성되고 간간이 보이는 텃밭과 함께 저층형 주거가 밀집되어 있다. 주변 박공형 주거 군집과 달리 단층으로 계획하고 주거를 부드럽게 감싸는 평지붕으로 마무리한 둥글집은 낮은 자세로 단아하게 대지에 앉아 있다. 오늘날 도시 주거 유형과 다름을 보여주고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적색 벽돌 외장을 다시 불러온 주택은 낯섦과 친숙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덕분에 이 프로젝트가 주는 묘한 감정은 집단적 기억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단독주택의 순수한 낭만성에 대한 환기로 귀결된다.

 

둥글집은 대지 활용도를 고려하여 2층으로 계획하지 않고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분리하여 사이 마당을 두고 펼쳐놓았다. 휴먼 스케일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적 공간은 과감하게 최적화되어 대지를 점유한다. 덕분에 적정 규모를 가지게 된 외부 공간은 내부 공간과 적극적인 상호 회복성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일상을 담아낸다. 거실의 앞마당은 손주들이 뛰어놀며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그 덕에 가족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한 마법 같은 정원이다. 부엌과 연계된 마당은 안주인의 정성이 깃든 장독대를 위한 볕이 드는 창고이며 텃밭을 일구고 난 뒤 등물을 부르는 예스러운 수돗가가 있다. 미닫이 전통 창호로 계획된 안방에 위치한 사이 마당은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침실의 영역을 확장하며 정적인 외부 조경을 들여놓는다. 노모의 방은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마당을 향해 열려 있다. 텃밭은 동선의 관점에서 주택의 후면 깊숙이 있어 접근이 가장 힘들었다. 열린 공간 개념이 아니라 먹거리 생산지로써 주인에게만 허락된 일터로 보였다.

 

 

 

건축적 장치로 담장을 다룬 방식은 이 집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주거의 경계에 최전선을 담당하고 장방향 대지 형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집의 단아함을 강화하는 수평성의 장치이자 켜(layer)다. 주변에 위화감을 주지 않는 눈높이 정도의 담장은 건물의 주 외장재인 적벽돌의 구법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그 결과 담장은 건축 어휘에서 동등한 구성 요소로써 총체성을 위한 프레임으로 존재한다. 디테일을 살펴보면 길이쌓기를 통해 일반적인 치장벽돌쌓기를 택했으나 수평 띠를 두껍게 강조한 모르타르 줄눈을 통해 안정감을 가진다. 진입부 노출콘크리트 담장은 적벽돌 담장보다 낮게 계획하여 켜를 설정하고 외부에서 사유지로 들어가는 전이 공간임을 인지하게 한다. 자연스러운 진입 램프를 통해 약간의 높은 레벨에 있는 현관과 마당에 들어선다. 단차를 활용한 계획은 외부 시선은 막아내고 내부에서는 담장 위로 바깥을 관망하도록 돕는 사적 영역성의 구축이다.

 

자전거 주차장과 농기구 보관 공간을 전면에 그대로 노출한 주 출입구 구성은 현관을 창고 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상한 경험이다. 실제로 건축주는 거실 창호를 통해 집을 드나든다고 한다. 현관에는 수납장 대신 노모를 배려한 핸드레일을 설치했고 편히 신발을 벗을 수 있게 도와주는 벽부형 쉼터가 있다. 집에는 두 개의 화장실이 있으나 욕조가 없다. 대신에 노모가 편히 앉아서 씻을 수 있게 옛날 동네 목욕탕에 있을 법한 턱이 있다. 그들의 공간은 건축계획 각론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기능적 관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집에 창고를 더 만들었으면 가족의 일상이 보다 편하지 않았을까 한다.

