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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가치: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exhibition 김보경 기자 2024.06.03


‘프롤로그: 시간의 공간’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Cartier / ©Victor Picon

 

땅속에서 결정화된 돌은 그 아름다움을 발견한 장인의 손을 거쳐 보석으로 탄생한다. 한 점의 주얼리에 담긴 시간을 초월한 가치는 자연이 원석을 결정화하기까지의 장대한 시간과 장인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승하는 데 걸린 시간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은 까르띠에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소개하는 41번째 전시로, 2019년 도쿄의 국립신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는 국제적인 순회전 형식으로 기획됐다. 모토하시 야요이(교토예술대학교 교수)가 큐레이팅한 이 전시는 1970년대 이후의 까르띠에 작품으로 구성해 현대적인 까르띠에의 디자인을 드러내고자 한다.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이 포함된 300여 점의 까르띠에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의 디자인은 신소재연구소(공동대표 스기모토 히로시, 사카키다 도모유키)가 맡았다. 신소재연구소는 “오래된 것이야말로 새롭다”는 철학 아래 오래된 소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다루는 전문적인 장인의 기술과 지식을 보존하는 건축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건축설계사무소다. 

 

앞서 까르띠에의 일본 전시가 사원, 서양 건축 양식의 건물 등 그 자체로 특성이 분명한 장소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신소재연구소는 여러 도시의 맥락에서 진행될 이번 전시를 화이트 큐브 안에서 구성해야 했다. 이에 신소재연구소는 오래된 것을 탐구함으로써 미래를 보여준다는 콘셉트의 전시 디자인을 제안하고, 전시 공간에 일본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각 국가의 시간을 나타낼 수 있는 전통적인 소재를 추가하고자 했다. 까르띠에의 역사보다도 긴 시간의 맥락에서 상품이 아닌 하나의 공예품으로서 까르띠에 컬렉션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다. 전시 디자인에 사용된 오래된 돌과 나무는 보석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돌과 나무가 견뎌온 세월을 상상하게 만든다. 일례로 전시의 주얼리들은 불상 조각가가 천 년 이상 땅속에 파묻혀 탄화된 나무 ‘진다이’를 깎아 만든 토르소 위에 진열돼 있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의 두 번째 개최지는 서울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신소재연구소는 서울 전시를 위해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대표 홍석현)과 협업해 한국적인 소재를 탐구했다. 전시는 총 네 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프롤로그: 시간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타임 리버스드’(2018)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공간에 홀로 빛을 받고 서 있는 이 거대한 시계는 스기모토 히로시가 밀라노의 앤티크 시계를 복원해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도록 재구성한 작품이다. 각종 기계 소리를 내며 역방향으로 돌아가는 괘종시계를 보며 관람객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마음에 새긴 채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이 전시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문을 하나 더 열어젖히고 나면, 반짝이는 패브릭이 작품 하나하나를 감싸며 천장부터 내려와 마치 빛의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프롤로그의 패브릭은 일본의 전통 직물 라(羅)의 직조 패턴을 복원해 만든 것이다. 

 

‘챕터 1: 소재의 변신과 색채’에서는 원래는 공산품의 소재였던 플래티넘을 주얼리에 과감히 도입하고, 하드 스톤, 래커, 에나멜, 규화목에 이르기까지 재료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등 새로운 디자인을 발전시켜온 까르띠에의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챕터 1의 공간을 구성하는 한국의 전통 라(羅)는 온지음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으로, 마치 희미하게 피어오른 안개를 연상케 한다. 온지음의 제안으로 우연히 한국에도 동일한 이름의 직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사카키다 도모유키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전했다. 

 

‘챕터 2: 형태와 디자인’에는 구, 움직임, 건축, 공업 혹은 주얼리의 본질적 형태를 담아낸 컬렉션을 모았다. 챕터 2의 전시 공간에는 오야석(大谷石)이 사용됐다. 15세기부터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에서 채굴되어온 오야석은 이전부터 건축 재료로 널리 쓰여왔는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도쿄 제국호텔(1913~1923)에 사용하며 널리 알려졌다. 신소재연구소는 오야석의 마그마가 굳으며 생긴 거칠고 구멍 난 표면에서 느껴지는 장구한 시간의 흐름에 주목해 이 돌을 선택했다. 각 피스는 직사각형의 오야석을 띄워 쌓아 만든 담 곳곳에 놓여 있어 마치 동굴 속에서 보석을 발견하는 탐험자가 된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챕터 3: 범세계적인 호기심’에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전 세계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원천으로 한 까르띠에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각 챕터의 사이에서 한국, 일본의 고미술품, 까르띠에의 작품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트레저 피스’로 전시된다. ‘트레저 피스’의 전시를 위해 스기모토 히로시는 그의 개인 소장품과 한국 고미술품 수집가의 컬렉션에서 전시와 어울리는 고미술품을 세심히 선정했다. 또한 ‘트레저 피스’가 전시된 장소에 온지음이 제공한 한국의 오래된 장판을 사용해 한국적 미를 더했다. 

 

‘챕터 1: 소재의 변신과 색채’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Cartier / ©Yuji Ono

 

‘챕터 2: 형태와 디자인’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Cartier / ©Victor Picon

 

‘트레저 피스’ 설치 전경 Image courtesy of Cartier / ©Victor P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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