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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톺아, 미래를 견지하다: ‘기후 영향에서 회복력까지: 초기 유라시아 사회의 역사적 이해’

seminar 김혜린 2025.03.25


「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기후 영향에서 회복력까지: 초기 유라시아 사회의 역사적 이해’ 콜로키움 현장 Image courtesy of department of history, Chung-Ang University​

 

 

왼쪽부터 차용구, 김성중, 폴 에르드캄프, 권원태 Image courtesy of department of history, Chung-Ang University​

 

지난 2월 5일 제9회 기후변화 콜로키움 ‘기후 영향에서 회복력까지: 초기 유라시아 사회의 역사적 이해’가 현장과 온라인(줌)을 통해 동시 진행됐다. 재단법인 지구와사람, 중앙대학교 GMRC 연구실, 한국스탠포드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폴 에르드캄프(브뤼셀 자유대학교 고대사 교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사회자 임희정(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 디렉터)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번 콜로키움에서 폴 에르드캄프는 기후학적·고기후학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통합하는 접근 방식으로 강연을 전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소빙기와 같은 장기적인 기후변동이 문명 붕괴의 주된 원인으로 여겨져 왔으나 단순한 인과관계를 넘어 더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석기 시대 스위스와 후기 로마제국, 중국, 앙코르와트의 사례를 들어 사회는 기후변화에 단순히 영향을 받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 고기후학에서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전에는 신석기 시대 스위스의 호숫가 마을 일부가 기후변화로 인해 주기적으로 붕괴했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당대 주민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이동했다가 기후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와 마을을 재건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동’이라는 대응 전략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후변화를 극복한 것이다. 또 명나라의 멸망 시기가 소빙기와 대기근과 겹치기는 하나, 기후변화가 더 극심했던 15~16세기에도 명나라가 존속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기후변화에 의한 문명 붕괴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폴 에르드캄프는 당시 명나라가 혼합경제에서 상업경제로 전환하면서 물질적 자원에 대한 충분한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 추론한다. 또 그는 앙코르와트 문명의 경우에도 당시 사회변동에 의해 효율적인 적응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자원 관리 시스템이 약화되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렇듯 한 사회의 몰락이나 시스템의 붕괴는 기후변화 자체보다 사회적·정치적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역사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해 왔다고 그는 강조한다.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차용구(중앙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좌장), 김성중(한국극지연구소 부소장), 권원태(전 APEC기후센터 원장)가 참여해 로마제국의 쇠퇴와 관련해 훈족 이동이 기후변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검토했다. 또 우리 사회가 홍수와 같은 재난에 대응체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찰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토론의 중간에 차용구는 에코 불안과 기후 불안이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무기력과 우울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기후 불안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로키움의 끝에서 폴 에르드캄프는 관객의 질의에 답하며 “우리가 과거를 연구한다고 해서 현재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면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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