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공간과 형태에 대한 깨달음: <폼 앳 나우 앤 레이터>

exhibition 조응철 기자 2024.09.09


 

「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폼 앳 나우 앤 레이터> 2층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 ©Sangtae Kim​

 

<폼 앳 나우 앤 레이터> 3층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Pace Gallery / ©Sangtae Kim​

 

페이스 갤러리 서울은 8월 17일까지 오카자키 겐지로의 개인전 <폼 앳 나우 앤 레이터>를 개최했다. 오카자키는 회화, 조각에서부터 퍼포먼스, 로봇 공학까지,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해온 일본의 현대미술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조각 및 부조 작업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1978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오카자키의 미술 작업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건축계에는 그의 이름이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본지에 이소자키 아라타 작가론을 기고하고(「SPACE(공간)」 388호 참고), 2002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예술감독을 맡는 등 건축계에서 활동한 바 있어서다. 도쿄 등지에는 그가 설계한 단독주택과 공원도 있다. 건축가 할아버지, 아버지, 형을 둔 영향이다. 하지만 오카자키의 본업은 엄연히 화가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도쿄도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중진이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이른바 ‘T형 캔버스’로 불리는 두폭화 연작이 있다. 캔버스 두 장을 T자로 배치해, 같은 평면상에 놓인 두 그림이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하는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 아래쪽 그림이 바닥이라면 위쪽 그림은 벽, 아래가 벽이라면 위는 천장이 되는 식이다. 이질적인 차원을 가리키는 두 개의 이미지를 통해 감상자의 심상에 ‘건축적 공간’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은 15세기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건축 사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다. ‘T형 캔버스’ 연작이 캔버스의 배치를 통해 인간의 공간 지각 방식을 탐구한다면, 그 옆의 ‘제로 섬네일’ 연작은 캔버스가 담고 있는 내용이 관건인 작품이다. 이 연작의 도상은 붓을 내키는 대로 휘갈겨 만든 물감 자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르네상스, 인상주의부터 일본 전통 회화까지, 양식사적으로 중요한 미술 고전을 선별해 작가만의 방식으로 핵심을 간추려낸 결과물이다. ‘섬네일’이라는 제목은 소위 0호로 분류해야 할 만큼 작은 캔버스 크기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요약본’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네 점의 조각 작품은 3층에 설치됐다. 인조 대리석의 순백색이 회화 작품의 화려한 색채와 대비된다. 다다미 위에 아무렇게나 말아놓은 흰 이불 같은 자유로운 형태는 전위적 건축가의 건축 모형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의 일본어 제목인 <케에지노지콘지고(形而の而今而後)>에서 ‘지콘지고’는 죽음 직전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최근 뇌졸중을 겪은 후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질병으로 인한 깨달음마저도 공간적이었다는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