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할 수도 있었던: 『오프모던의 건축』

「SPACE(공간)」 2023년 8월호(통권 669호​)​

2015년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슬베틀라나 보임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인문학자이자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다. 보임은 학제 간 경계를 넘어 예술과 건축, 문학과 철학, 그리고 기술을 교차적으로 탐색하며 지성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이번 신간 『오프모던의 건축』은 『공통의 장소』 이후 두 번째로 한국에 소개되는 보임의 번역서로, ‘오프모던(Off-Modern)’은 그가 별세 직전까지 매달린 개념이다. 오프모던은 어떤 담론 ‘안(in)’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빗겨나(off)’ 있는 것을 말하는데 보임에 따르면 안에 있는 담론은 포스트(post), 신(neo), 전위(avant), 트랜스(trans)와 같은 접두어를 가진다. 이에 오프모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존재한 것의 다음 것’이 아니라 ‘결코 존재한 적 없었던, 하지만 존재할 수도 있었던 것’을 탐색한다. 이번 책은 오프모던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실천서와 같으며, 끝내 건설되지 못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기념탑 ‘제3인터내셔널 기념비’를 다룬다. 제3인터내셔널 기념비가 세워졌다면 지금의 철학과 건축은 어느 방향으로 뻗어갔을까? 이 가정법에 대한 대답이 이번 책에 담겨 있다. (박지윤 기자) 

슬베틀라나 보임 지음 

김수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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