 

 

 

부엌의 수평 창호는 사이 마당을 관통하고 안방과 소통한다. 주 진입부에서 보았던 켜와 선형적 연계를 가지고 위치한다. 33평의 공간은 겹쳐진 레이어의 풍부함으로 확장성을 가진다. 장방형 부지 형태를 준용하는 공간 배열은 긴 동선을 가진 복도를 수반한다. 미로는 아니지만 깊은 선형 복도는 독립된 공간을 향하는 여정으로 정리되었고 바닥에 근접한 슬릿 창과 사이 마당의 등장은 사적 영역으로 가는 과정에 숨통을 트여준다. 도착한 부부의 침실과 노모의 방은 최적화되어 있으나 다소 협소함을 느낀다. 미닫이 방과 투명한 창호를 가진 복도 그리고 사이 마당의 차경으로 공간은 확장되지만 그래도 답답하다. 건축주가 원했는지 아니면 협소한 대지와 한정된 예산 속 건축가의 일상이 원했는지 모르겠다. 주택의 이상을 위한 상대적 일상도 존재하는 듯하다.

 

집의 뼈대를 만드는 일에는 과거 형틀 목수였던 건축주가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구축 과정 역시 낭만적이다. 하지만 삶의 공간을 내 손으로 짓는 건축주의 자부심과 건축적 실험을 실현하고픈 건축가의 논의가 다소 피상적인 질감(superficial texture)으로 마감된 처마로 나타난 점이 아쉽다. 시공의 완결성과 단열의 합리성으로 무장한 지붕은 프로젝트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적벽돌의 물성(materiality)을 연계하지 못하고 프로젝트에 작은 이질감을 남긴다. 창의를 근간으로 한 실험적인 태도는 경험을 통해 체득된 용이성의 유혹에 ‘둥글게’ 된 듯하다. 답습의 관성을 멀리하고 불안함에 기인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반적인 주택이 가지는 유형을 탈피하고 일상 구축에 집중한 건축가는 건축주의 노후 생활을 위한 이상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둥글집은 ‘정주 낭만성’을 획득하는 듯 보인다. 작년 5월에 완성된 주택이지만 건축주는 아직 집 정리가 많이 필요하다며 묵묵히 소일거리를 찾아 움직인다. 안주인은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예스러운 수돗가에서 씻고 저녁을 준비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는 말없이 볕이 드리우는 마당의 조경을 바라보며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이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형을 창출해낼 수 있는 건축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주택 설계가 다소 유형화되어 가는 길목에서 둥글집이 가지는 ‘다름’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덕분에 다양한 가치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재장전됨을 느끼며 건축에게 부탁하고 싶어진다. 만약 건축이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면 부디 다양하고 풍부해지길 바란다. 삶은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이고 우리의 건축은 ‘많을 다(多)’에 ‘나눌 반(班)’을 쓰는 일상다반사(日常多班事)이길.​ (글 송성욱 /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일상건축사사무소(김헌, 최정인)

설계담당

주유나, 박소연, 송수빈

위치

전라북도 남원시 서문3길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450㎡

건축면적

116.66㎡

연면적

108.76㎡

규모

지상 1층

주차

1대

높이

4.4m

건폐율

25.93%

용적률

24.1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치장벽돌쌓기, 스토 시그니처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친환경 수성페인트

시공

에덴건축

설계기간

2021.4. ~ 7.

시공기간

2021. 9. ~ 2022. 3.

건축주

설재남

조경설계

조경상회(이대영)


김헌, 최정인
김헌과 최정인은 2016년에 전주에서 일상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김헌은 전북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공부했으며, SD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와 논스케일에서 실무를 익혔다. 최정인은 국립순천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우리동인건축사사무소와 SD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현재 전주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일상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이 어려운 담론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담아내는 과정이 되도록 작업하고 있다. 삼연재로 2020 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최우수상을, 화담별서로 2021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주거 부문 금상을, 맘껏숲&하우스로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송성욱
송성욱은 울산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2004년 도미하여 미시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SOM에서 경력을 쌓은 뒤 LEED AP와 미국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2010년 귀국하여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비평적 이론을 통한 실험적 건축을 지향하는 MADs(Meta Architecture Design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서울대학교 체육문화교육연구동, 넥슨 강남사옥, 여수시립박물관 등이 있으며 여주박물관 여마관(驪馬館)으로 2017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