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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변화와 슬로건 사이에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exhibition 방유경 기자 2026.10.13


「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9월 5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호추니엔은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에 천착해온 싱가포르 출신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다. 그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부서진 고대 조각상을 마주한 뒤, 자신의 시선과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통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화자의 시선을 대입한 것이다. 호추니엔은 “무엇을, 어떻게, 왜 바꿔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 실행계획 없는 요구”가 우리를 보다 깊은 사유로 이끈다고 설명한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분자와 나’(제1전시실) 전경 Image courtesy of Gwangju Biennale 

 

 

비엔날레는 이러한 주제에 맞춰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층위의 변화를 여러 각도에서 살핀다. 전시는 5개 전시실에 걸쳐 ‘분자와 나’,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라는 소주제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미시적인 분자의 세계부터 신체, 공동체를 경유해 우주로 확장되는 서사 뒤에는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가 흐른다. 전시는 시간성의 차이를 보여주고자 극도로 빠르고 느린 변화가 함께 축적된 제주 화산암을 주요 ‘참여자’로 등장시켰다. 수천년 동안 축적된 지질의 압력이 단 몇 초만에 분출된 뒤 긴 시간 식고 변형되어 만들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시작 전부터 여러 층위에서 화제의 대상이 됐다. 먼저 규모 면에서 참여작가의 수를 역대 최소인 43인(팀)으로 줄이고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동시에 선보여, 가급적 많은 작가의 작품을 집적해 보여주던 비엔날레의 전통적 문법을 탈피하고자 시도했다. 전시 공간 또한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한곳에 집중해 몰입도를 높였다.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를 확보한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작가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상세히 정리된 캡션과 가이드북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 작가의 작업 안에서 시간의 흐름, 메시지의 변화, 관점의 차이 등이 감지되기도 했다. 전시실마다 회화, 영상, 사운드 등 매체의 특성과 주제에 맞춰 전시 동선과 조도에 변화를 주고, 투명한 유리 파티션을 사용해 여러 작품들이 다층적으로 해석되도록 시선을 열어준 것 또한 영민한 접근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있다. 전시의 대전제인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명령이 개별 작품들의 주제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이 변화가 어떠한 실천적 메시지로 수렴되는지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가의 발견이 슬로건으로 소비된 나머지, 보다 깊이 있는 차원의 예술적·철학적 통찰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기획상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트 던전: 회색지대〉 중 루안바이위안의 ‘ ‘론타 나 마소’ 아래에서 코를 찾아서’(2026) 설치 전경 ©Bang Yukyung

 

 

​한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개막 전부터 정치적 쟁점의 대상이 됐다. 대만관이 명칭 논란 끝에 ‘대만 파빌리온’으로 정해지면서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이 개막 하루 전 파빌리온 전시를 철수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측은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행정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련의 사건이 민주주의가 태동한 광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인스턴트 던전: 회색지대’라는 주제 아래 경계지역으로서 대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갈등과 긴장, 역동을 담은 대만 파빌리온 전시의 울림과 깊이가 이런 논란을 이유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는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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