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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의 대화법: 〈건축, 미술이 되다〉

exhibition 윤예림 기자 2023.11.09


「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더 인트로’ 설치 전경 / Image courtesy of Cheongju Museum of Art 

 

 

‘댄스 온 더 시티’ 설치 전경 / Image courtesy of Cheongju Museum of Art 

 

청주시립미술관이 건축과 미술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기획한 전시 〈건축, 미술이 되다〉를 8월 24일부터 개최 중이다. 건축가, 설치미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등 열다섯 명의 예술가가 공간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미술관의 야외 마당, 중앙홀, 대형 계단, 크고 작은 전시실들로 이루어진 세 개 층의 실내 공간 등 청주시립미술관의 특징적인 건축 요소가 극적으로 활용됐다.

내부에 들어서면 미술관 중앙의 아트리움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곳에는 나현의 ‘바벨-이슈타르’(2023)가 중앙 계단을 따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고 아카이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가는 작가가 2012년부터 진행한 바벨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 설치한 바벨탑에는 중앙에 고대 바빌론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사자상을 배치하고 탑 위에는 청주지역에서 자라는 귀화식물을 식재해 우리 일상 어디든 ‘바벨탑’이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여주의 ‘더 인트로’(2023)는 2층 전시장의 도입부에 녹아들었다. 중앙 계단을 오른 뒤 이어지는 진입 과정에서 지나게 되는 아치형 구조물과 은은한 조명은 그 자체로 고전적인 종교 건축이 주는 감각을 소환할 뿐 아니라 이어질 관람에 앞선 전이 공간의 역할을 하며 전시의 몰입을 돕는다. 체험형 작품도 여럿 꾸려졌다. 공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안규철은 ‘56개의 방’(2023)을 만들어 관객이 작품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했다. 56개 공간의 경계에는 백색 천이 커튼 형태로 쳐져 있어 거대한 미로를 통과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작가는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세분된 공간이 우리 삶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하태범은 우리나라 건축과 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아름다운 은유로 표현했다. 종이로 만든 아파트와 주택이 정갈하게 늘어선 도시 위에서 무용가가 춤사위를 펼친다. 아름다운 춤과 반대로 종이 건축물들은 밟히고 뭉개진다. 배반적인 두 행위가 묘하게 어우러진 ‘댄스 온 더 시티’(2023)는 무분별한 재개발이 진행되는 사회현상을 생경한 감각으로 숙고하게 한다.

총 30여 점의 작품들은 구조, 빛, 재료, 색채, 환경 등 건축이나 미술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언어로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청주시립미술관의 건축 공간과 맞물리며 오직 현장에서만 감각할 수 있는 공명을 자아낸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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