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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타 하우스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이승택(에스티피엠제이 공동대표)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다세대 주거 함수: f(x)의 해

 

 

 

제한이 만들어낸 주거 함수

개발 가능한 최대 면적의 산출 도구인 용적률은 건축가가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결과인 동시에 커다란 제약이다. 이 환경 안에서 건축가는 다양한 전략으로 잉여 공간까지 포함하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법규와 제한, 저예산의 한계 속에서 최적화된 해(솔루션)를 찾아가는 고군분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인가? 법규에 의거한 변수를 대입한 후 대량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학습된 컴퓨터를 통해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의 평면 및 볼륨을 제안하는 일상은 먼 미래의 일이거나 특별히 놀랄 만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주거가 발전된 양상을 보면 그런 방식은 건축가가 제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수의 평면 구성을 만들어내고 코어, 면적, 시공비 등을 빠르게 검토하기에 가장 적합한 건축 방식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럼에도 건축가가 부여할 수 있는 변수로서의 건축 유형은 여전히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서울시 주거 250만 호 중 절반인 아파트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40~50만 호에 달하는 이 주거 유형은 서울의 주거 문맥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유형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그런 연유로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시스타 하우스가,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여성을 위한’ 사회적 가치(혹은 건축가의 변수)를 건축 유형으로 표현하고 생산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출발점이 되길 내심 기대했다. 

 

 

f(대지경계선, 임대료)

“시스타 하우스는 일반 다세대 주거인가?”, “젊은 건축가와 건축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라는 질문은 또 다른 대답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 39평 남짓한 대지에 위치한 이 다세대주택의 설계과정에서 요구되었던 법적 규제들을 살펴보자. 4m 도로에 면하다 보니 주차를 위해서는 2m를 양보해야 했다.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m를 이격해야 했고 차량 세 대를 수용하는 주차면이 필요했다. 일조권 사선제한 법규를 고려하면 계단 위치도 대략 결정된다. 규제를 적용하고 나면 결국 건축가에게는 층별 임대 세대수를 결정한 다음, 건물에 성격을 부여하거나 마감재를 정하는 정도의 자유만 남게 된다. 임대 목적의 건물이다 보니 주변 시세에 따라 세대별 임대료가 산정되고 그로부터 건축주가 시공 단계에 투자하는 금액도 결정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고 굳게 믿는 순간, 대안이나 새로운 대처 그리고 해결 방안에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건축가는 법규의 틀 안에서 공간적 틈새를 찾아 유연하게 대처했고, 이전의 실무 경험을 활용하여 저예산 프로젝트에서 좋은 품질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f(일조권 사선제한 법규)

대지의 두 방향에서 생기는 북측의 사선제한 법규를 피해 계단은 남측에 배치되고, 층마다 두 세대를 확보하기 위해 계단은 다시 건물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제한선을 따라 계단의 방향이 4층부터 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2층, 3층과는 구별되는 평면 구성을 제공한다. 4층은 방이 작고 채광 면에서 불리하지만 열린 테라스와 계단 밑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5층은 사선 끝자락에서 높은 층고의 스튜디오로 활용된다. 건축가는 법적 제한으로 발생한 가장 커다란 약점인 도로 옆 계단을 각 세대로 가는 감각적인 통로(감정적 여정)로 표현하고 있다. 계단은 각 세대별 내부의 정갈한 마감과 대비되는 거친 마감,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벽돌 비워쌓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빛의 효과를 통해 사적 영역인 세대 공간 내부에서의 절제된 부드러움을 증폭시키기 위한 사전 장치로 규정된다. 임대 수요에 대응하는 평면 구성도 층별로 다양하다. 북측에는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갖는 투룸이, 남측에는 원룸 형태지만 상황에 따라 공간이 가변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소형 투룸이 존재한다.

 

 

f(콘크리트 시공)

건축가와 건축주에게 시스타 하우스의 가장 큰 만족감은 무엇으로 대체되는가? 건축가의 풍부한 시공 경험은 단순히 공정을 이해하며 효율성을 셈하는 것을 넘어서, 건축가의 역할을 공예 영역(크래프트맨십)으로 확장한다. 현장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그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비용 절감과 품질 확보를 위해 노력했던 증거들을 건물 구석구석에 나열해두었다. 공간 크기에 따른 콘크리트 내력벽의 스팬을 고려하여 2층을 제외한 모든 층의 바닥을 보 없이 20cm 두께의 플랫 슬래브로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구조 효율성을 확보하면서 철근의 양과 인건비를 줄였다. 그리고 내부 계단과 전형적인 기둥을 대체한 1층 노출콘크리트 벽은 레미콘 차량 한 대로 온전히 타설했다. 건축가는 콘크리트 타설이 중간에 멈춰져 건물의 구조적 성능과 미적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마포구 일대의 레미콘 차량 일정을 파악한 후 공사를 진행했다. 또한 구조체가 곧 마감재인 노출콘크리트의 특성상 매끈한 면을 위해 주차장과 계단에 선별적으로 새 거푸집을 사용하기도 했다. 건축가는 1층 근린생활시설 바닥의 콘크리트 연마 및 강화제 도포 횟수까지 조절했는데, 원하는 품질을 얻기 위해 얼마만큼 세심하게 현장과 소통했는지 알 수 있다. 

 

 

f(여성 임차인)

지금의 시스타 하우스 공간 구조는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사용자가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거부감이 없다. 임대를 위해 ‘성’을 공간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의 이름 역시 시스타 하우스가 되어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다. 사회 초년생 혹은 학생으로서 여성이 주체로 고려된 다세대주택이라면 기존 유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필요한 기능의 크기와 상호 관계 재정립, 집에 머무는 시간과 활동, 세대와 세대의 관계, 외부에서 집까지 도달하는 과정 등 건물에 여성을 담아내기 위한 요소들을 스케일에 따라 검토해볼 필요가 있었다. 실을 여러 개로 구분하고 그 크기를 조절하여 영역화하는 전통적 방법 대신 그러한 요소들이 별도의 공간 또는 현관의 새로운 기능과 공유되는 영역으로 제안되었거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존재하는 1층 음악감상실이 도로 쪽으로 면하여 어두워진 저녁 시간 골목에 불을 밝히는 작은 도시적, 사회적 거실로 제안되었다면 시스타 하우스로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법규와 제한, 그리고 최대 임대 면적과 세대수를 시장에서 인정받는 보편적 가치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그 유형학적 변형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이 멈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사용자재 보러가기 ▶ 지붕창, 벽돌

 

 

설계

투엠투건축사사무소(이중희)

설계담당

이중희

위치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용도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31.54㎡

건축면적

66.97㎡

연면적

206.32㎡

규모

지상 5층

주차

3대

높이

15.6m

건폐율

50.91%

용적률

156.8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점토벽돌, 컬러강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대광엔지니어링

시공

(주)이립건설

설계기간

2018. 10. ~ 2019. 2.

시공기간

2019. 4. ~ 2020. 1.


이중희
이중희는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을 수학했으며, BCHO 파트너스에서 건축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뒤 2014년 투엠투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단편영화 ‘젊은 건축가의 슬픔’(2018)의 감독을 맡아 여러 해외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며 스트리트 컬처에 관심이 커 DJ, 미디어 아티스트, 스트리트 브랜드와 함께 전시 및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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