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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적 지형학의 공간: 키네틱 인터랙션 건축

한은주
자료제공
소프트아키텍쳐랩
진행
박세미 기자

도시 리듬 분석 및 지역 기반 버추얼 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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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주기성
우리 생활은 대부분 일정한 주기 안에서 이뤄진다. 작게는 24시간, 일주일에서 크게는 한 달, 일 년이라는 반복되는 시간의 프레임 안에서 우리의 일상이 펼쳐진다. 우리의 생활양식을 담는 건축은 시대에 따른 시간 개념과 함께 변화되어왔다. 특히 되풀이되는 일상의 주기는 건축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당과 같은 종교 건축에서 성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태양의 고도 변화에 따라 장미창과 고측창을 만들었다거나 일반적인 건축에서 농사나 수렵에 맞게 공간구조를 만들었던 사례를 볼 수 있다. 

 

시공간의 압축
데이비드 하비가 “사회의 시간과 공간은 압축된다”고 말했듯, 기차와 같은 운송수단은 우리가 하루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산업화와 도시화는 오전 출근, 점심시간, 오후 퇴근과 같이 일상의 주기를 더욱 분절했다. 이는 도시의 주거 공간을 더욱 압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산업화 이전의 주거 공간은 생활공간에 농사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공간이 덧붙여져 확장된 형태였으며, 풍부한 외부 공간이 각각의 내부 공간을 뒷받침해주었다. 이와 달리 산업화된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아져 개인이 점유할 수 있는 면적이 작아졌으며, 생활에 필요한 공간도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모더니즘 건축에서도 시공간의 압축은 여실히 나타난다. 거주 공간에서 동선은 최소화되었으며, 재료의 구법이나 시공 방식에서도 산업화가 그대로 반영됐다. 도시는 효율성을 위해 공학적이고 시간 압축적인 인프라를 장착했다.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의 보편화
진보된 기술로 인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데이터 수집의 밀도는 점점 더 높아졌다. 어느덧 데이터만으로 도시의 각 공간마다 일상의 지표가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더불어 빅데이터를 동원하여 사회현상을 밝힐 수도 있게 됐다. 지리상 특정 좌표의 실시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세분화된 데이터를 통합하여 보다 넓은 공간의 특징을 쉽게 파악하고 인식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인 앙리 르페브르가 말한 리듬 분석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일상의 리듬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분화된 도시 공간들의 리듬 변화를 시각화하여 재구성하면, 시공간적 지형을 얻을 수 있다. 변화하는 트래픽의 높낮이, 즉 운율적 지형학이 생성되는 것이다.


새로운 지형학의 필요성
전통적으로 건축 작업은 자연 지형 분석에서 출발하는데, 오늘날 우리는 도시 리듬의 지형학을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도시 공간에서 우리의 일상 공간과 시간은 점점 더 압축되고, 시공간에 대한 인식은 물리적 세계를 넘어 가상 세계로 확대되면서 우리 삶의 무대는 레이어가 확장되고 있다.
건축은 이러한 사회적 시공간의 전개와 무관하지 않다. 건축은 생활양식을 담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는 앞서 기술한 내용들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구성하고, 미시적으로는 보다 개별적 상황들이 운율적 지형학에 의해 정교하게 건축에 반영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도시 리듬 지형은 도시 공간에서의 주기별 움직임이나 에너지 변화를 보여준다. 개별적 상황에 따라 진일보된 공간성, 즉 앰비언스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상황: 도시와 인간의 연결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자. 우리 일상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축을 형성함으로써 시간과 공간, 사건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따라 도시와 인간은 연결된다. 즉 상황은 도시와 건축, 일상생활 간의 상호 소통의 핵심 요소다.


상황의 데이터화와 새로운 공간 경험의 지평
상황은 시공간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숫자 정보, 즉 데이터로서 수집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이 환경을 점유하는 방식을 추적할 수 있으며, 도시 공간의 복합체 속에서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 도시와 건축 사이의 문턱에서 데이터의 변동과 흐름을 조정하고 이를 물리적 요소로 시각화할 때, 우리는 건축적 설정을 통해 상황을 반영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공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앰비언스월’은 도시 상황을 건축적으로 구현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건축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시공간적 차원이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상황은 앰비언스월의 매개변수가 된다. 또한 분위기 변화를 통해 공간적인 경험을 확장하기도 한다. 앰비언스 월은 상황의 변화를 공간에 물체화함으로써 인간의 공간적 경험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도시의 분위기
도시 공간은 일상생활의 다양성만큼이나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하다. 비가 오거나 갑자기 맑을 수 있다. 바쁠 수도 있고 의외로 한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뚝 솟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날씨 변화나 교통의 움직임 등 다양한 동적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특정한 시각적 요인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도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우리의 공간 경험에 영향을 준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이 건축에 구체적인 방법으로 적용된다면, 보다 역동적이고 도시 맥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과 건축, 그리고 환경 사이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앰비언스월: 새로운 도시의 표정과 분위기
도시의 실시간 상황은 상황인식 기술을 통해 수치 정보로서 수집될 수 있다. 수치 정보는 인간과 건축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매개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은 건축에 도시이동 요인을 적용하기 위한 알고리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도시환경 매개변수는 건축, 특히 건물의 외피에 적용될 수 있다. 매개변수를 통해 앰비언스월의 메커니즘인 개별적인 건축과 도시 공간 사이에서 소통하는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변화시키는 상황을 획득할 수 있다. 앰비언스 월은 센서와 매개변수에 의해 작동된다.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 그림자와 빛의 양을 조절하여 공간성을 변화시키고 건물의 환경적 개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파사드 시스템은 건물 주변의 미세한 날씨와 인간의 활동을 반영하는 매개변수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도시에 상호작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앰비언스월은 내부 공간 프로그램과 하루 중에 변화하는 주위 상황에 반응하여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이루어내고 도시를 표현한다. 이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담는 도시의 새로운 표정이 되어 도시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 진행 박세미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한은주
한은주는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 공간에서의 위치 기반 인터랙션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그라프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다. 2017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25회 세계건축상(WA), 아메리카 건축상(AAP), 2018 한국공간문화대상, 2019 한국공간학회연합회 초대작가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대한민국 스마트도시건축대상을 수상했다. 「SPACE(공간)」 편집장,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주)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로 예술 작업, 글쓰기, 혁신 디자인공학 등의 작업을 통해 도시와 건축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