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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도시로 향하는: 카사 에르난데스

랑가리타 나바로 아르키텍토스

사진
라파엘 트라피에요
자료제공
랑가리타 나바로 아르키텍토스
진행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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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2022년 9월호 (통권 658호) 

 

 

지하에서 도시로 향하는


마리아 랑가리타, 빅토르 나바로 랑가리타 나바로 아르키텍토스 공동대표 ×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카사 에르난데스는 마드리드 외곽, 신축이 들어서고 있는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다. 주변 건물들은 비슷한 입면과 외부 마감 재료를 사용한 반면, 카사 에르난데스는 뒤로 물러난 1층의 볼륨과 목재 마감 재료의 사용으로 인해 사뭇 다른 외관을 가지고 있다. 

마리아 랑가리타, 빅토르 나바로(랑가리타, 나바로): 마드리드는 대륙성기후로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우며, 일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마드리드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마드리드 주택에는 여전히 석재, 벽돌과 같은 비유기적인 재료가 사용된다. 이러한 재료는 높은 열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낮 동안 많은 양의 열을 축적하고 방사한다. 우리는 카사 에르난데스를 통해 다른 모델을 제안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열을 축적하지 않고 내뱉을 수 있는, 통기성이 큰 유기적인 재료를 모색했다. 우리는 목재가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재료인 동시에 지역의 거리를 쾌적하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박: 카사 에르난데스의 가장 큰 특징은 -3m 레벨에 애틀란틱 정원(Atlantic Garden)과 클라우디 정원(Cloudy Garden)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두 정원을 지하에 둔 이유와 정원들의 기능이 궁금하다. 

랑가리타, 나바로: 해당 지역의 도시계획 규정에 의하면, 도로와 주택 사이에는 3m의 가느다란 영역을 정원으로 남겨야 한다. 그 영역은 정원으로 활용하기에 협소하고, 관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대부분 콘크리트로 포장된다. 결국 많은 양의 열을 받아들이는 표면을 또다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도시계획 규정에 저항해 주택 안 정원 면적을 최대로 조성하고자 했다. 정원을 지하에 두어 정원의 면적을 넓힐 수 있었고, 열과 관련한 사항을 조절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아랍 전통에서 유래한 파티오라는 건축 요소를 사용한다. 땅속부터 시작하는 중정을 두어, 초목이 사실상 관개 없이도 살 수 있는 지하수면에 다가가게 하는 방법이다. 카사 에르난데스에서는 애틀란틱 정원, 클라우디 정원과 더불어 풀 가든(Pool Garden)이 파티오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원들은 여름에는 기온을 크게 낮추고 습기를 더해주고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대서양 초목이 얼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한다. 

 

 

 

 

박: 정원과 더불어, 수영장, 주차장 방향에 사용한 투과성 트라멕스(고저항 금속 메시)가 주택의 열 효율성과 공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해당 요소는 실제로 주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랑가리타, 나바로: 파티오와의 기능적 결합을 위해 트라멕스와 같은 투과성 표면이 필요했다. 공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하여 지하 정원으로부터 상향 환기가 발생해 주택 전체의 열기를 식히게 된다. 더불어 겨울에는 가능한 많은 햇빛이 많은 공간에 닿게 하고 바람을 막아주어, 매우 편안한 열 감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 한국에서는 빛, 습도로 인한 문제로 지하 주거 공간이 환영받지 못한다. 마드리드의 상황은 어떠한지, 이와 연관하여 카사 에르난데스를 계획할 때 유의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랑가리타, 나바로: 지하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가 일어나고, 겨울에도 빛이 충분히 유입될 수 있도록 단면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주택의 거실 공간은 지하 공간이라기보다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지상 1층과 같은 느낌을 준다. 마드리드는 서울보다 훨씬 건조한 환경이며, 습기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의 상대 습도는 보통 27%이며, 실제로 매우 낮다. 마드리드에서 습도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박: 정문을 열자마자 애틀란틱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램프를 마주하게 되고, 이 램프를 따라 주택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 또한 지역의 건축법에 대한 해법이라 들었다. 

랑가리타, 나바로: 이 지역의 경우, 주택은 도로 높이보다 1m 위에 위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법은 짧은 램프 동선으로 지하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는 울퉁불퉁할 수 있었던 진입 동선 레벨을 해결하는 동시에 풍요로운 지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해법으로 램프를 통한 편안한 진입을 떠올렸다. 방문자들은 이 램프를 통해 주택 안으로 진입하여, 바로 수영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주택에 진입하기 전 경치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카사 에르난데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아름답고 예상치 못한 순간이다. 

 

박: 나선형 계단은 강한 조형성을 가지고, 모든 층을 연결하고 있다. 나선형 계단과 연관하여 고려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랑가리타, 나바로: 계단은 주택 전체를 가로지르는 열 굴뚝의 일부다. 이는 모든 층을 환기시키고 뜨거운 공기를 상부에 있는 천창으로 이동시킨다. 사용자는 기류와 평행한 나선형의 움직임으로 계단을 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계단은 켜켜이 쌓인 주택 전체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데, 각 층의 분위기가 매우 달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색다른 감흥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됐다. 

 

 

 

 

박: 도면에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도면은 보통 스케일과 공간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색을 더함으로써 어떤 정보를 더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가? 

랑가리타, 나바로: 우리는 도면이 표현의 공간을 넘어, 대화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도면은 공간을 논의할 때 항상 제시되어야 하는 자료다. 건축주, 건설업자 또는 공공기관과 같이 건축과 관련한 모든 이들이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 도면 앞에 모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도면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곧, 다른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방법이며, 가능한 최상의 작업을 완성하도록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박: 도시 계획안 ‘풋사과(Manzana Verde, 2017)’에서 지중해 도시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외관, 정원의 온도 조절, 쾌락주의적 성격 등을 통합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번 카사 에르난데스에도 적용된 듯하다.

랑가리타, 나바로: 오늘날의 건축물들은 잠수함과 같다. 건축물을 기계로 상정해 환경을 관리한다. 패시브 하우스와 같은 계획안도 이에 해당하는데 전기, 전자, 기계를 사용해 외부와의 공기,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는 거주자의 참여가 필요 없기에 밀폐된 공간과 같다. 풋사과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지중해 문화를 바탕으로 작고 조밀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생산하고자 했다. 우리는 건축이 돛을 단 배인 범선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조직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물과 사용자 간에 최대의 노출과 최대의 호환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결국 기계를 통한 효율성보다 기존 에너지의 현명한 사용이 중요하다. 이는 햇빛, 그늘, 자연적 환기, 습기와 같은 천연 자원을 관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마리아 랑가리타, 빅토르 나바로
마리아 랑가리타와 빅토르 나바로는 2005년 랑가리타 나바로 아르키텍토스를 개소해 협업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2013년 미스 반 데어 로에 어워드 신진 건축 스페셜 멘션상, 제12회 스페인 건축 및 도시 비엔날레에서의 수상, 2012 ar+d 신진 건축상, 마드리드 건축학교상 등을 받았다. 그들은 마드리드 건축학교에서 건축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나바로는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