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9월 4일, 용산공원 지키기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8월 중순 정부가 용산공원 조성지구(이하 용산부지) 내 일부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이후 열린 이번 토론회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생명의숲, 서울환경연합 주관으로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브릭스에서 진행됐다. 인사말에서 조경진(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정치적 입장이나 특정 정당을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용산공원의 가치에 집중하기 위한 자리임을 강조했다.

용산공원 지키기 긴급토론회 ©Seoul Green Trust
토론에 앞서 배정한(서울대학교 교수)의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와 최영(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의 ‘온전한 생태평화공원의 조건’ 발제가 이어졌다. 배정한은 용산부지가 ‘역사적 땅’이자 ‘인류세와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 인프라’이며 ‘사회적 합의로 이뤄낸 국가 과제’라는 점을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근거로 들었다. ‘주택공급의 현실적 불가능성’과 ‘실질적 공급 효과의 미미함’이라는 실질적인 문제도 제기하며,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공동주택 건설 논의가 아닌 미군 반환과 잔류 부지 협의를 위한 외교·정치적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은 생태와 치유의 측면에 주목했다. 용산공원은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생태평화공원이자 외국군 주둔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을 치유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이번 논의를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닌 서울의 마지막 공유지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현장, 왼쪽부터 조경진, 김종헌, 김정빈, 임저스틴희준, 설동근, 유영민, 최진우, 최영, 배정한 ©Seoul Green Trust
이어진 토론에서는 조경진이 좌장을 맡고 전문가 6명이 참여해 용산부지 활용을 둘러싼 입체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임저스틴희준(서울대학교 교수)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물량을 바탕으로 아파트가 들어선 땅의 모습을 3D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예상되는 풍경과 대규모 건축물이 드리울 그림자, 미기후 변화 등을 살폈다. 김종헌(배재대학교 교수)은 세계의 주거문화 요소가 융합되고 변형된 부지 내 기존 건축유산을 활용해 실험주택과 저밀주거를 조성하고 공원과 주거를 공존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유사 사례인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빈(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녹지가 도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대형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독립적 거버넌스와 치밀한 운영비 구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영민(생명의숲 활동가)은 용산부지 내 주택 건설만으로 주택가격과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고, 최진우(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는 환경권과 주거권을 양자택일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자리에서 함께 보장해야 할 공공재로 보았다. 설동근(숲생태지도자협회 이사장)은 사회적 합의로 제정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용산부지 내 주택공급 검토를 발표하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용산부지의 공원화는 1987년 당시 대선 후보 노태우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 공약부터 출발해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제정과 2011~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이를 구체화한 기본설계와 조성 계획안의 수립까지 완료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미 오랜 시간 논의되어왔다. 그동안 축적된 사회적 협의와 연구, 계획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택공급 계획이 제시되고 의제화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일이다. 주최 측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용산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2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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