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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단독주택: 옥인단 단단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남정민 (고려대학교 교수)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9월호 (통권 658호)

 

단독주택 같지 않은 단독주택

사진을 통해 ‘옥인단 단단’의 외관만 보았을 때, 그 건물이 단독주택일 거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다. 외벽을 따라 있는 창의 배치를 보면 주거 공간의 느낌을 확실히 풍기지만, 정북 방향의 일조권 사선제한(이하 정북 일조)을 고려해 한 층씩 단이 지면서 만들어진 형태는 마치 근린생활시설이 포함된 다세대 집합주택, 혹은 소위 말하는 ‘꼬마빌딩’ 같은 인상이 강했다. 임대나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사옥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형상이었다. 층마다 단이 진 매스는 정북 일조가 적용되어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매스 형태지만, 막상 그 용도가 단독주택이라는 점이 색다른 흥미를 유발했다. ‘단독주택 같지 않은 단독주택’, 옥인단 단단의 첫인상이었다.

자연과 도시의 경계
옥인단 단단이 위치한 곳은 서촌에서도 카페와 식당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외부인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는 비교적 한적한 주거지다. 인근 지역에는 산자락을 따라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등 중·저층형 주거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높낮이 변화가 심한 서울다운 지형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는 인왕산 자락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도로에 잘리면서 만들어진 가파른 옹벽 위에 놓여 있다. 동측 주도로 맞은편에는 GS남촌리더십센터가 커다란 매스와 스케일로 주변을 압도하며 우뚝 들어서 있다. 대지는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하여 북쪽으로는 인왕산과 북악산 조망이 훤히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남산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산의 풍경을 온전히 담을 수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산자락을 타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심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살기에 좋은 위치였다.


