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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장치들로 된 기이한 경치

exhibition2020.03.10


숨을 쉬 듯 깜박이는 전구, 주기적으로 종소리를 내는 스피커, 불투명한 유리판과 나무로 된 전통 문살, 오류가 난 스크린, 그리고 3D 프린터로 뽑은 듯한 오브제까지, 각각의 사물들은 저마다 철제 프레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관성을 찾기 힘든 이 사물들은 제각기 관람객의 감각을 건드린다. 이러한 구조물 세 덩어리가 기이한 경관을 형성한 가운데, 전시장 상단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컴퓨터 그래픽의 시공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아래 유리 벽면 너머로는 도산대로 사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의 분주함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전시 <변수풍경>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2월 29일까지 진행된 <변수풍경>은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공동기획한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렸다. "기술 발전과 함께 대두되는 인류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조망"하려는 의도로 서울, 베이징, 모스크바 등 세 지역의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예술가 열 여덟 그룹의 작업을 선보인다. 서울에서 열린 <변수풍경>은 설치미술가 이예승과 음악가 조은희, 스튜디오 야세오가 협업한 단일 작업 '변수풍경'으로 채워졌다. 이예승의 설치 및 미디어 작업을 중심으로 조은희가 8채널 사운드를, 스튜디오 야세오가 전통 문살을 이용한 구조 디자인을 맡았다.

예술가들은 '변수풍경'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현재의 기술 변혁기를 동양의 신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다종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간 감각이 확장되고 신체성에 대한, 더 나아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현 상황을 반추한 결과물이다. 작업의 아이디어는 이예승이 오랫동안 관심 보여 온 ‘산해경'에서 나왔다. 중국의 고대 지리서이자 신화서인 ‘산해경’에는 기이한 물건, 동물, 종족, 지역문화와 지형적 특징이 글과 그림으로 기록돼 있다. 시대와 장소, 현실과 비현실 등의 구분 없이 등장하며 어떤 세계관을 구성한다. 사물들을 특정 기준에 따라 논리적으로 분류해온 서구적 시각에서 볼 때 ‘산해경’의 세계는 기묘하고 이상하기만 할 것 같다. 이예승은 이번 작업과 관련해 “우리는 아름다운 것만 보려 하지만, 괴기스럽고 난해한 것을 건드리는 감각들이 분명 존재한다”며 “이런 요소들이 한 공간에 존재할 때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제 기자>

 

<변수풍경> 전시 전경 ⓒLee Sung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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