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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exhibition 윤예림 기자 2024.03.14


「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시 전경 ©Art Sonje Center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 예술가 댄 리의 개인전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댄 리는 인간 중심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곰팡이, 효소, 동물, 꽃, 선조, 영혼 등 ‘비인간 행위자’를 창작의 동반자로 삼으며 장소·시간 특정적 작업을 탐구한다. 이번에 ‘더그라운드’와 ‘한옥’에 설치된 두 신작은 한국의 장례문화인 3년상을 재해석한 것이다. 올해는 작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해다. 전시를 준비하며 한국에 머무른 시간 동안 작가는 짚풀 공예 장인, 민속연구자, 정관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서구의 방식과는 다른 한국의 애도문화를 배웠다. 이번 전시로 그는 아버지를 다시금 애도하는 과정을 밟는다. 

더그라운드에 들어서면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을 둘러싼 노란 삼베 너머로 낯설지 않은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를 따라가면 씨앗과 버섯종자가 자라나고 있는 흙더미, 국화, 지푸라기, 쌀과 누룩으로 채워진 옹기 등 한국 장례문화에서 온 모티브들이 가만히 숨 쉬고 있는 거대한 생태계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미술관 중정의 한옥에서는 한국의 전통 건축과 댄 리가 재해석한 국화, 옹기, 대들보 등이 맞물린 또 다른 생태계가 펼쳐진다. 두 작품 속의 모든 유기체들은 발효와 부패의 과정을 순환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이러한 탄생과 죽음의 사이클은 트랜스-논바이너리(trans-nonbinary) 예술가로서 댄 리에게 삶-죽음의 이분법을 넘어선 ‘전환’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 동안 작품은 주변 환경과 반응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옹기 안의 막걸리가 발효되고, 삼베의 노란 빛깔은 서서히 바래고, 국화는 말라 시들어갈 것이다. 작가가 설명하듯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이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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