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20년에 걸친 건축 문화재 보수·정비

etc.2019.06.04


국보 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국내에 현존하는 석탑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축조 시기가 7세기 무렵으로 가장 이르다. 건립된 지 1300여 년이 흐르며 파손되고 풍화된 탓에 구조적 불안정을 이유로 1998년 해체 보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창건 당시의 모습에 관한 구체적 기록이 없어서 원형 고증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후 20년에 걸쳐 수리와 조사 연구가 동시에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 4월 보수 공사가 완료돼 석탑이 일반에 공개됐다.

5월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미륵사지 석탑의 준공 기념 포럼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20년 문화재 수리의 현황과 과제’가 개최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한국위원회, 한국건축역사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정비 과정과 조사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국내 문화재 수리·복원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고학, 보존과학, 구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했다.

첫 번째 순서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김현용(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이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현황 및 의의’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해체 전 미륵사지 석탑은 북측 면을 위주로 6층까지 일부만 남아 있었으며 서측 면에는 1층부터 6층까지 콘크리트가 덧씌워져 있었다. 이번 수리 공사는 9층까지 전체를 복원하기보다 6층까지 수리하되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해 기단에서 2층까지의 저층부는 유실된 부분을 보강하는 안을 따랐다. 이어서 정영훈(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의 ‘한국문화재 수리 제도의 현황과 과제’, 이청규(영남대학교 교수)의 ‘고고학적으로 살펴 본 문화재의 원형과 보존’ 등이 발표됐다.

이왕기(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한국위원회 위원장)는 ‘건축 문화재의 원형보존과 진정성 확보’에서 건축 문화재의 원형, 진정성 개념을 논의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문화재의 원형을 이루는 요소로 의미, 조형, 재료, 기법 등 네 가지를 언급한 뒤 현재 국내의 문화재 보존정책이 건축물 외형과 조형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기는 “외형뿐만 아니라 재료, 기법 등 내용이 함께 존재할 때 건축 문화재는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문화재의 축조, 수리와 관련해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기법에 대한 고려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찬희(공주대학교 교수)는 ‘석조 문화재 보수에서 원재료의 사용과 과제’를 통해 재료적, 기능적 측면에서 건축 문화재의 진정성을 논했다. 그는 “석조 문화재의 이상적 보존 방법은 원재료를 재사용하면서 구조적 기능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구조의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기능적 진정성의 회복에 좀더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에서 미륵사지 석탑 보수에 새로운 석재를 선택, 적용한 것은 적절해 보이는데 사후 안전성과 부작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에 이어 홍승재(원광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전봉희(서울대학교 교수), 천득염(전남대학교 교수), 최완규(원광대학교 교수), 한경수(건국대학교 교수), 김호수(청주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전봉희는 문화재의 원형 개념이 점차 확장되어 왔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문화재를 복원하는 기준 시점이 창건기, 중건기, 보수를 시작하는 시기 등으로 다양해지고, 보전 대상도 재료와 기법 위주에서 문화재를 둘러싼 경관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봉희는 미륵사지 석탑 보수에서 간주석의 일부를 남긴 것과 관련해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현용은 “원형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얕았다”면서도 “간주석의 가공 수법, 일제강점기의 보수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리의 기준을 1915년 이전으로 잡았다”고 답했다.

최완규는 국내의 문화재 보존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문화재 보존은 현장보존, 이전보존, 복토, 기록 후 없애는 방식 등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유적의 장소성까지 보존하는 현장보존은 거의 실시되지 못하고 그나마도 공사 면피용으로 겨우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등을 진행하는 기관이 서로 달라서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천득염이 이번 수리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외부적 요인과 행정의 개입 등으로 복원 작업이 지체되곤 했다”며 “복원과 관련해 중요한 판단이 이뤄지는 회의가 제 구실을 못해 자문회의인지 단순한 보고회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천득염은 “20년에 걸쳐 진행된 보수정비 과정에 대한 기록을 수집,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복원 과정에서 배울 점과 개선점을 살피고, 자성적 성찰의 준거를 만들어서 향후 문화재 보존 현장에서 매뉴얼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제 기자>

 

보수정비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

 


댓글

㈜CNB미디어 우.03781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52-20(연희동)
이메일 editorial@spacem.org
대표번호 02-396-3359
팩스 02-396-7331
사업자등록번호 206-81-40424
통신판매신고번호 제2013-서울서대문-0150호
대표자 황용철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김정은
청소년보호책임자 오주연
호스팅 퓨처인포
VMSPAC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