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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지키고 지속하는 일: 〈돌봄의 디자인〉

exhibition 김제연 기자 2026.11.02


「SPACE(공간)」 2026년 11월호 (통권 708호) 

 

첫 번째 공공디자인 도킹 스테이션 ‘돌봄 디자인 사물 읽기’. Image courtesy of Korea Craft & Design Foundation 

 

2부 ‘건축을 가꾸다’ 작품 설치 모습. ©Kim Jeyeon
 

문화역서울284에서 기획전시 〈돌봄의 디자인〉이 9월 17일 개막했다. CAC(공동 디렉터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의 큐레이팅 아래 국내외 작가와 디자이너, 건축가 등 20명(팀)이 참여해 사진·설치·영상·모형 등 33점을 선보인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공공디자인을 ‘만드는’ 행위뿐 아니라 ‘유지하고 돌보는’ 실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1부 ‘쓸기, 닦기, 지우기’와 2부 ‘건축을 가꾸다’, 3부 ‘도시를 돌보다’까지가 시야를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라면, 4부 ‘보이지 않는 노동’에서는 그 안에 깃든 노동의 가치와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 사이 네 개의 ‘공공디자인 도킹 스테이션’이라는 별도의 섹션도 꾸려져 ‘돌봄의 디자인’이 어떤 정책과 사업, 시민의 실천과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라바콘과 볼라드, 사다리는 도시 속 마주치는 익숙한 사물들이자 첫 번째 도킹 스테이션 ‘돌봄 디자인 사물 읽기’의 일부다. 그 외에도 202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수상작과 자발적으로 공공 영역을 살펴온 시민들의 활동 등이 이 섹션에서 함께 소개됐다.

전시는 미엘 래더맨 유켈리스의 ‘유지관리 예술을 위한 선언문 1969!’(1969)로 시작된다. 타자기로 작성된 네 쪽의 원고는 ‘예술이 새로움과 진보를 향해 내달리는 것이라면, 유지관리는 그 진보를 지키고 지속시키는 일’이라 주장하며 유지관리 행위를 사회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와 같은 유지관리의 가치는 보칼의 ‘파빌리온–돌봄의 건축’(2025)에서도 강조된다. 1956년 알바 알토가 설계한 베니스비엔날레 핀란드관은 목조라는 특성으로 크고 작은 개보수 작업이 지속적으로 요구된 국가관이다. 이 건물을 지탱해온 행위들에 주목한 영상 작품은, 돌봄에 참여한 이들을 건축가와 함께 공동의 창작자로 바라본다. 이렇게 1부에서 일상적 영역의 보살핌을 다뤘다면, 2부에서는 ‘건축 이후의 건축’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 주목한 두 작업이 놓였다. 최초 건축물에는 있었으나 1980년대 재건 과정에서 복원되지 않은 수련을 통해 수생식물이 근대건축과 맺어온 관계를 추적한 첸트랄라+알렉산드라 켕지오렉의 ‘하얀 수련’(2022), 재건 당시 시설 관리를 위해 새로 만들어졌지만 원본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외부 접근이 차단됐던 지하 공간을 조사하며 건축의 뒷면을 조명한 안드레스 하케의 ‘팬텀. 미스, 렌더링된 사회’(2012~2017)다. 이와 함께 실제 건축으로서 돌봄의 행위를 말하고자 한 건축가들의 작업도 소개됐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고산집(2017),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의 N작가 주택(2024, 「SPACE(공간)」 683호 참고),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의 ‘파괴적 창조’(2023)는 각각 오래된 집에 덧댄 요소를 걷어내고,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건축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해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3부는 도시로 시야를 넓힌다. 정영선의 선유도공원(2002)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생명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돌본 대표적 작업이다. 중소도시포럼의 ‘소멸의 건축’(2024)은 노후한 건물에 무언가를 덧붙이며 생명을 연장하는 지방 도시의 건축에 주목한 리서치로,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마지막 4부에서는 공적 장소 뒤편,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그 수고로움을 들여다본다. 김태동의 ‘현장의 사람들’(2018~2025)은 건축 아카이브 과정에서 미술관 관리자, 건물 점검 근로자 등 공간을 지키고 관리한 사람들을 기록한 사진 연작이다. 오랜 세월을 품은 서울역의 장소성 자체도 전시의 일부가 되어, 관람자는 이곳에 긴 시간 쌓였을 보살핌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그 가운데 전시는 다양한 유지보수의 현장을 드러내 보이며, 그림자 아래 놓였던 돌봄의 가치를 빛 속으로 가져온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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