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도시를 위한 윤리
『짓기와 거주하기』
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 펴냄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호모 파베르’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구체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호모 파베르)의 개인적 노력과 기술에 관한 『장인』, 사회적 관계와 협동에 대한 『투게더』에 이어 『짓기와 거주하기』를 통해 문명의 물리적 환경인 도시와 호모 파베르의 관계를 탐구한다. 세넷은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 등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를 비롯하여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주요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보고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넷은 도시의 두 가지 의미, 즉 건설되는 물리적 도시인 '빌(ville)'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정신적 도시 '시테(cité)' 사이의 균열이 내적으로 닫힌 자족적 ‘빗장 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 사옥의 경우, 세탁소부터 의료시설, 체육단련시설까지 갖춘 자족적 공간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는다. 외부와의 영향과 상호작용에 닫혀있으며 창조적 작업의 핵심적 특징인 ‘저항’이 없는 내향적인 환경이 과연 창조성을 고무시킬 수 있을까? 게다가 구글 사옥은 주변 지역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를 올려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한다. 세넷은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도시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더 열려있다면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위기 같은 위협과 불확실성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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