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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래진 새아침

exhibition2020.02.10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 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Oil Tank Culture Park

 

권민호의 개인전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가 마포 문화비축기지 내 T4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권민호는 한국사회를 건축 이미지로 압축하여 그려내는 작가로, 1970~80년대에 건설된 산업시설의 형태와 도면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2017년에 개최된 전시 <철근.시멘트.콘크리트>(서울시 NPO지원센터) 이후 2년만에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건물뿐만 아니라, 산업화 바람이 일었던 시기를 대표하는 여러 상징물이 등장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드로잉 작품 5점에는 국내 산업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상징물이 그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 호황을 알렸던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 기술 국산화 정책을 통해 양산된 ‘현대자동차 포니’, 국내 중화학공업을 상징하는 ‘포항제철소’ 등이 있다. 권민호는 국가의 양적 성장을 의미하는 상징물에 아기돼지나 암탉 같은 동물 이미지를 중첩시켜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이미지 충돌에는 자본과 근면을 강조했던 당시의 프로파간다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또한 그가 ‘새마을 노래’의 가사 일부를 제목으로 차용한 부분에서도 전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다. 권민호의 세밀한 드로잉 작품이 단독 설치되던 이전의 전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드로잉이 조명, 사운드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 같은 뉴미디어와 결합되어 입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협업작가로 참여한 미디어 아티스트 김인근과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이재옥은 각각 드로잉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전환하는 작업과 관람객의 발걸음에 반응하는 조명 및 음향 효과를 담당했다.

이번 전시는 산업구조 재편으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던 1970~80년대에 관한 집단기억을 건드리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당시의 발전을 가능케 했던 가치가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를 묻고 있다. 이러한 물음은 전시가 개최되고 있는 문화비축기지의 조성 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원래 석유비축시설로 계획된 문화비축기지(「SPACE(공간)」 2017년 10월호 참고)는 폐쇄 결정이 내려진 이후 16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산업유산을 리모델링하여 시민에게 환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산업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전시공간에서 산업의 찬란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전달한다. 작품과 전시공간의 장소성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전시 <새벽종은 울렸고 새아침도 밝았네>는 2월 16일까지 열린다.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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