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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어쩌다가게로부터 탄생한 것들

박인영, 이진오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SAAI
진행
박세미
background

초심

2005년 어쩌다 건축사 자격도 없이 사무실을 시작했다. 올해로 건축사사무소 SAAI (이하 SAAI)를 법인으로 전환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내면이 이끄는 선택을 통해 변화를 거듭했다. 돌이켜보면 작업보다는 함께한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들과 공유하던 믿음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서교동-상수동-망원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동안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정처 없었을 것이다.

2011년 「SPACE(공간)」 520호 ‘젊은 건축집단 탐침’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사무실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다른 구성원이 SAAI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거나, 혹은 외부에서 다른 건축가와 협업하는 자율적인 운영방식을 꿈꾼다” 라고 밝힌 때문일까? 파트너 박창현(현 에이라운드 아키텍츠), 임태병(현 문도호제), 김성준(현 d.o.m.a) 소장을 비롯한 여러 식구들이 SAAI를 거쳐 독립했고, 외부 건축가 혹은 건축사사무소와의 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SAAI가 “오래 두고 봤을 때 깊은 고려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시간을 쓰고, “후배들에게 보통 가정에서 자라 국내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아틀리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발언에 책임질 수 있기를 바란다.

 

동네건축가

홍대 앞의 ‘동네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후 우리는 지금까지 합정, 망원, 성산, 연남, 동교, 서교동에 총 11개의 작업을 완성했다.

“홍대에는 사람 사이에 존중과 관용의 문화가 있다. 주변의 생활과 맥락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 특별한 위계가 있다기보다는 개별적인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다. 우리가 설계하는 공간들 역시 병렬적이고 자율적인 공간들의 집합이다. 그 공간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집중한다. 따라서 통합적으로 위계 지은 공간은 거의 만들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홍대 앞 상업시설 또한 개별 공간의 자율성과 관계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였다. ‘용적률게임’을 통해 용적률 산정용 연면적에서 제외되는 발코니 확장면적, 테라스, 발코니, 외부 계단은 관계 형성의 매개이자 우리의 작업 개성을 드러내는 요소가 된다.

사옥의 성격을 지닌 상업시설은 좀 덜하지만 임대 상업시설은 건축의 목적이 사적 이윤 만족이 최우선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공공성과 공간적 풍성함이 상업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임계점을 찾아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고 승인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업 중에는 건축주를 어렵게 설득하여 반영한 건축적인 장치가 임대 이후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기획해서 설계하고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때부터 자라고 있었다.

 

공무점이 기획, 운영하고 SAAI가 설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 ‘어쩌다가게@동교’는 2층 단독주택을 리노베이션하여 만들어진 9개의 가게들이 공유 공간과 정원을 함께 사용한다.

 

어쩌다가게의 출발

‘어쩌다가게’는 2014년 4월 동교동의 첫 번째 가게를 시작으로 2016년 5월 망원동에 두 번째 가게를 선보였다.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지만, 아이디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여물어온 것이다. ‘어쩌다’라는 이름은 김자현과 이영지 씨의 2012년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전공 졸업전시 작품 ‘어쩌다가족’에서 빌렸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쩌다 같이 가게를 시작하고 함께 지내다 보면 “우리 어쩌다 이런 사이까지 되었지?” 하고 말하게 되는 우연과 필연을 동시에 지닌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가게나 사무실들을 모아 장기임대를 보장해줄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제공하면 가게나 사무실은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그 상태가 조금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이 속한 동네가 훨씬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바꾸려는 큰 생각들보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실제적으로 여러 소상공인이나 젊은이들에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실행하면서 구체적인 가닥을 잡기로 하고 SAAI와는 별도로 이런 일들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공무점’ 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공무점(工/公/共務店)은 공(工/公/共)에 대한 중의적 표현을 담고 있다. 공무점(工/公/共務店)은 ‘함께(共)’ 모여 경험하고 생각하며 논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적절한 쓰임새와 모양새를 ‘만들고(工)’ 이 쓰임새와 장소의 ‘사회(公)’적인 의미 발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어쩌다가게@동교와 어쩌다집@연남

