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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달로이

스튜디오 안나 헤링거

안나 헤링거
사진
커트 회브스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스튜디오 안나 헤링거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삶을 존중하는 건축

 

방글라데시 북부, 논으로 둘러싸인 녹지에 진흙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유선형 2층 건물이 들어섰다. 1층에서 시작한 경사로는 건물을 휘감으며 2층으로 이어진다. 경사로 아래 공간은 동굴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건물의 이름은 현지 방언으로 깊은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라는 뜻의 ‘아난달로이(Anandaloy)’이다. 이곳의 1층에는 장애인 치료센터가, 2층에는 공정무역으로 직물(의류)을 제작하는 스튜디오가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 

방글라데시에서는 장애를 가진 것이 신의 형벌이나 전생의 업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거의 없다. 이런 문제를 돕고자 1층 치료센터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마사지 기술이나 기술 장비 사용법을 전수하는 직업 훈련이 이루어진다. 장애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격리되지 않고 갈 만한 장소를 만들어주는 한편, 상부층의 기능을 통해 그들의 삶에 존엄성을 심어주고자 했다. 나는 이곳에서 전형적인 직사각형 건물의 레이아웃을 따르지 않았다. 기능적으로 꼭 필요했던 경사로가 건물 주변을 따라 춤을 추듯 설계된 것도 이런 포용성과 다양성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이 경사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질문했다. 왜 만들었는지, 장애인들한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포용이라는 개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전형적인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 포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건축 그 자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름(다양성)’은 축하받을, 아름다운 것이다.

 

여성과 일자리

방글라데시 농촌에 사는 여성에게는 일할 기회가 거의 없다. 많은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도시로 떠나 비인도적인 환경의 공장에서 일한다. 나는 여성들이 마을에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함께 손수 건물도 짓고, 식량도 재배하고, 가족을 돌보면서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해 돈을 버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베로니카 랭(Veronika Lang), 지역 NGO 단체인 딥시카(Dipshikha)와 협력하여 지역 섬유 전통을 지원하고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옷만들기 스튜디오 ‘공정직물(Dipdii Textiles)’을 열게 되었다. 아난달로이의 꼭대기층은 내게 특별하다. 단순히 건물만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연관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 작업의 경계도 확장해주었다. 이제는 스스로 건축가이자, 사회복지가, 사회활동가라고 생각한다. 

 

 

 

 

 

진흙 건축

나는 아난달로이에서 진흙의 가소성을 탐구했다. 일반적으로 진흙은 값싼 구식 재료라는 인식이 강해 벽돌보다 낮게 취급받곤 했다.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면 단순한 재료로도 현대적인 2층 건물을 지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진흙은 정확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고품질의 자재다. 작은 오두막뿐만 아니라 대형 엔지니어링 구조와 공공건물도 지을 수 있다. ‘콥(Cob)’이라 불리는 특수 기술을 이용하면 거푸집 공사 없이도 직선벽을 세우듯 쉽게 곡면을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아난달로이 건물은 곡선과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사용해 기존 틀을 깨는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진흙은 지속가능한 건강한 건축 재료다. 이곳을 사용할 사람들과 함께 직접 아난달로이를 지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서서 건물을 짓는 모습에 놀랐다. 대개 공사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할지 지시만 기다리지만, 그들은 적극적으로 건설에 참여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기하학적으로 단순하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그들은 직접 건물을 완성했고 현장 주변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사실 이 순간이 내게 가장 큰 보상이었다. 건축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기술과 노하우가 지역에 전수된 것이다. 진흙은 이들이 시공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포용적인 재료다. 

 

지속가능한 지역성

수년에 걸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현지 재료와 자원, 세계화된 창의성 등 모든 것들이 한데 융합되었다. 내가 아난달로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옛 재료로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발밑에 있는 재료와 주변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들 모두가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 둘째는 아난달로이가 온전히 태양에너지로만 운영되며, 노동력과 장인정신이 이곳의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방글라데시와 그 주변 환경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사드는 노동자들이 좋아하는 비엔나식 패턴으로 직조했는데, 현지 대나무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언젠가 아난달로이는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건물이 폐기물을 남기지 않도록 자연에서 분해되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 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는 없어도 노하우만큼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Anna Heringer 

 

Stefano Mori

설계

Studio Anna Heringer (Anna Heringer)

위치

Rudrapur, Dinajpur district, Bangladesh

용도

communtity centre, therapy centre, textile worksho

건축면적

253㎡

연면적

174㎡ (rooms), 180㎡ (ramp and veranda)

규모

2F

구조

masonry

내부마감

mud walls, bamboo

구조설계

Martin Rauch (earth and bamboo details), Andreas

설계기간

Sep. 2017 ‒ 2019

시공기간

Sep. 2018 ‒ Dec. 2019

건축주

Dipshikha Bangladesh

건축주

Stefano Mori


안나 헤링거
안나 헤링거는 지속가능한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구건축, 건축문화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유네스코 체어 프로그램의 건축가이자 명예 교수로서,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사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6년, 2008년 「아키텍처럴 리뷰」 신진건축가상을 수상했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의 롭 펠로십과 리바 국제 펠로십 등에서 수상했으며, 2020년에 방글라데시에 설계한 아난달로이로 세계 인류 발전에 기여한 건축물에 주는 국제적인 건축상인 오벨상을 수상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스페인 마드리드 공과대학교, 독일 뮌헨공과대학교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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