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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4년 4월호 (통권 677호)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하 과천관)에서 10월 20일까지 선보이는 ‘MMCA 과천프로젝트 2023: 연결’은 과천관의 중장기 공간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MMCA 과천프로젝트(이하 과천프로젝트)는 2020년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을 배경으로 설치한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셔틀버스 정류장에 예술버스쉼터(다이아거날 써츠,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를, 2022년에는 옥상정원에 캐노피 구조의 대형 설치작품(조호건축, ‘시간의 정원’)을 조성하며 미술관 안팎의 공간을 재조명해왔다.
올해는 ‘연결’을 주제로 지난 과천프로젝트들의 자취를 새롭게 해석하며 현재의 시공간과 연결한다. 대상지는 과천관 건물의 세 원형구역이다. 2층의 원형정원과 동그라미 쉼터, 3층의 옥상정원은 수평・수직적으로 과천관의 안과 밖을 아우르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야외 공간인 원형정원에는 다양한 식물 군락이 조성되어 있고, 이를 둘러싼 내부 공간인 동그라미 쉼터에서는 열두 개 창을 통해 정원의 풍경이 바라보이며, 그 위로는 두 공간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이 위치한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3: 연결’은 이들의 연결을 시각 및 청각적으로 한결 강화하며, 세 구역이 하나의 시공간으로 합일되는 지점을 찾는다. 여기에 음악과 그림, 시와 산문이 가교를 놓는다.
과천관 로비에 위치한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2층 동그라미 쉼터에 다다르게 된다. 창밖으로 흔들리는 풀과 나무에 눈길이 향하고,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음악에 생경한 감각이 깨어난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음악은 음악감독이자 작곡가 정승현이 구성한 앰비언트 음악 플레이리스트다. 이는 음악 비평가 김호경이 말하듯 “여러 시각 자극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미술관에서의 (…) 감각의 장을 확대하고 두껍게 하는 기회”를 선물한다. 정승현은 원형정원의 열두 창이 의미하는 시간성과 계절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생명의 태동부터 회귀의 흐름을 상징하는 한 시간 분량의 재생목록을 제작했다. 목록의 맨 앞과 뒤에 배치한 ‘0’(시작)과 ‘바이탈리티’(회귀)는 이번 과천프로젝트를 위해 창작한 곡이다.
작가 수연과 엄유정은 미술관의 건축과 식물을 다양한 시점으로 담은 드로잉으로 공간의 매력을 시각화한다. 모눈종이 위에 부드러운 색감의 색연필로 과천관 내외부의 여러 순간을 동화적으로 표현한 수연과, 원형정원에 식재된 줄댕강나무, 큰바늘꽃, 좀작살나무 등의 생명력을 오일 스틱과 아크릴 잉크를 이용해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엄유정의 드로잉이 동그라미 쉼터를 유영하는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미술관의 면면을 포착한 드로잉은 관람객이 원형구역의 세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과천프로젝트를 기록한 아트북에는 수연, 엄유정의 드로잉 60여 점과 정승현의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김호경의 글에 더해 시인 박세미의 글 ‘열두 개의 창문을 통해 원형정원으로’가 실렸다. ‘첫 번째 창문’부터 ‘열두 번째 창문’까지, 원형정원의 생태를 가꾼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와의 대화를 비롯해 정원에서 만난 생명들, 꽃, 새, 덩굴, 가지 등과의 교감이 따스하게 녹아 든 산문과 시가 공간에 또 다른 기억의 층위를 주입한다. 과천프로젝트는 과천관이 개관 4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해마다 하나씩 더해가는 과천관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기억들이 미술관 공간의 구석구석에 생명과 활기를 더해가길 기대한다.
2층 동그라미 쉼터에 전시된 드로잉 ©Youn Yaelim
2층 원형정원과 3층 옥상정원 모습 ©Youn Ya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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