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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재단과 공공 공간이 만나는 새로운 방식: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exhibition 조응철 기자 2024.10.21


「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대구 간송미술관 외관 Image courtesy of Kansong Art Museum Daegu / ©Kim Yongkwan​

 

<여세동보>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Kansong Art Museum Daegu / ©Kim Yongkwan​  

 

지난 9월 3일, 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12월 1일까지 개최되는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하 간송재단) 소장품 40건을 선보인다.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8월 27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백인산(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이번 전시를 ‘올림픽 선수단 입장식’에 비유했다. 기획력을 발휘한 전시라기보다는, 간송재단의 ‘대표선수’를 소개하는 자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체 소장품 4,600건 중에서 회화, 서예부터 전적류, 도자, 불교예술까지, 각 ‘종목’을 대표할 만한 작품을 추려냈으니 무리한 비유는 아니다. 1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에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비롯해, 김홍도의 인물화, 신윤복의 풍속화 등 간송 전형필의 초기 컬렉션에 속하는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심사정의 ‘촉잔도권’(1768)은  세로  길이가  10m를  넘어 서울시 성북구에 소재한  간송미술관(보화각)에서는 전시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제2전시실은 신윤복의 ‘미인도’와 독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특정 작품에 대해 몰입을 유도하는 독립 공간이라는 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유사하다. 다만 후자가 ‘소극장’ 규모라면, 전자는 ‘부스’에 가까워 공간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미인도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인물화라는 점에서 불교조각인 반가사유상과는 다른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1층 전시가 조선시대 중후기에 머물고 있다면, 지하의 제4전시실은 삼국시대까지 소급한다. 신라의 불상부터 고려의 청자와 불감, 그리고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의 글씨까지 연대기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소개한다. ‘소리로 지은 집’이라는 제목이 달린 제3전시실은 “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새로운 유형의 전시”라는 전인건(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의 표현처럼 파격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커미션 작품의 한 요소로 배치해서다. ‘해례본 길’(2024)을 비롯한 송예슬 작가의 작품은 중세한국어 연구자부터 할머니 래퍼까지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담은 사운드 아트로, 박성환(대구간송미술관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훈민정음의 아우라를 공기의 떨림으로 표현해 세종의 애민정신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가아건축사사무소와 함께 건물을 설계한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는 연면적 8,003m ,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전시 공간인 대구간송미술관을 가리켜 ‘간송을 담는 그릇’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하면서, 발표 화면을 장식용 에르메스 접시에서 식사용 도자기 그릇으로 전환시켰다. ‘보는 접시’가 아닌 ‘담는 접시’라는 것이다. 또한 땅의 흐름에 따라 건물을 설계해, 2층의 정문에서 1층,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독특한 동선이 얻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시명 ‘여세동보’는 위창 오세창의 글에서 발췌한 문구다. 1938년 보화각(현 간송미술관) 설립을 축하하며 정초석에 새긴 78자에서 간송재단의 공공적 성격을 부각하는 네 자를 골라냈다. ‘여세’, 즉 ‘세상과 함께’라는 가치는 이번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과 함께 더욱 온전하게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간송미술관이 기획전시 중심의 사립미술관이라면, 대구간송미술관은 대형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병행하는 시립미술관이어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가 소유한 부지에 시비, 국비로 마련한 전시 공간으로, 간송재단이 대구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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