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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프로젝트; [명] 미래로 던져진 무엇

강예린, 이치훈, 이재원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진행
박세미
background

프로젝트 [명]

1400년경, “미래로 던져진 무엇”을 뜻하는 라틴어 프로이엑툼에서 유래되어 “계획, 초안, 제도”라는 의미로 전해져 왔다. 중성단어 프로이엑투스의 명사형이다. “뻗다, 던지다”를 뜻하는 프로이케레 - “앞으로”라는 의미의 프로- 와 “던지다”라는 의미의 이아케레(이악투스의 과거 분사)의 결합어 - 의 과거 분사이다.

1600년경부터 “계획, 제안, 마음의 계획”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1935년 기록된 프로젝트는1932년의 하우징 프로젝트의 준말로 “낮은 임대료의 아파트 건물들”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관련어: 프로젝트들, 프로젝트 담당자라는 말은 1913년부터 사용되었다.​ 

 

모든 건축은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미래로 던져진 무엇’이며, 항상 새롭게 창조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모든 프로젝트는 언제나 생경함을 수반한다. 우리에게 프로젝트는 일의 단위라기보다,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르는 불완전함,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열린 가능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프로젝트로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도시와 건축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이상과 가치가 투사되는 대상이기 때문에 건축을 만들어가는 사고에는 현실적인 실용주의자와 몽상적 이상주의자의 극단을 오가는 커다란 진폭이 존재한다.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을 마주하고 다루어내는 것은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기 위함이다. 프로젝트마다 우리는 이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스스로를 두고, 근 미래로 스스로를 내던진다. 

 

프로젝트 1: 1권의 책과 9개의 도서관

스튜디오 독립과 함께 가장 먼저 완성된 결과물은 『도서관 산책자』라는 책이었다. 어쩌면 이 선례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리서치와 출판을 진행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도서관 건축에 관한 글을 써보자는 의도로 출발해서, 결과적으로는 건축 이외의 주제들로 구성되었다. 열 가지의 소주제는 각각 공동체와 시민사회, 이용자와 운영주체, 도시와 자연, 책과 정보 등 도서관 건축이 놓여진 사회의 문화적 배경이거나 건축이 담아내야 할 재료와 같은 것들이다. 동시에 우리는 집필 기간을 포함해 출판 이후 9개 정도의 도서관 건축과 세 가지의 도서관 가구-공간 프로젝트를 병행해왔다.

도서관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알아가는 것은 도서관 건축이 처한 현실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한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계가 분명해질수록 건축이 가진 가능성을 더욱 모색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도서관 건축의 발주 프로세스,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도서관 관리계획, 시민사회의 요구, 운영자들이 꿈꾸는 기획, 도서관이 사회 속에서 갖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의미 등 각각이 도서관 건축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규정하지만, 통합해보면 도서관은 아주 자유롭고 다양한 건축적 실험의 가능성이 내재하는 하나의 매력적인 주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건축 그 자체를 포함해서 건축이 놓인 현실과 사회・문화・경제적인 배경 모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건축의 질료(質料)로 삼는 것이다. 한 채의 건물을 디자인하기 위한 기계적 방법론이라기보다 도서관이라는 건축 유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태도이자 디자인의 과정이다. 이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같이 답사와 취재,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큰 방향을 설정하고, 각 챕터를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도록 소주제로 구성하는 것,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의미를 추려내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토대로 추상적인 건축의 개념을 구체적 조건으로 전환하여 다시 프로젝트의 자원으로 삼는다. 1권의 책과 9개의 도서관은 그 과정이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진행 중인 하나의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2: 건축과 미술 사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유형은 미술 혹은 공공예술 영역에서 진행한 일련의 전시 작업에 놓여 있다. 전시는 건축물을 프리젠테이션하는 전시가 아닌 미술관의 기획에 맞춰서 새로운 건축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며, 파빌리온, 공공예술 설치, 오브제, 기획과 협업 등의 형태로 결과물이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전시 프레임’ 안에서 존재하는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은, ‘건축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반복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관람객이라는 다른 의미의 사용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연속이다. 미술가 혹은 작가가 스스로 작업의 맥락을 구축하는 것과 다르게 건축은 어느 정도 주어진 조건을​ 해결해야 하는 디자인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미술관에서의 작업은 건축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고, 건축의 근본적인 효과와 가능성을 좀 더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하는 기회가 된다.

