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지난 9월 1일, 2000년 제1회부터 제20회까지 25년에 걸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역사를 집대성한 디지털 아카이브 「미래를 위한 기억: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25년」이 공개됐다. 451쪽 분량의 디지털 도록은 올리비에 푸르니에(에르메스 재단 이사장)의 발간사와 안소연(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의 편집자 노트, 김홍희(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와 윤원화(미술비평가)의 비평 에세이, 메누 드 바젤레르(에르메스 문화유산 디렉터)와 역대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김성원, 박만우, 백지숙, 김윤경)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어 20회의 미술상을 연도순으로 구성해 당시 도록에서 발췌한 작가론과 전시 전경을 수록하며, 발행된 도록 17건은 링크를 통해 연결된다.
2000년 당시 에르메스는 한국에 컬렉션이나 자체 전시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한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시작했다. 제1회부터 3회까지는 갤러리현대에서, 2003년부터는 아트선재센터와 공동 주관하며 운영 방식도 변화했다. 이전에는 추천과 심사를 거쳐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한 뒤 전시와 시상을 진행했지만, 이후 추천위원이 후보군을 추리고 심사위원이 세 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을 지원한 뒤 전시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정했다. 2005년 아트선재센터가 잠정 휴관하면서 이듬해 미술상 전시는 새로 문을 연 아뜰리에 에르메스로 옮겨갔다. 2008년 에르메스 재단이 설립되면서 운영 주체는 에르메스 코리아에서 재단으로 이관됐고, 명칭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으로 변경됐다. 이때에도 ‘Art Prize’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을 옮긴 ‘Missulsang’ 이라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성원은 이를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구체적인 현장과 그 맥락을 존중하려는 선택으로 설명한다.

(왼쪽)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디지털 아카이브 「미래를 위한 기억: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25년」 Image courtesy of Fondation d‘entreprise Hermés (오른쪽)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제21회 수상자 차재민 Image courtesy of Fondation d‘entreprise Hermés / ©Lee Seunghee
2016년 제16회부터는 2년마다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해 개인전을 여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백지숙은 아카이브 인터뷰에서 미술상이 10년을 넘기면서 격년제 운영과 한 작가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바꾸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회고한다. 현재 수상자에게는 신작을 위한 전시 지원금과 아뜰리에 에르메스 개인전, 프랑스 미술계와 교류하는 리서치 여행이 지원된다. 올해 3월에는 제21회 수상자로 차재민이 선정되어, 개인전은 2027년 5월에 리노베이션을 마치는 에르메스 메종 도산 지하 1층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첫 전시로 열릴 예정이다.
25년간 미술상의 운영 방식이 변화하는 동안, 수상·후보 작가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와도 맞물려왔다. 아카이브에 수록된 김홍희의 글은 25년의 수상전을 세 단계로 나눠, 장영혜중공업의 텍스트성, 서도호의 이동성에서 김성환, 양아치, 김상돈의 사회비판적 작업을 거쳐 정금형, 류성실, 김희천으로 대표되는 신체와 기술, 가상성이 교차하는 작업까지 당대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읽는다. 특히 2000년대 초 미술상이 신세대 작가들의 감수성을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국제적으로 가시화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25년의 기록에 관해 안소연은 편집자 노트에서 낱권으로 발행된 카탈로그를 모으고, 해상도가 낮은 자료도 당시 작품의 설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 전경을 중심으로 수록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현재 에르메스 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섹션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으며, 프랑스어 버전은 추후 에르메스 재단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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