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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힐튼 서울 재개발 사업 변경안, 유명무실한 원형 보존계획

etc. 김보경 기자 2024.04.02


「SPACE(공간)」 2024년 4월호 (통권 677호) 

 

 

1986년 서울 힐튼 완공 외관 ©Kimm Jongsoung / Image courtesy of MMCA Art Research Center

 

 

서울 힐튼 재개발 사업의 조감도(본 예시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건축심의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 Image courtesy of dA Group Urban Design & Architecture Co., Ltd.

 

 

서울 힐튼 재개발 사업의​ 조감도 및 로비 전경(본 예시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건축심의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 Image courtesy of dA Group Urban Design & Architecture Co., Ltd.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하 서울 힐튼, 1983)은 미스 반 데어 로에 사무실 출신의 김종성(서울건축 명예사장)이 설계한 현대식 호텔이다. 당시에는 드물던 건식 공법과 알루미늄 커튼월을 도입했는데, 특히 알루미늄 커튼월은 국내의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건축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른 지 불과 30년 후라는 당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서울 힐튼의 건축적 완성도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2021년, 국내 부동산 투자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힐튼을 매입하며 철거 계획이 알려졌다. 이에 건축계는 포럼, 공모전, 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태로 서울 힐튼의 보존을 촉구했다(「SPACE(공간)」 652호, 654호 참고). 김종성은 현재 서울 힐튼의 객실은 낮은 층고 등의 구조로 인해 고급 객실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서울시에 주거시설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남는 용적률은 공중권 개념을 적용해 인접 건축물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사업성을 확보하면서도 서울 힐튼의 보존이 가능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도시・행정적 접근 방법도 제안했다. 

 

다만, 원형을 보존할 수 없다면 외피의 기술과 건축적 완성도가 높은 로비-아트리움 공간만은 보존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시가 수정가결한 ‘힐튼 호텔 (양동구역 제4-2・7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이 공개됐다. 각각 업무시설과 관광 숙박시설로 사용되는 건물 두 동이 앞선 계획안에서 7m가량 낮아진 142.8m 높이로 들어선다. 서울역 광장에서 남산 조망이 가능하도록 건축물을 배치하고, 개방형 녹지를 계획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설치, 양동숲길 보행로 조성 등 주변 지형의 고저 차를 극복하며 남산까지의 보행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기존 건물의 경우 서울 힐튼의 건축사적 가치를 고려해 호텔의 메인 로비의 원형을 보존한다고 밝혔다. 로비를 통해 접근 가능한 대규모 판매시설을 계획해 시민이 기존 서울 힐튼의 장소성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로비 보존안 예시를 보면 로비의 계단, 기둥 등 일부만 보존하고, 접근 편의성을 높이며 외부 공간과 로비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계하기 위해 변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로비를 보존해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의도는 긍정적이나 정작 로비 ‘공간’을 제대로 보존했는가는 의문이다. 경사진 지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서울 힐튼의 장소성과 천장의 빛이 출입구에서 아래 로비로 설치된 계단을 따라 아래층까지 비치며 생기는 로비의 공간감을 보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성 또한 변경안이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닌 로비의 구성 요소가 나열된 모습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트리움 부분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부분의 수직증축을 하자는 안,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며 아트리움 자체를 지하로 연장하자는 안 등 건축계가 제안한 여러 대안은커녕 원설계자의 부분적 보존 요구마저 일부만 받아들여진 셈이다. 

 

12월 15일,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은 공식 의견서를 통해 변경된 설계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건축 자산 보존의 개념이 공식 문건의 일부로 포함된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는 언급과 함께 서울시의 보도자료 내용만으로는 전체 배치와, 개선된 조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짚었다. 다만, 공개된 자료를 통해 파악한 변경안은 로비의 벽체를 제거하고 원래 위치에서 이동해 독립된 파빌리온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이를 ‘원형 보존’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서울시에 아트리움의 건축적 ‘원형 보존’을 위해 용적률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신축 타워의 높이를 높이는 대안이 가능한지 검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건축 자산을 보존하면서도 사업성을 유지하는 설계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SPACE」는 변경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설계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 사업의 설계를 맡은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디에이건축) 측에 자료와 의견을 요청했다. 디에이건축 측은 발주처인 (주)와이디 427 피에프브이(이하 PFV) 측과의 계약에 따라 해외 설계사가 협력해 해당 사업의 도시적 맥락, 기존 건축물의 역사적 의의 그리고 신축 건물의 활용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안을 수정 발전시키는 중이라 답했다. PFV는 “서울역 일대의 도시재생을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남산과 한양도성이라는 주변 환경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고, 기존 서울 힐튼의 건축물을 계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특히 양동지구는 남산의 녹지가 자연스레 이어지던 녹지인데 서울 힐튼이 들어서며 도시경관을 단절시킨 면이 있다며 이를 다시 수복하기 위해 로비를 개방형 녹지 중심부에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변경안이 ‘원형 보존’이 맞느냐는 의문에 대한 입장과 서울 힐튼 아트리움의 ‘원형 보존’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들을 수 없었다. 

 

건축계는 건축 자산의 보존에 관한 담론 생산에는 열심이었으나, 정작 계획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에서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서울 힐튼의 증축은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에 해당한다. 정비지구 내 재개발 사업의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건축 자산을 보존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협의가 가능하다. ‘남산 힐튼호텔, 모두를 위한 가치’라는 주제로 진행된 2022 근대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심사를 맡았던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적인 논의 없이 낮은 수준의 타협에 머문 듯하다며 이번 변경안을 가결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 힐튼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 자산이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실제로 적절한 보존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수적이다. 

 

건축 자산의 보존은 비단 서울 힐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경관을 구성하고, 도시민의 기억이 담긴 장소성을 형성해 고유한 지역성을 가진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균형 있게 도시의 변화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 제도가 기반이 돼야 한다. 작년 8월 24일,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근현대문화유산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동 법률에 의해 원형 유지를 원칙으로 주변 규제를 강제하는 지정문화유산 중심의 「문화재보호법」이 다루지 못하는 자산을 보다 유연하고 지속 가능하게 보존・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외관 외에도 가치를 보존할 만한 필수보존 요소를 등록해 등록문화유산의 핵심적 가치가 보존될 수 있도록 했고,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전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긴급한 경우 ‘임시 국가등록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도록 절차를 둔 점도 긍정적이다. 「근현대문화유산법」은 올해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서울 힐튼이 근현대 문화유산에 지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나,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근현대 건축 자산의 보존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힐튼 로비 현황 / Image courtesy of dA Group Urban Design & Architecture Co., Ltd.

 

 

서울 힐튼 재개발 사업의 로비 계획(본 예시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건축심의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 Image courtesy of dA Group Urban Design & Architecture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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