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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파묻힌 소리의 안식처: 채플 오브 사운드

오픈

사진
요나탄 레이욘후프부드(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오픈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리 후, 황 웬징(오픈 공동대표) × 한가람 기자

 

 

한가람(한): 2021년, 중국 청더시의 만리장성에서 200m 채 안 되는 곳에 공연장 겸 전망대, 채플 오브 사운드가 완공됐다. 해당 대지를 어떻게 해석했고, 프로젝트의 디자인 주안점은 무엇이었는가?

리 후, 황 웬징(리&황):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만리장성은 보호 대상으로 건축을 하는 데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법적 규제들이 있다. 몇 차례에 걸친 현장방문과 조사를 마친 후 산과 계곡, 역사적 랜드마크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각을 확보하고자 클라이언트와 함께 비교적 평평한 대지를 선택했다.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으면서 품속에서 보호받는 느낌, 깊은 자연에 들어선 느낌을 주는 소리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다.

 

한: 형태와 기능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 궁금하다. 디자인 콘셉트가 프로그램과 공간구성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려 달라.

리&황: 우선 생김새 자체로 효율적 음향을 내는 공연장을 구현하려 했다. 더불어 자연 속에서 건물이 최소한의 공간만 차지하도록 형태를 구성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건물을 이용하게 될지 늘 고민한다. 공연장이 외진 곳에 있어 일년 내내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공연이 없을 경우 건물이 유연하게 쓰이도록 설계했다. 내부 공연장은 관객을 150명까지 수용하지만, 공간에 홀로 있어도 평온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건물 뒤편에 마련한 야외무대와 그 앞의 경사진 지형은 대규모 야외 공연 시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전망대를 두어 방문객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누리도록 하였다.

 

 

 


 

 

한: 일반 공연장과는 달리 반야외 공간이다. 설계 당시 음향 엔지니어와 논의할 사항이 많았을 것 같다.

리&황: 공연장이 개구부를 통해 외부와 연결된 점은 음향적 관점에서 볼 때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이곳은 외딴 산골짜기에 있어 자연의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 고요한 환경 조건을 가졌다. 대지 특성을 살려 자연의 소리를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공연의 일부로 고려하였다. 우리는 건축 전 과정에서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 공연장 요구 사항도 만족하면서 바람, 곤충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어떻게 포용하고 맞추어나갈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협력한 음향 컨설팅 회사는 음향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을 넘어, 소리와 울림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추가 흡음재 없이 형태만으로 음향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건물의 여러 개구부는 소리를 흡수하는 공간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개구부의 크기와 위치를 실험하고 조정한 결과 만족스러운 음질 수준에 도달했다. 

 

한: 이 공간에선 주로 어떤 공연이 이뤄지는가?

리&황: 내부 공연장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이나 연극을 위해 만들었다. 외부 무대는 록 콘서트 같은 대규모 공연을 대상으로 한다. 이 공간에는 공연 장비의 전력 공급을 위해 주변에 전선을 내장했다. 현재 대지를 연결하는 진입로가 완공되는 데 몇 달 더 소요될 예정이다. 공연장은 아직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개방하지 않은 상황이고, 가장 이른 공연은 2022년 초여름에 열린다. 비공식적으로 소수 관객을 위한 특별공연이 몇 차례 있었는데, 참여자들은 그 경험을 “신비롭고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웅장한 느낌이었다”고 감동을 전했다.

 

한: 지붕이 뚫려 있어 비 오는 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디자인은 이곳의 기후 덕분에 가능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배수와 냉난방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리&황: 이 지역은 여름의 짧은 우기 빼고는 강우량이 적은 편이다. 오히려 비나 눈이 왔을 때, 이런 자연 요소들이 공간에 들어오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열린 천장 디자인과 배수 관련 문제는 판테온의 오쿨루스(Oculus)에서 영감을 받았다. 비가 올 경우 공연장 내부로 물은 들어오지만, 살짝 기울어진 지면과 관객석 열마다 뒤쪽에 설치된 작은 배수로를 통해 물이 빠져나간다. 또한 우천 시 관객석 중 3분의 1에만 약간의 영향이 있도록 구멍 위치를 의도적으로 디자인하여 무대 위 공연은 방해 없이 계속 이어진다. 더불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고자 했기에 이 시설엔 냉난방 시스템이 없다. 

 

 

©Zhu Runzi

 



한: 캔틸레버 콘크리트 띠가 위로 갈수록 점점 넓어진다. 구조 엔지니어 회사 에이럽과 협업할 때 주요하게 논의한 구조 이슈는 무엇이었는가? 시공 당시 어려움은 없었는가?

리&황: 구조 엔지니어와 주요하게 다룬 이슈는 어떻게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해 형태를 실현하는가였다. 공사 중 맞이한 가장 큰 도전은 건물 윗부분, 특히 캔틸레버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난 앞부분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구조계산은 양생한 콘크리트의 강도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현장 구조 감독이 앞쪽 캔틸레버를 지탱하는 비계를 강화해 콘크리트가 처지기 전에 충분한 강도를 갖게 하는 전략을 택했다. 완성된 콘크리트 캔틸레버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비정상적으로 큰 크기였으나, 허용된 구조적 변형 범위 내에 있었다.

 

한: 이외에도 전문가와 협업한 사항이 있다면?

리&황: 공연장 조명 장치 역시 전문가와 함께 고안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조명 기구는 값비싸고 비교적 쉽게 부서지는 특성이 있어 분리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공연이 없을 때엔 외부 손상을 줄이기 위해 장치들을 따로 분리해서 보관해둘 예정이다.

 

한: 오픈은 이번 작품을 포함해 탱크 상하이(2019), UCCA 듄 미술관(2018) 등에서 인공물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탐구해왔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건축가의 태도나 건축물의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리&황: 자연은 영감을 주는 최고의 원천이다. 우리는 탱크 상하이에서 자연을 도시 안으로 다시 들여오려 했고, UCCA 듄 미술관과 채플 오브 사운드에서는 자연 안에 건물을 짓되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했다. 자연 안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더 나은 인류를 위한 작업과도 같은데, 궁극적으로 자연과 우리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리 후, 황 웬징
리 후와 황 웬징은 2008년 베이징에 오픈을 설립했다. 현재 오픈은 중국 전역에서 건축, 도시, 조경,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은 건축이 환경과 사회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대표작은 탱크 상하이, UCCA 듄 미술관, 칭화 오션 센터 등으로, 자연 그리고 내면과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아카시아 어워드 골드 2021, 에이알 퓨처 프로젝트 어워드 2021,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 2017 등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