사적 공간을 보호하며 단단히 놓인 성벽
옥인단 단단의 첫인상은 폐쇄적으로 느껴졌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성벽을 두르듯 외부로부터 내부를 막아선 모습 때문이다. 집의 모든 면이 갈색 벽돌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었고, 주도로에 면하며 외부에 드러난 입면에는 성벽에 창을 내듯 꼭 필요한 창과 문만 있었다. 또한 남측 골목에 면한 주 출입구는 2층 높이로 움푹 들어가 있어 여느 주택과는 다른 스케일과 공간감을 준다. 현관은 거대한 높이에도 불구하고 개방감을 주기보다는 깊은 그림자가 진 벽돌 틈새에 깊숙이 놓여 있어 성벽 같은 묵직한 인상을 더한다. 덕분에 옥인단 단단은 맞은편 GS남촌리더십센터 건물과 도로변의 다양한 시선으로부터 거주자의 사생활을 성공적으로 지켜내고 있었다. 비록 3층짜리 건물이지만 산에서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지형을 타고 앉으며, 보행자 눈높이에서는 맞은편의 GS남촌리더십센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볼륨감 있는 형태로 크기에 비해 육중한 존재감을 가진다. 이 존재감 덕분에 옥인단 단단은 마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이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멀리서부터 옥인단 단단을 보면서 마을이 시작됨을 인지하게 된다. 단독주택이 마을의 랜드마크가 되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자연을 향해 열린 북향
옥인단 단단은 30평 남짓(103.5㎡)의 작은 대지에 건축면적이 20평도 되지 않는(61.44㎡) 작은 건물이다. 밖에서는 커보이지만 실제 내부는 좁을 것이라 예상하며 들어갔는데 의외로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북측의 풍경을 담는 큰 창 때문이다. 현관을 지나 집 안에 들어서서 고개를 돌렸을 때 북측 창 너머로 보이는 산자락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이 풍경은 집의 각 층마다 펼쳐지며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대지의 위치적 특성이 한몫을 한다. 설계 초반,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주향을 북향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대지의 위치적 특성을 이용해 주변 풍광을 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한편, 정북 일조를 고려해 계단 위치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였다. 위치상 적절한 해법이지만, 주택에서 남향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흔치 않은 제안이었다. 건축주는 건축가의 과감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가치는 직접 방문했을 때 현장에서 느껴졌다. 북향의 빛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 남향처럼 눈부실 정도로 밝지 않고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고 뜨겁지 않을 뿐, 일관된 조도로 일년 내내 내부를 한결같이 밝혀주는 좋은 빛이다. 건축가의 과감한 제안과 건축주의 동의로 옥인단 단단은 북향집으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이미 건축주들은 북향의 창을 통해 지난 6개월 동안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일상에서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단단단 테라스
옥인단 단단은 1층에는 부모님이 2, 3층에는 장성한 자매가 살고 있어, 각자 개인 생활을 필요로 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인 집이다. 따라서 설계 단계부터 층별로 거주자의 개성을 반영하여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공간을 배치하고, 층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른 테라스를 두었다. 그 결과 가족들은 단독주택에서 함께 살면서도 자신만의 공간인 ‘단’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테라스 구성은 단으로 형성된 건물의 형태를 더욱 강조하며, 실내 공간이 테라스까지 확장되어 내부가 더욱 넓게 느껴지도록 한다. 창밖의 풍경을 창 너머로 보는 것과 문을 열고 나가서 이어진 외부 공간을 점유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계단, 화장실을 비롯해 층별로 필요한 실들을 밀도 있게 채워 넣었음에도 테라스가 있어 심리적으로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 층마다 균형 있게 분배된 테라스는 단이 진 건물의 정체성과 거주자의 개별적인 삶의 확장을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서울의 새로운 단독주택
서울에서 단독주택은 사라지고 있는 주거 유형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주거 유형 중 단독주택의 비중은 70%를 넘었지만 지금은 10%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 이 집들은 편리성과 부동산 가치 중심으로 상품화된 주거 시장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다세대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로 대체되거나 대규모 재개발과 함께 사라져왔다. 하지만 아파트가 지배적인 서울에서도 전체 인구의 35%는 여전히 중·저층형 주거에서 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아파트와 다른 스케일의 도시 풍경과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은 신축 단독주택의 존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옥인단 단단은 단독주택이 도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거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형적으로는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문화 속에서 생존력을 유지해온 다세대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의 모습을 띠면서, 내용물은 단독주택인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 것이다. 옥인단 단단의 평면을 유심히 살피면 일반적인 단독주택처럼 거주자의 특정한 생활 패턴에 맞춰진, 변형이 불가한 평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벽체만 일부 수정하면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될 수도, 심지어는 사무실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다. 건물의 활용을 생각할 때 향후 발생할 다양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진 것이다. 이는 밀도가 중요한 서울에서 단독주택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집을 방문했던 내내 건축주 부부는 미소를 띠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벽, 핸드레일, 계단참, 창문 크기와 창틀 하나까지 애정을 가지고 설명하는 부부의 표정은 건축가와 시공자의 노고와 함께 빚어낸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넘어서는 다양한 주거 유형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 옥인단 단단에서 서울형 단독주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글 남정민 / 진행 방유경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임승모)

설계담당

김재일

위치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03.5m²

건축면적

61.44m²

연면적

214.12m²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주차

1대

높이

9.41m

건폐율

59.36%

용적률

134.1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치장벽돌, 로이삼중유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원목마루,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주)토담이앤씨

기계,전기설계

(주)익스플래니트

시공

(주)쓰리스퀘어종합건설

설계기간

2020. 6. ~ 10

시공기간

2021. 2. ~ 12.


임승모
임승모는 창조건축과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후, 2017년에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는 ‘형태는 가능성을 따른다’는 모토 아래 환경시설물, 가구, 조형물,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2017년 아메리칸 아키텍처 프라이즈에서 우수 인테리어상을 받았으며, 2018년 「인테리어 디자인 매거진」이 고른 신진 디자이너 14인으로 선정됐다. 소슴당인으로 2022년 아키타이저 에이플러스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남정민
남정민은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OA-Lab 건축연구소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디자인 연구와 실무를 통한 현실 적용 간의 상호 연계로 관찰과 실험에 기반한 디자인이 일상 속에서 삶의 경험을 담고, 사회와 물리적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추구한다. 2009 미국건축가협회(MA주 챕터) 주택공모전 대상, 2015 미국건축가협회(국제 챕터) 건축 부문 대상, 2018 젊은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 2021 대한건축학회 무애건축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