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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지붕 위에 얹어진 나사말: 다시 상상해낸 해초

캐서린 라르센 스튜디오

김예람
사진
캐서린 라르센(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캐서린 라르센 스튜디오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우리 생활에도 이로움을 주는 건축재료가 있을까? 건축가 캐서린 라르센은 이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바다에서 찾았다. 그는 덴마크 본토에서 조금 떨어진 레쇠 섬에서 해초 다발이 얹어진 집을 보고 ‘해초 건축’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수중식물은 나사말이다. 여러해살이 수초인 나사말은 극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반구 지역에서 서식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고, 유속이 느린 하천이나 얕은 연못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줄기가 길고 끝부분에 잔뿌리가 모여 있는 편인데, 시들 때 끝부분이 갈고리 모양으로 말리면서 응집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강인한 나사말은 건물 외장재로 시공될 때 제 기능이 더 잘 드러난다. 물에서 자라는 생태적 특성 덕분에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잘 적응하고, 수분과 열기를 머금고 내뿜기를 반복하며 단열과 방염 성능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내구성이 떨어지면 비료로도 사용 가능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무해한 건축재료는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해초를 갈아 석회와 함께 반죽하여 미장 공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고, 옆 나라인 중국 산동지방에는 캐서린 라르센이 덴마크에서 목격한 지붕과 유사한 민가가 아직 남아 있다.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에서도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해초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1930년대 초, 대서양 인근에서 망형충류의 병원성 균주에 의한 전염병이 발병하면서 해초 개체수와 해초 건축의 숫자가 급감했다고 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춘 과거의 해초 건축에서 캐서린 라르센은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건져내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덴마크 뇌레브로 지역에 지어진 ‘다시 상상해낸 해초’는 오래된 주거의 지붕을 새로운 재료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인데, 단일 작업물보다는 건축재료 실험의 연작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 프로젝트가 동일한 재료로 모듈을 만들고 그것의 시공기술을 보완하는 건축 실험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라르센의 해초 건축 프로젝트에 자주 적용되는 나사말 패널은 형태만큼이나 단순한 제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100×100mm의 목재 프레임 안에 16개의 정사각형 구멍을 만든 다음, 카세인 접착제와 젤라틴 접착제를 바른 표면에 나사말을 심으면 해초 건축을 위한 패널 하나가 완성된다. 카세인은 우유에 산을 떨어뜨려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 침전물이고,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과 뼈를 고아서 굳힌 반고체 상태의 단백질이다. 최근 캐서린 라르센은 이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해초 건축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나사말로 단열 폼과 흡음 패널을 생산하는 커스틴 린지, 토비아스 굼스트러프도 연구에 참여 중이다. 이들은 목재 프리패브 건축과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쉽게 시공할 수 있는 해초 건축재료를 만들어 시공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지금의 에너지 성능 기준에 부합하는 상용화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김예람 기자)

 

 

 


ⓒAnders Lorentzen

©Kelley Hudson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캐서린 라르센

구조설계

캐서린 라르센, 모니카 자카이타이트

시공

가브리엘 판토자, 안드레 모카로브스, 제임스 버켄쇼우

시공기간

2018 ~ 현재

건축주

매트 마르코 한센, 안케 파솔드

바이오재료 제작

캐서린 라르센


캐서린 라르센
스튜디오 캐서린 라르센은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다. 대표인 캐서린 라르센은 핸드 드로잉과 재료 실험을 반복하며 실용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