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주한이탈리아문화원(원장 다비데 스칼마니)과 피스톨레토 치타델아르테 재단(이사장 줄리아나 세타리 카루시, 디렉터 파올로 날디니)이 작년 〈제3의 낙원 DMZ〉에 이어 올해도 공공예술 프로젝트 〈제3의 낙원 서울 2026〉을 개최한다. ‘제3의 낙원’ 프로젝트 시리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철학 ‘실천민주주의(Demopraxy)’와 ‘예방적 평화(Preventive Peace)’를 바탕으로 전 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실천민주주의 작업(Demopractic Opera)’의 일환이다.

2025년 캠프 그리브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3의 낙원 DMZ〉 포럼 전경
제3의 낙원(The Third Paradise)은 2003년 피스톨레토가 작성한 동명의 선언문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인간이 자연에 완전히 통합되었던 첫 번째 낙원과 인류가 현재의 세계화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모든 형태의 인공물로 가득한 두 번째 낙원의 융합을 말한다. 즉 인공과 자연 사이의 균형 잡힌 연결로 실현된 인류의 세 번째 단계가 제3의 낙원이며, 이는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통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동의 삶을 이끄는 원칙과 윤리적 행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 비전은 치타델아르테 재단의 활동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활동에서 주요하게 활용되는 제3의 낙원 상징은 원 세 개가 연속되는 형상으로, 무한대 기호를 재해석한 것이다. 양쪽 바깥 원은 자연과 인공을 비롯한 모든 다양성과 모순을 의미하고, 가운데 원은 대립하는 두 원이 얽히며 형성된,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잉태의 장소를 암시한다.

캠프 그리브스 탄약고에 설치한 작품 ‘제3의 낙원 DMZ ‐ 미래를 재건하는 기억’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각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실천민주주의 작업이 그 제목 자체를 ‘실천민주주의 작업’으로 놓은 데 반해, 한국에서 열린 첫 포럼에는 ‘제3의 낙원 DMZ’라는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이는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이라는 특별한 개최 장소와 분단과 같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한 것으로, 전쟁으로 형성된 DMZ가 분단의 무게를 짊어짐과 동시에 반성과 대화, 공존과 다양성의 장이 된 것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 자체가 ‘제3의 낙원’의 메타포이자, 배타적 분열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곳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25년의 포럼은 28개 단체의 활동가, 연구자, 예술가 40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용과 생태라는 대주제를 기반으로, ‘외로움’, ‘경계’, ‘돌봄’, ‘회복탄력성’, 그리고 이 네 주제를 현실로 가져다놓을 ‘실천’까지 총 다섯 가지 주제를 다뤘다. 포럼과 함께 참여형 예술 퍼포먼스이자 설치작품인 ‘제3의 낙원 DMZ ‐ 미래를 재건하는 기억’을 접경지역 내 가장 오래된 미군 기지 중 하나인 캠프 그리브스의 옛 탄약고에서 선보였다. 36m 길이의 삼베 밧줄로 제3의 낙원 상징인 세 개의 서로 얽힌 원을 형성하고 그 위에 포럼 참여자들이 전통 한지 위에 아이디어, 개념,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적고 묶은 작품은 ‘예방적 평화’를 행동과 실천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포럼과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자들의 인터뷰와 뉴스레터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모임을 열어 네트워크를 지속시켰다.

(왼쪽 위) 작품 설치 퍼포먼스, (왼쪽 아래) 〈제3의 낙원 DMZ〉를 설명하는 기획진—왼쪽부터 발렌티나 부찌(공동 큐레이터), 정소익(공동 큐레이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전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원장), 프란체스코 사베리오 태루찌(전 치타델아르테 ‘제3의 낙원’ 총괄), 아르모나 올리베로 피스톨레토(치타델아르테 ‘음식’ 총괄), 파올로 날디니(치타델아르테 디렉터), (오른쪽) 캠프 그리브스 탄약고에 설치한 작품 ‘제3의 낙원 DMZ ‐ 미래를 재건하는 기억’
대화와 공존의 장 DMZ에서 열렸던 프로젝트가 올해에는 시민 역동성과 예술적 창의력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이어진다. 〈제3의 낙원 서울 2026〉은 기본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데서 나아가, 담론을 구체적인 예술적 실천으로 전환한다. 서울문화재단과 협력하여 10월 15일 서울문화재단예술교육센터 용산에서 진행하는 포럼과 작업으로 시작되는 이번 활동에는 14개의 국내외 시민단체 및 활동가와 14개 팀의 예술가가 참여하며, 각 활동가마다 예술가 한 명(팀)이 공동 작업을 수행한다. 시민사회 활동과 예술 작업을 연결하여 활동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질적 해답을 예술적 결과물로 제안함으로써, 예술이 사회 변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으로 기능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환경, 기후위기, 기술, 퀴어, 아동, 이동약자 등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참여단체들은 작년 제시되었던 다섯 주제 안에서 각자의 각론을 더 깊게 탐구하게 된다. 작업의 결과물은 올해 말 전시 예정이며, 작년에 했던 활동의 아카이브를 함께 놓아 그 단계적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사진 윤수연
자료제공 주한이탈리아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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