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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를 재정의하기 위한 시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exhibition 이덕언 학생기자 2024.04.15


「SPACE(공간)」 2024년 4월호 (통권 677호) 

 

 

서민정, ‘간극의 파장’ 설치 전경 

 

로컬리티와 글로컬. 오래전부터 인지해오던 시대적 문제를 지적하며 나온 말이지만 뚜렷한 정책이나 변화 없이 단어만 언급됐던 탓일까? 이 단어들은 등장 당시 품고 있던 높은 꿈과 기대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듯하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로컬리티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일곱 가지의 소주제를 각각 ‘전술’이라 칭하는데 여기서 쓰인 전술은 기존의 담론을 수용하면서도 ‘빈틈과 맹점을 이용하는 술수’라는 뜻을 내포한다. 지금껏 로컬리티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 아래,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로컬리티의 의미를 모색하고 재정의를 시도한다.

 

게임미디어, 회화, 영화, 퍼포먼스 등의 형식으로 총 51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작가 양자주의 ‘내재성(Immanence)’은 회화이면서도 조각적이고, 작가 서민정의 ‘간극의 파장’은 설치 미술이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유독 도드라졌다. ‘전술2: 체화된 기억’에서는 기억과 장소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기억은 과거, 현재, 미래가 얽힌 혼돈스러운 조각 모음이며, 장소에 대한 기억은 다양한 감각으로 뒤섞여 표현될 수 있다. 이 섹션에 속한 ‘내재성’은 건물의 외벽에서 벗겨낸 껍질, 빈집의 벽지, 내장재, 어느 집의 창문에서 잘라낸 낡은 모기장 등 거리에서 채집한 다양한 흔적들을 캔버스에 옮긴 작업이다. 작가는 거리의 흔적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조작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레진으로 굳히는 방식을 택한다. 작가 자신은 작품에서 한 발 물러나고 사물들을 주체로 만들어 사물, 기억, 장소의 연결고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전술5: 불안-조율-공존’에서 다뤄진 ‘간극의 파장’은 10m 높이의 천장에 쇠사슬로 매달린 의자 그네 네 개를 설치한 작품이다. 설치된 의자 그네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앉아 탈 수 있지만, 혼자 앞을 가로막는 다른 의자를 피해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네를 탄 사람 간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그네 타기는 로컬리티를 상징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네를 탈 수 없다. 혼자만 독단으로 움직여도 그네를 탈 수 없다. 공동의 조율을 거쳐야만 그네를 탈 수 있다. 움직임이라는 행위와 조율이라는 시도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피해를 감수하게 하지만, 그네를 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행위다. 작가는 개별 주체가 갈등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주변의 것들과 조율을 통해 만든 로컬리티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로컬리티는 어느 한 주체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계속된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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