공무점이 기획, 운영하고 SAAI가 설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 ‘어쩌다가게@동교’는 2층 단독주택을 리노베이션하여 만들어진 9개의 가게들이 공유 공간과 정원을 함께 사용한다. 각 가게들은 1층의 카페 ‘LOUNGE’를 매개로 느슨한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무점은 LOUNGE를 직접 운영하면서 입주자들을 지원하고 기획의 작동을 확인하고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어쩌다가게@동교가 오픈하고 난 뒤, 우리는 냉정해져야 했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매출도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이야기가 포장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쩌다가게@동교가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열 즈음하여 연남동 일대의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라운지의 영업과 관련하여 공유의 문제도 삐걱이기 시작했다. 지속가능성과 공유가 이 사업의 목표들이었지만, 지속가능성은 4년 반 이후가 불투명했고 공유는 외부인들을 통해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 어쩌다집@연남을 오픈했다. 서울시 마을만들기 시범지역에 속한 부지에 9세대의 소규모 주거 공간이 라운지, 동네부엌, 수직골목의 공용 공간을 통해 엮인 집이다. 의도적인 불편의 안배를 통해 자연과 이웃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도록 했다. 평소의 작업과는 달리 재료적 디테일보다 공간 조직의 완성도에 집중한 것은 시장에서 보편화될 수 있는 1인 공동주거의 유형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고 인터뷰를 통해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2015년 4월 25일에 집들이를 했다.

 

‘어쩌다집@연남’은 서울시 마을만들기 시범지역에 속한 부지에 9세대의 소규모 주거 공간이 라운지, 동네부엌, 수직 골목의 공용 공간을 통해 엮인 집이다.

 

 

어쩌다가게@망원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장기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자신의 건물을 어쩌다가게처럼 하고 싶다는 의뢰들이 들어왔지만 생각과 입장을 공유하기 어려웠다. 무리스럽지만 작은 땅이라도 매입해 신축을 하는 것이 자금 활용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사회투자재단의 사회적 프로젝트 융자사업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꾸려 심사를 받기로 했다. 당시 융자 조건인 1:1 매칭(사업자가 투자하는 금액과 동일한 금액이 융자되는 방식)보다 나은 조건으로 2014년 10월 한국사회투자재단의 심사를 통과했다.

홍대 주변에서 사업비에 맞는 적절한 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결국 사업지로 망원동의 전형적인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을 선택했다. 장사를 하기에도, 네트워크를 구성하기에도 최적의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망원시장 상인회의 노력으로 망원시장이 활성화되고, 청년인구가 늘어나면서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지역이었다. 어쩌다가게는 지나가다 들리는 곳이 아니라 자신과 취향이 맞는 가게들을 찾아오는 곳이므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면 곧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SAAI와 공무점이 입주했다. 함께 시작하는 공방과 가게, 사무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청년들로서 새로 자신만의 작업을 선보이는 가게들과 기존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가게들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어쩌다가게@동교와 어쩌다가게@망원의 네트워크 형성을 원할히 하기 위해 연남동과 망원동 사이에 다른 어쩌다 가게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을 공무점이 취해야 할 다음 행보로 설정했다.​

 

어쩌다 프로젝트의 확장

그동안 어쩌다가게가 프랜차이즈로서 다른 지역에 가게를 열어 확장하려 하지 않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을 지향해왔기 때문에 홍대를 벗어나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공무점과의 협업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의 상업 공간을 제안하고 기업의 공유지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가 생겼다. 지금은 가게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확장과 지속가능성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어쩌다동네의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

혹자는 우리의 행보가 설계 업역의 확장이라고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배운 건축은 공간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 것이었다. 집을 짓는 일을 넘어서 공간을 기획하고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또한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작업의 한 축은 건축을 사회적으로 수행하는 소셜 코디네이터로서 건축가의 역할을 통해서 실현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예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직업으로서 건축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한다.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고 이왕이면 힘든 현실을 즐겁게 견디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 

 

와와빌딩 서교‒1동 

 

어쩌다가게@망원 

 

어쩌가가게@서교 

 

메종 키티버니포니 

 

각 프로젝트는 아래의 연관 게시물을 확인해주세요. 도면, 비평 등 SAAI 건축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SPACE 2018년 6월호 지면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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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SAAI
박인영은 국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원일건축과 위가건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을 거치면서 건축의 상품가치와 쓰임에 관한 고민과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설계자의 역할에만 국한하지 않고 설계 이전의 기획과 준공 후 유지관리를 포함하는 건축기획자 역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이진오는 홍익대학교와 위가건축에서는 건축의 가치와 기본기를, DPJ & Partners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건축가로서의 열정과 사고방식을 배웠다. 건국대학교, 홍익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독립된 개별 공간의 관계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