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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서유기, 저자 서도호: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exhibition 조응철 기자 2024.09.04


「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비밀 정원’ (2012)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Victoria Miro. ©Do Ho Suh / Photo: Jeon Taeg Su​

 

작업실에 앉아 있는 서도호 작가 ©Gautier Deblonde​

 

아트선재센터는 8월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도호의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개최한다. 서도호는 조각,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거주, 이동, 기억, 문화의 충돌과 같은 주제를 탐구해온 현대미술가이다. 이번 전시는 ‘물리적, 개념적 장애물’ 혹은 ‘실행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한 프로젝트를 조명한다. ‘사변’을 의미하는 전시명처럼, 물리적 성질보다는 사변적 성질을 띄는 작품에 주목하는 셈이다. 1층의 다리 프로젝트(2010~2024)는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작가의 거주지를 등거리로 연결한 지점에 ‘완벽한 집’을 짓는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완벽한 집의 위치는 뉴욕과 서울을 연결하는 긴 교량의 한가운데가 되기도 하고, 서울, 뉴욕, 런던의 중간 지점인 북극 고원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완벽한 집이 실현 가능하다는 ‘자기 최면’을 유지하며 건축가와 협업하고, 유엔에 전화를 걸어 국제법적 타당성을 검토한다. 하지만 완벽한 집의 존재는 스케치와 영상, 각종 오브제의 형태로 암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변적이다. 완벽한 집은 『서유기』의 ‘천축’으로 향하는 여정과 같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아득히 먼 목적지를 상정해 지식 확장과 모험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2층은 사변적 성질의 스펙트럼이 더 넓다. 작가가 살았던 집과 작업실의 출입구를 일렬로 이어 만든 상상적 통로 ‘나의 집들’(2024), 위로 높게 솟은 권력자의 동상을 상하 반전시켜 지하로 깊이 파고들게 한 ‘반전된 기념비-광장’(2022)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구현할 공간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사천왕사를 위한 제안’(2021)은 사천왕사 기원 설화에 언급된 비단 구조물을 경주 사천왕사지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팬데믹으로 무산돼 사변적 상태에 머물고 있다. ‘사변’의 문턱을 넘어 현실화된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영웅의 동상을 치운 좌대 밑에 ‘익명의 다수’를 배치한 반-기념비인 ‘공인들’(1998~2024)은 현재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앞마당에 설치되어 있다.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을 복제해 영국 리버풀의 빌딩 사이에 끼워넣고, 18륜 트럭 화물칸에 실어 미대륙을 횡단하게 하고, 런던의 고층빌딩을 연결하는 육교 한가운데 불시착시킨 집 시리즈도 작가의 대표작이다. 

 

「SPACE(공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서도호의 “건축가적인 태도”를 언급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작업을 실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예술가에 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점, 그리고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전문가와 협업하는” 모습이 건축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건축 전시를 닮았다. 집, 빌딩, 다리 같은 건축 구조물의 반복적인 등장 때문만이 아니다. 실물이 아닌 가설, 다이어그램, 애니메이션, 모형, 글을 통해 작가의 구상을 시각화하는 점이 그렇다. 사변적 프로젝트에 대한 전시와 발표, 출판은 건축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현대미술가의 포트폴리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실현 프로젝트를 포함하지 않지만, 건축가의 경우에는 완공작 못지않게 구상 단계에 머문 프로젝트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서도호의 천축을 향한 여정을 건축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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