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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아트벙커 B39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다: ‘2023 벙커 콘퍼런스’

etc. 김지아 기자 2023.10.31


​​「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삼정동 소각장 쓰레기 반입공간이었던 MMH홀에서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우측 문에 쓰레기 자국이 남아 있다.​ / Image courtesy of Bucheon Cultural Foundation

 

정윤수의 발표 모습 / Image courtesy of Bucheon Cultural Foundation

 

존치 공간으로 남아 있는 3층 응축수탱크 공간 / Image courtesy of Bucheon Cultural Foundation

 

39m 깊이의 벙커 / Image courtesy of Bucheon Cultural Foundation

 

부천아트벙커 B39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 4단계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4월 재개관했다. 이번 리모델링은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의 설계안을 토대로 한 것으로(「SPACE(공간)」 610호 참고), 진입부에 광장과 산책로를 새롭게 조성하고, 기존 소각장 사무실이 있던 관리동을 전면 개축해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상 1층, 지하 1층 665.87m2 규모의 관리동은 공유주방, 스튜디오, 녹음실 등 특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과 시민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구성됐다. 운영을 맡은 부천문화재단 측은 이번 재개관을 통해 문화재생과 연계한 지역재생을 목표로 지역민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9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된 ‘2023 벙커 콘퍼런스’도 맥을 같이 한다. 부천아트벙커 B39가 개관 이래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밀도 있게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거대한 전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도시·건축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 활동가, 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여 부천아트벙커 B39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묻고 답했다. 행사는 이영범(건축공간연구원 원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발표자와 토론자 열두 명이 세분화된 네 개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영범은 폐산업 시설의 재생이 도시의 역사성, 생활공간의 장소성, 변화와 욕망의 미래성, 가치의 지속성 측면에서 오늘날의 변화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하는 일이 곧 산업유산의 미래 가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재생된 산업시설을 하나의 완결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하는 프로세스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콘퍼런스의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세기 산업유산의 21세기 문화적 전환’을 주제로 독일 루르 지역을 연구해온 정용숙(춘천교육대학교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19세기 후반부터 1950년대 말까지 독일의 산업화를 주도해온 광공업 지역 루르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탈산업화 수순을 밟으며 폐산업 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시도했다. 옛 산업시설을 문화적 자산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강연자가 주목한 것은 폐산업 시설을 활용해 도시 전반에 걸친 재생을 가능케 한 토대와 그 과정이다. 당시 주정부는 광공업 폐쇄에 따른 대체 산업의 유치뿐 아니라, 탄광과 화력발전소 등의 시설로 인해 오염된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의 산업 정책을 도모했고, 그 과정에는 경제 외에도 생태적 접근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의 전략을 전통적 공업에서 첨단 기술, 생태, 문화로 확대해 구 공업 지역의 공간 정비에 산업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신산업의 골자는 공장과 기계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비즈니스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광공업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문화 전략으로 수용하는 것이었다. 주정부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에센 촐페라인 탄광은 대규모 지역재생 사업을 거쳐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발표자는 루르의 사례를 통해 탈산업 시대의 산업유산이 지역 정치와 결합해 어떤 실천이 가능할지 함께 모색해볼 것을 촉구했다.

‘산업유산의 문화적 재생과 지역 거버넌스’를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는 라도삼(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주제 발표를 토대로 지역 문화공간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발표자는 물리적 공간이 문화적 재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역량과 그에 기반한 민관의 협력이 관건임을 강조하며, 지역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거버넌스란 정책 과정에서 형성되는 주체 간 협력 및 상호작용을 의미하는데, 특히 문화 거버넌스는 지역주민, 예술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차원적 관계로 형성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산업유산을 활용하는 데 있어 단순히 시설재생으로 접근하는 것과 문화적 동기에 따라 계획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국의 많은 프로젝트는 문화적 동기보다 근대 시설 재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기에 그러한 시설들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한국이 거버넌스 발전에 관한 담론에 비해 실행 기술과 제도 조건은 미흡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서울로7017, 문화비축기지, 노들섬 등 실제 거버넌스를 실험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들이 결국 직영체제로 전환·운영된 한계를 짚어냈다. 따라서 산업유산의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화와 법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정윤수(성공회대학교 교수)의 발제를 통해 ‘관광 진정성과 부천아트벙커 B39의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했다. 문화적 도시재생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 활성화를 장기적인 과제가 아닌 단기적인 목표로 삼고 단발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부천아트벙커 B39와 같은 문화공간이 도시관광, 산업유산 관광, 교육관광 측면에서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토론에는 정선군 고한읍 마을호텔 사업을 주도해온 강경환(마을호텔 기획자)과 충남 공주와 당진, 서울 도봉과 김포 등 지역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전개해온 김동범(김포문화도시 자문위원)이 참여해 문화재생 과정에서 관광자원을 대상화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산업유산이 도시의 장소와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진정한 관광자원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세션에서는 ‘지역문화 생태계와 부천아트벙커 B39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앞선 세 주제를 아우르며 부천아트벙커 B39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오랜 시간 부천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활동, 부천아트벙커 B39와도 지속적으로 협업해온 이훈희(아트포럼리 대표)는 부천아트벙커 B39가 부천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실천에 관해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과거 소각장이었던 시설의 정체성을 반영해 국내 문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예술의 실험과 연구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성격을 구체화하는 것과, 산업유산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국내외 프로젝트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재생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것, 나아가 시민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예술 전문인력 교육 및 양성 기관으로 발돋움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때 부천아트벙커 B39가 부천의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문화예술의 확장을 이루고, 시민들과 교류하며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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