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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불러낸 초월적 공간

exhibition2019.08.12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세계를 주관한다고 믿는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엔 이승과 저승이 구별되었고, 현실 너머의 존재를 불러내는 의식이 일상에서 벌어지곤 했다. 이러한 제의는 고유한 영역 안에서 진행됐는데, 종이 꽃과 인형, 부적, 금줄 등은 이 존재들을 호출하고 이들이 머무는 영역을 마련하는 도구로 사용됐었다. 단단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들로 구축된 현재에는 낯설고 생경한 활동, 물건들이다.

6월 5일부터 7월 25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린 전시 <신물지>는 잊힌 한지 무구들을 조명하는 전시다. 한지로 제작된 신성한 물건 ‘신물지’들을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탈락되고 지워진 전통적 세계관을 살펴”보고 “한지가 신물로서 세계관을 어떻게 확장해왔는지를 현대적 시각에서 선보이려”고 했다.

붉은 벽면으로 된 전시장에는 전통 의례를 수행하는 장인들과 설치·회화 등 현대 작가들의 작업들이 배치됐다. 우선 하얀 종이 무구들이 벽 가장자리와 네 방위에 놓여 전시 공간의 틀을 잡았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얇은 한지 장막 ‘설위설경’은 귀신의 침입을 막고 이들을 잡아 가두는 도구로 충청남도의 ‘앉은굿’에서 사용된다. 동·식물과 인물 형상,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이 가득 새겨져 ‘종이 그물’처럼 보이는데, 제작 과정이 복잡다단하다. 전지 두 장을 이어 붙이고 양면이 꼭 맞도록 접은 뒤 칼로 일일이 문양을 오려내는 식이다. ‘설위설경’들은 제단처럼 구성된 전시장의 가장자리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귀신을 잡는 ‘설위설경’과 달리 ‘기메’는 신과 인간을 잇는 자리를 마련하는 도구다. 제주 굿에서 주로 사용되며 사람 모양에서부터 깃발, 꽃 등 형태와 종류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얀 아크릴로 된 의자 모양의 기단에 놓이거나 전시장 벽면에 조심스럽게 설치됐다. 신을 모신다는 의미를 살리면서 오브제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 작가들은 무구들의 영역에 조심스럽게 개입하며 이들의 의미를 밝히고 전통의 재해석을 시도했다. 이유지아의 ‘와해경-떠다니는 그림자’는 장인들의 제작 과정과 이들이 행하는 전통 의례 등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이난은 근대적 역사기술에서 탈락되고 누락된 가치들을 구술 형식의 설치작품으로 살피며, 김범은 종이를 접어 오리거나 타일을 붙여 만든 ‘피어남과 시듦’, ‘무작위 인생’ 등으로 한지 무구의 제작 기법을 해석했다. <이성제 기자>

 

<신물지>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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