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 땅에는 꽤 규모 있는 일본식 목조주택과 정원이 있었다고 한다. 주택은 소실되었지만, 오래된 나무와 잡초가 무성한 채 방치되어 있었던 이곳에 건축주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함께 지낼 주택을 짓고자 하였다. 건축주의 요청사항은 어머니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공간이었다. 어머니의 방은 거실, 주방과 가깝고, 남향의 정원으로 쉽게 나갈 수 있으며, 가족들이 일을 나간 후 혼자 계신 어머니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안전한 공간이기를 희망했다.
창원은 계획도시로 지구단위구역에 의해 주택의 필지가 나누어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주택의 향이나 대지의 특성과 관계없이 도로를 향해 건물의 전면을 배치한다. 도로와 접한 면은 아파트의 측벽과 같은 닫힌 입면, 또는 담장을 설치하고 작은 출입문을 두는 형식이다. 남향으로 채광과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치할 경우 좋은 주거환경을 가질 수는 있지만 도로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다소 방치된 모습을 하게 된다. 회현동 주택은 도시와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대지 전면에 위치한 오래된 만리향 나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나무를 기존의 위치 그대로 보존하고, 높고 큰 벽에 처마를 구성하여 만리향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진입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단지 성벽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거리와 연속성을 유지하고, 거리 그리고 도시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완충공간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도로와 접한 완충영역 6m를 제외하고도, 회현동 주택은 24m 깊이의 충분한 정원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실을 남향의 정원을 향해 배치하였고, 1층 정원과 2층 테라스를 통해 외부공간으로 나갈 수 있다. 각 실의 벽과 처마는 공간을 보호하고 편리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원의 자연과 위화감이 없도록 구성하였다.
부지에 있던 오래된 나무들과 담장 너머의 만리향을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회현동 주택에는 내·외부 할 것 없이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빛이 들기 시작하는 아침부터 황혼이 드리우는 늦은 시간까지 종일 햇살이 건물 내부로 스며들고, 사계절 변하는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멀리 보이는 고절산도 회현동 주택 풍경의 일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만리향
담장 안에 있던 만리향 나무는 건축주와 그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나무이다. 따라서 만리향을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되 건물의 안과 밖의 경계를 재설정하여 주택의 내부 정원이 아닌 외부에 나무가 위치하도록 계획하였다. 그리하여 만리향은 회현동 주택의 첫인상이자,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다.
교차하는 벽
회현동 주택은 수직, 수평의 벽이 교차하는 경계에 의해 공간을 구성한다. 외부에서 현관으로 들어서는 곡선의 수직 벽은 경계에 깊이를 부여하는 전이공간을 형성하여 외부로부터 주거공간을 보호한다. 1, 2층의 수직 벽은 다시 각각의 주거공간을 보호하는 작은 울타리가 되어 각각 다른 형태의 외부공간을 형성한다. 이와 교차하는 수평의 벽은 건물의 다양한 비례와 쓰임새를 만들어준다. 수평 벽은 1층의 처마가 되어 비와 여름의 햇빛을 막아주는 동시에 2층의 테라스와 발코니가 되어 공간을 확장한다.
비움의 공간
수직, 수평으로 길게 뻗은 벽은 내부공간을 구획 짓고, 외부로 연장되며 또 다른 경계를 만든다. 완벽하게 닫히기보다는 틈을 두어, 의도적으로 비워진 공간을 형성하였다. 정확한 실명으로 정의되거나 법적 면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주의 경험과 삶의 방식 그리고 가족 구성원에 의해서 다양하게 채워질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의 잠재적 가능성을 남겨두고자 한다. (글 김현수 이소우건축사사무소 / 진행 오주연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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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안영주
강상철, 김혜진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회현동
단독주택
528.9㎡
216.08㎡
298.36㎡
지상 2층
3대
8.15m
40.85%
56.41%
철근콘크리트구조
노출콘크리트, 벽돌치장쌓기
석고보드 위 페인트, 원목마루 마감
건구조엔지니어링
세현 ENC
누리엔지니어링
지음건축
2018. 1. ~ 2018. 9.
2018. 9. ~ 2019. 4.
김현수는 창원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소 hANd 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1년 이소우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가로 참여한 바 있으며, 창원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였다.
안영주는 창원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부터 이소우건축사사무소에서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