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쉘터를 찾아가는 여정: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exhibition 박지윤 기자 2024.03.08


「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히비키 트리’ 설치 전경 ©Hyundai Motor Company

 

‘복어되기’ 설치 전경 ©Hyundai Motor Company

‘연착륙’ 설치 전경 ©Hyundai Motor Company

 

사람들은 학업, 취직, 유학으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철거, 전쟁으로 이주와 이민을 겪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와 원인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우리는 어디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글로벌 큐레이터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어워드. 팬데믹, 과밀 도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오는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쉘터 넥스트’를 공모 주제로 삼았던 2022년도 수상 전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6월 16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당선자인 큐레이터 박지민은 쉘터 넥스트를 재해석한 이번 전시에서 고정된 쉘터를 넘어 새로운 쉘터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동’, ‘확장’, ‘관계’라는 세 파트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 관객들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업은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의 ‘히비키 트리’(2023)다. ‘히비키 트리’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기둥처럼 보이는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관람객의 목소리가 자연, 일상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사운드와 함께 나팔 모양의 스피커를 통해 송출된다. 청각으로 유희적인 교감과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한 이 작업은 쉘터가 집과 같은 형상이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청각과 같이 무형적이고 유동적인 무언가가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집이 여전히 우리의 쉘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이동’ 파트에서는 유독 리서치 기반 작업들이 두드러졌다. 리슨투더시티의 ‘집의 의미 그리고 을지로의 미래 시나리오’(2023)는 시민 워크숍과 설문조사를 통해 집의 의미를 탐색하고 을지로가 아파트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도시가 됐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려본다. 집의 의미를 ‘사는 것(product)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 규정한 문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리서치 작업의 기저에는 한국 사회에서 집의 가치가 부동산 투자의 관점으로만 축소돼 있다는 시각이 자리한다. 오픈투베리어블스의 ‘연착륙’(2023)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이주 역사 리서치를 다룬다. 벽에 나열된 그 역사를 꼼꼼히 뜯어보면, ‘1950년 한국전쟁 발발’, ‘1958년 한국전쟁에 미군과  함께 참전했던 한국인은 미국 이민 자격을 얻었다’ 등 개인의 차원으로는 어쩔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과 제도들을 연결 짓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이주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이동’의 작업들은 부동산, 전쟁, 정책, 정치 등 보이지 않는 손들이 우리를 이동하게 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이에 더해 ‘연착륙’은 이주를 다룬 소설, 영화 등의 이름을 나열해 소개하는 동시에 탈북민, 이주 노동자 등 이주민 5인의 인터뷰를 상영한다. 인터뷰 영상 속 자신의 서사를 말하는 이주민의 생생한 표정과 말투는 이주민이 역사와 영화 속에 머무는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는 이주민을 이야기로서 그저 소비해왔던 건 아닐까? ‘연착륙’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확장’ 파트는 자의든 타의든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장명식의 ‘복어되기’(2023)는 핑크빛 물속이 주 생활 터전이 된 환경에서 귀여운 생김새의 주인공 젤리 인간이 이상적인 쉘터를 찾아가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았으며, 함께 전시된 드로잉 아홉 점에서는 갈퀴와 같은 신체 부위가 발달하는 등의 모습이 그려졌다. 해수면 변화와 같은 지구온난화 속에서도 나름의 적응을 해나가는 젤리 인간의 모습 속에서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태도가 읽힌다. 아키타입의 ‘아열대로부터’(2023)는 사탕수수와 인간의 이동 경로를 살피는 작업으로 이 경로의 이동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환경은 예부터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아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세 번째 파트 ‘관계’에서는 작가들 개개인이 자신만의 쉘터를 제시한다. 김대욱의 ‘노리’(2023)는 땋은 머리 모양을 한 노리개다. 이는 성별과 관련한 한국의 보수적 문화로 인해 억압되어야 했던 작가의 어릴 적 욕망을 해소하는 작업이다. 머리카락과 같은 검은 실을 빗고 또 한 가닥, 한 가닥 땋아 나가는 과정은 작가에게 해방감을 주는 동시에 내면을 고르게 돕는 일종의 수련이자 명상이지 않았을까? 루시 맥래의 ‘카펫 2.0’(2019)은 쿠션과 같은 푹신한 것으로 온몸을 옥죌 수 있는 포옹 기계다. 비록 온기는 없더라도 언제든지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을 꼬옥 안아줄 존재가 옆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쉘터를 찾는 여정 끝에서 관객들은 머리 땋기와 같은 과정, 포옹과 같은 행위 등 자신의 기억, 추억, 경험과 관계한 무엇이든지 쉘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앞서 언급되지 않은 작품까지 포함해 총 열한 점을 살펴볼 수 있으며, 3층에 마련된 ‘아카이브 라운지’를 통해 이번 전시와 현대 블루 프라이즈가 탄생하기까지의 지난 발자취 또한 확인해볼 수 있다. 한편, 큐레이터 박지민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 현대 블루 프라이즈를 통해 첫 개인 큐레이팅 전시를 열게 됐다.

 

‘아열대로부터’ 설치 전경​ ©Hyundai Motor Company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