이는 ‘경험으로서의 건축은 어떤 부분이 강조되어야 하는가?’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 동안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공간은 그 임시적인 구축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짧은 시간 동안 반드시 경험할 수 있어야만 하는 어떤 요소로 환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임대해서 쓰고 반환할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로 쉘구조를 만든다거나, 빛과 소리와 냄새의 공감각을 일으키는 갈대발을 대규모로 늘어뜨린 지붕을 만들게 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지하로 파여진 공간을 통해서 도시를 경험하는 새로운 관점의 광학장치를 공공미술로 제안하기도 한다.

전시를 위한 일련의 미술 작업을 통해서 거꾸로 ‘건축이 미술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에 도달하기도 한다. 2018년 3월 착공에 들어간 ‘신촌 청년문화 전진기지’(2019 완공 예정)의 경우가 그러하다. 청년문화 전진기지는 당선작으로 결정된 초기안이 공원과 소통하는 필로티와 테라스라는 건축적 아이디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건축적으로 강력한 아이디어가 도리어 심의 과정에서 공원의 성격과 충돌한다는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계획안을 관철하기 위해 약 4~5차례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필로티, 파사드, 매스의 분절 등의 건축 요소를 이리저리 변형하며 공원과의 소통을 내세웠지만 매번 심의에서 반려되는 결과를 얻었다. 수차례 계획안이 반려되면서 디자인의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 건축 요소에 관한 과잉된 아이디어를 걷어내고 도시의 활기나 공원의 활용과 관련한 미술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최종적으로는 건축과 파빌리온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결과물로 심의를 득할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건축과 미술의 가치가 교호한다는 하나의 작은 증거를 확인한 경험으로 가치있게 다가온다.

 

 

 

프로젝트 3: 거주의 DNA

거주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기존의 지배적인 주거 유형을 비틀거나 뒤집으면서 시작된다. 우리는 주거에 대한 설계 작업 이전에 한국의 전형적인 거주 공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볼 기회가 있었다.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서 진행했던 신도시 거주 공간에 대한 공동 리서치 작업이 그것이다. 『세 도시 이야기』라는 출판 및 전시 작업에서, 아파트 설계 지침이 제한하고 있는 길이, 높이, 치수로 인해 생겨나는 생활 감각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층고가 같은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평형대별로 정해진 실별 ‘길이’에 대한 감각이 아파트 공간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기준임을 확인하였다. 아파트 내부의 각 방의 크기는 한 변을 같은 길이로 놓고 보면 서로 다른 평형대의 평면에서 화장실, 주방, 거실, 침실과의 비율이 대동소이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주도의 ‘생각이섬’ 프로젝트를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거주 감각’을 제안하고자 했다. 화장실, 주방, 거실, 침실의 배치를 분리해서 각각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이들 사이의 상대적 크기와 비중을 다르게 계획하는 것이다. 아파트 계획지침들이 규정하고 있는 방의 길이 기준을 변형함으로써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지도록 했고, 이로 인해 거주의 양식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 집은 거의 비슷한 두께로 ㅁ자 배치를 하고 사방이 ‘쉬다’, ‘놀다’, ‘먹다’, ‘생각하다’는 거주의 요소를 독립적으로 담고 있다. 비슷한 두께의 공간이 서로 다른 길이의 방으로 연속되면서 각각의 거주 요소들이 이어진 형상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소 추상화된 ㅁ자형 한옥의 평면을 통해서 방과 방의 관계뿐만 아니라 각각의 방이 뒷마당과 앞마당에 면한 길이만큼 개별적인 독립성을 가지게 하였다.​ 

 

 

제주 생각이섬

 

파주출판도시 스튜디오 M 

 

스페이스 소(巢)

 

각 프로젝트 상세보기는 아래의 연관 게시물에서 확인해주세요. 도면, 비평 등 SoA 건축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SPACE 2018년 5월호 지면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건축가 그룹으로, 강예린, 이재원, 이치훈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된다 . 현대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믿고 추구한다. 2015년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의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당선작 ‘지붕감각’을 통해 2016년 영국 「아키텍추럴 리뷰」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ure Award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제주도의 생각이섬 프로젝트로 김수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수상하였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생산도시’ 큐레이팅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