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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와 사물이 만나는 방법들

exhibition 2019.10.28


찡그린 표정을 센서가 감지하면 컴퓨터가 연산을 시작한다. 얼굴 근육의 변화를 점, 선, 면으로 분해·조합한 뒤 분석한 결과를 화면에 막대그래프로 띄운다. 이렇게 읽어낸 감정은 바로 옆 조명 장치와 하단 스크린에 불빛과 이모티콘으로 출력된다. 관람객의 감정에 반응하는 장치, 〈2019 타이포잔치〉에 전시된 '감정조명기구'(일상의 실천)다. 그런데 이 작업은 타이포그래피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9 타이포잔치: 6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비엔날레는 2017년 '몸', 2015년 '도시'에 이어 이번에 '사물'을 주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글자와 사물과 만나는 방식을 탐구하는데, 여섯 가지 관점(만화경, 다면체, 시계, 모서리, 잡동사니, 식물들)으로 이를 들여다봤다. 관점마다 접근법과 풀이 방식이 제각각이다. 게다가 예술감독 '진달래와 박우혁'은 "사물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상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수학이나 음악 같이 추상적 형태나 국면이 될 수 있다"며 탐구 대상의 범위를 열어 놓았다. 그래서 전시는 질서정연하다기보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갖가지 사물과 글자들로 어수선하지만 흥미롭다.

세부 주제들을 살펴보자. 먼저 '만화경' 섹션은 매번 다른 무늬를 만들어내는 만화경처럼 조합과 배치 등의 행위로 온갖 형상을 주조해낸 작업들에 집중했다. 조명과 거울, 빛과 그림자로 일본어·한국어·영어의 '세 가지 아A'(미나 타베이)를 형상화하고, 자신이 디자인했던 인쇄물들을 초 접사렌즈로 확대해 '실제사이즈'(최예주)로 물성을 관찰하기도 한다. 만화경 속 패턴이 그렇듯 탐구의 결과물들은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다면체' 섹션은 언어가 문자가 되거나 사물이 글자로 변화하는 '사물화' 과정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보이고 들리는 형태(몸짓·언어)로 구체화되는 공정과 그 결과물을 다뤘다. 그래서인지 배치된 작업들 중에 글자를 닮은 것들이 있다. 한글 자음이 유리 가구 'ㄷ-14'(스튜디오 밀리언로지스)가 되거나, 한글 모아쓰기 방식이 3차원 오브제 '오브제-글자 모아쓰기'(임이랑)가 되는 식이다. 서두에 언급한 '감정조명기구'도 모호한 얼굴 표정을 문자로 구체화하려는 시도였다.

이외에도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각종 굿즈를 모아놓은 듯한 섹션 '잡동사니', 시간 개념을 다뤘던 '시계', 베어리어블 폰트(폰트의 굵기·너비·기울기 등을 실시간 조정하는 기술)를 활용한 '식물들' 섹션이 있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이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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