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완성된 책 뒤의 보이지 않는 관계망: 〈인타임 도서관〉

exhibition 김효은 기자 2026.09.29


「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인쇄소 인타임의 작업 공간이 충무로와 을지로 일대 인쇄소의 단체 휴가 기간에 맞춰 7월 27일부터 8월 8일까지 책과 주석, 대화로 이루어진 전시 〈인타임 도서관〉으로 전환됐다. 인쇄기를 보유하지 않은 인타임은 출력, 인쇄, 접지, 제본, 후가공 등을 맡는 여러 전문 업체와 협업하며 제작 과정을 조율해왔다. 김종민과 유성운 두 명으로 시작해 이시하와 김나래가 합류한 인타임은 견적과 제작, 납품과 정산의 역할을 나누었고, 감리를 위해 오간 이동 범위도 충무로와 을지로에서 일산과 파주까지 넓어졌다. 인타임을 따라가면 책이라는 결과물 뒤에 가려져 있던 생산구조와 협업의 경로가 함께 드러난다.

 

 

 

〈인타임 도서관〉 전시 전경 ©texture on texture 

 

 

이번 전시를 기획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자인 이민규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왔다. 도서 『이영희는 말할 수 있는가?』 1쇄(2023)에서는 대구 남산동에서 편집디자인 회사를 운영한 이영희의 구술과 자료를 통해 보편적인 디자인사에 기록되지 않은 지역의 출판 현장을 다루었다. 이후 전시 〈모든 이름들〉을 위해 2쇄(2024)를 제작하면서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며 출력과 인쇄, 제본, 운송의 과정에 있는 25명의 작업자 이름을 모아 판권면을 새로 썼다. 〈인타임 도서관〉에서는 시선을 개별 작업자에서 제작처로 넓혀, 여러 업체를 연결하고 제작 조건을 조율해온 인타임의 역할과 그곳에서 만들어진 책을 함께 살핀다.

 

 

 

20개의 문서와 웹 아카이브로 구성된 주석 ©texture on texture 

 

 

2012년 2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인타임을 거쳐간 모든 인쇄물은 1만 8천여 개에 달한다. 이민규는 이 가운데 책이 아닌 작업을 제외하고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개입이 있는 출판물을 2,446종으로 추렸다. 이를 기반으로 판권면과 제작 사양서를 대조해 서지 정보와 종이, 인쇄, 제본, 후가공 등을 정리한 인타임 제작도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개별 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제작 사양과 출판물의 경향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분석과 제작 과정에 대한 기록은 전시의 ‘주석’으로 구성됐다. 디자이너와 출판사, 작가와 소장자의 협조로 대여하고 수집한 1,282권이 작업 공간으로 다시 모였는데, 이 중 ISBN이 없는 책이 40% 이상이다. 국공립 미술관의 도록과 작품집부터 사진책, 진, 독립출판물, 학생들의 졸업작품까지 발행 주체와 제작 규모, 유통 방식이 다른 출판물이 ‘인타임에서 만들었다’는 기준으로 한자리에 놓였다.

 

다섯 차례의 ‘대화’는 주석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제작 현장의 경험을 덧붙인다. 제작이사 유성운은 종이의 성질과 재단 오차, 제본 방식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조건에 관해 설명했다. 워크룸 디자이너 이경수는 “누가 진짜 제작자인가”라는 질문보다 “누구와 함께 만들었는가”를 묻는 편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신신(신해옥, 신동혁)은 선배 디자이너들의 책을 통해 인타임을 알게 되고, 고등학생이던 이민규에게 다시 인타임을 소개했던 일화도 전했다. 마지막 대화에서는 무엇을 수집하고 제외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기획자의 관점이 개입한다는 아카이브의 문제까지 논의됐다.인쇄소의 단체 휴가가 끝나면 작업 공간은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가고, 책들도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일시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책들은 완성된 결과물 뒤에 가려져 있던 사람과 과정을 드러냈다. 〈인타임 도서관〉은 이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디자이너 개인의 결과가 아니라 여러 제작 주체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